글쓴이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 아닙니다. 이 포스팅을 보면서 너무나 흔하게 보는 얘기라서 하나씩 짚고 싶었을 뿐입니다.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서 하는 주장이 너무 많이 퍼지고 있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씁니다.
1. "군사지원 중단까지 할 줄은..."
젤렌스키의 백악관 외교 퍼포먼스가 부족해서 지원 중단을 당한 게 아니라, 지원 중단을 하기 위해 젤렌스키를 데려다가 shakedown(다구리)을 한 거다. 이게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맥락을 모르는 한국 언론이 잘못 이해하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2. "미국이 복장을 트집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걸 트집잡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얘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그 트집은 기자를 가장한 우익 인플루언서가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로 돌발적으로 꺼낸 거다.
젤렌스키는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양복을 입고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나라에서도 그가 양복을 입고 나올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는 넘친다. 심지어 드골도 그랬다. 만약 양복을 입어야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안전 보장을 받는다면 젤렌스키는 양복이 아니라 연미복도 입었을 거다.
젤렌스키가 푸틴과 트럼프에게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내 귀에는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뉴스공장은 챙겨 봅니다"라는 말로 들린다. 젤렌스키는 정말 비굴해 보일 만큼 최선을 다해서 양쪽의 기분을 맞췄다. 오죽했으면 이번 백악관 사태를 본 미국인들도 "저런 인내심을 가진 지도자가 또 있을까"하고 감탄한다.
3. "감정은 자제했어야"
가해자가 폭행 중에 피해자에게 표정 관리하라는 말임.
그 옛날 깡패들이 그랬고, 군대에서 그랬고, 폭력 교사가 그랬다.
젤렌스키가 "감정"을 보이기 전에 밴스가 하는 말 들었나? 트럼프가 하는 말 들었나? 그들이 meltdown 수준으로 무례하게 화를 내는데, 그들에게는 왜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나? (6번 참고)
"감정 조절 못하는 하수" "지지율 올랐으니 성공" 같은 말은 정말 비열한 공격이다.
4. "통역을 썼어야"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군사 지원 중단을 결정한 상황에서 광물을 뜯어내려는 계약서에 싸인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만났다.
통역은 계약서를 바꾸는 매직이 아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마음을 가라앉혀도 트럼프의 요구는 안전 보장없이 광물 내놓으라는 거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배신하고 그런 계약을 할 수 없다. 왜 못하느냐고 물으면 민주주의 작동원리부터 배우라고 충고하고 싶다.
5.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는 약자다"
현실주의자의 충고처럼 들리지만, 약자를 도와 줄 생각이 없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말은 폭력적인 강자의 편에 서는 말이다.
길에서 폭행을 당하면서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고 움켜쥐고 있는 사람을 돕지는 않고 옆에 서서 "네가 어차피 이길 수 없는데 왜 맞고 있어.. 가방 내 줘"라고 충고하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그 가방에 뭐가 있는지,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당신은 아나?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나?
도울 생각이 없으면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가장 변태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 이거다.
6. "트럼프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
우리나라 소위 진보가 젤렌스키 욕하고 마지막에 꼭 하는 말. 신기할 정도로 절대 예외가 없음.
3,4,5는 맞는 말인데 젤뽕이라 억쉴치는 느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