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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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커스 버지니아를 주력 중폭격기로 운용하던
영국군은 새로운 폭격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분명 버지니아는 이전에 쓰던 항공기들에 비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기체였지만,
근본적으로 1910년대에 설계된 빅커스 비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시대가 변하면서
빠르게 뒤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Specification B.19/27'이라
명명된 신규 폭격기 개발사업을 1928년에 추진했고,
700kg 이상의 폭장량과 최소185km/h의 최고속도,
작전반경은 1480km 이상이란 조건을 내건 사업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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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커스 타입 15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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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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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들리 페이지 헤이포드 이렇게 3개 회사의 폭격기들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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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빅커스 사의 Type 150/163의 경우...
외형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기존에 쓰이던
빅커스 버지니아의 동체를 4m 더 연장하고
주익 길이를 3m 정도 줄인 확대/재설계 개량형이었는데,
이는 타입 150 자체가 빅커스가 영국 공군한테
버지니아 개량형 포지션으로 팔아먹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비 절감을 위해 빅커스 버지니아의
러더와 꼬리날개같은 잡다한 부품들을
공유하도록 설계되었고, 주익 구조도 서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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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존에 버지니아가 사용하던
580마력짜리 네이피어 라이온 엔진 대신
최고출력 636마력의 브리스톨-머큐리 성형엔진을 장착했고
기체 일부분에만 금속을 사용했던 버지니아와 달리
동체부터 날개까지 모든 부분을 금속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무게는 600kg가량 감소했지만
최고속도가 30km이나 증가한 201km/h였고,
최대상승한도 또한 4.2km에서 7km으로 높아졌다.
여러모로 전작보다는 뛰어난 기체였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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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빅커스 버지니아를 기반으로 제작된 수송기,
빅커스 빅토리아/발렌티나와 마찬가지로
최대 10명의 군인들을 수송할 수 있었던
Type 163이라는 수송기 프로토타입이 존재했는데,

방어기총이 없던 전작들과는 달리
3정의 7.7mm 루이스 경기관총이 장착되었고,
조종사의 피로 감소를 위해 밀폐된 조종석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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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29년 11월 30일에 초도비행한 Type 150은
기대와는 달리 온갖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항공기의 조종성 자체가 심하게 떨어졌으며,
측면 안전성이 매우 불안정하여 더치 롤
(기체가 수직방향의 진동(yawing)과 좌우방향의 진동(rolling)을 같은 주기로 반복하는 현상,한마디로 비행기가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것이다)
이 발생하기 쉬웠고,
설계 과정에서 기골을 건드렸는지 후방 동체의
내구도가 약해 급기동시 동체가 변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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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커스는 Type 150의 엔진을 케스트럴-III로 교체하고
기골을 보강하여 빅커스 버녹스란 이름으로 출시했으나,
이러한 개선점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게다가 사용된 케스트럴 엔진의 신뢰성 문제로
개발 도중에 브리스톨-페가수스 성형엔진으로
다시 엔진을 교체하면서 개발기간이 지나치게 늘어났고,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이미 사업이 끝난 뒤였기에
버녹스는 단 1기만이 제작된 뒤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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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헨든의 경우, 주로 해군용 비행기를 제작하던
페어리 에비에이션에서 설계한 폭격기였다.
(소드피시 만든 그 페어리 맞다)
영국 공군의 ROC를 충족하기 위해 페어리는
구식의 복엽기 설계였던 다른 경쟁작들과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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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A 피슈터같은 못생긴 고정 착륙장치가 달린
저익-캔틸레버 단엽기로 기체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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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조종석과 3정의 7.7mm 루이스 경기관총을 갖춘
페어리 헨든은 일단 경쟁작들보단 확실히 현대적이었다.

유선형의 동체와 단엽기였던 덕분에
최대속도는 245km/h로 제일 빨랐고,
작전반경은 무려 2,200km에 달해
다른 폭격기들보다 2배 가까이 길었다.

근데 문제가...무게 자체는 셋중에서 제일 무거웠던 주제에
폭장량은 1차세계대전 당시에 영국군이 운용했던
헨들리 페이지 O/400보다 딸리는 700kg에 불과했는데,
속도와 비행거리에 스탯을 몰빵한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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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국군은 선진적인 설계의 햄든을 높이 평가해
60대의 초도양산분을 페어리한테 주문했으나
시제기가 비행시험 도중에 엔진결함으로
추락해버리는 대형사고가 터진데다가

암스트롱-휘트워스 휘틀리같은 고성능의
신형 폭격기들이 계속해서 개발됨에 따라
고작 15대만 만들어진 뒤 단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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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작된 햄든은 영국 공군의 제 38비행단에
배치되어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운용되었으니
아예 실전배치조차 못받은 Type 150보단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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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폭격기 사업의 최종 승자는 헨들리 페이지가
설계한 헨들리 페이지 헤이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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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발-복엽 폭격기였던 헤이포드는
동체가 상부 날개에 결합된 생소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1914년에 설계된 독일제국의
고타 G.I 중폭격기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물론 G.I는 엔진 나셀이 상부가 아닌
하부 날개에 부착된게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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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계는 동체가 날개 위에 위치함으로써
조종사와 폭격기 승무원들에게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관총좌의 방어각도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헨들리 페이지 헤이포드는
동시대의 영국군 폭격기들이 으레 그렇듯이
유일한 방어무장으로 고작 3정의 7.7mm
루이스 경기관총만을 장착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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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7에 장착된 볼 터렛(Ball Turret)처럼
착륙시에는 내부에 수납가능한 곤돌라식 기관총좌를
하부에 배치하여 영국군 폭격기의 고질적인
약점이였던 하부기관총좌 부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사수를 보호하는 방탄판이나 방탄유리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방풍창조차 없어서
일선에서 헤이포드를 운용하는 승무원들은 이 터렛에다가
쓰레기 터렛(Dustbin Turret)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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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영국 공군만 이런 형태의 기관총좌를
채택했던건 아니고, 소련 공군 또한 이러한 형태로 설계된
하부기관총좌를 Pe-8이나 TB-3에다가 장착했다.

근데 얘네는 기관총좌를 폭탄창 크기때문인지
동체가 아닌 주익에 쳐박아놔서 거주성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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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체가 위에 붕 떠버리다 보니
동체에다 폭탄창을 설치하지 못해서여지책으로
폭탄창을 주익에다 쳐박아놨다는 특이점이 있었다.
뭐 그래도 지상요원들이 폭탄 적재하기는 편했다고..
일단 넣긴 넣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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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Type 150이나 페어리 헨든에도 사용된
롤스로이스 케스트럴 엔진을 2기 장착했는데,
각 항공기에 설치된 엔진 형식명은
빅커스 Type 150/163: 캐스트럴-III
페어리 헨든: 캐스트럴-VI
헨들리 페이지 헤이포드:캐스트럴-II-S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이들 모두 한번씩은 시제기에서 비행시험 도중에
추락사고가 나버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게 원래는 강력한 성능 때문에
Ju-86/87이나 Bf-109, He-112에도
장착되었을 엔진이란걸 감안한다면
얘네한테만 무슨 마가 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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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고속도 229km/h에
최대상승한도 21,000 피트(6.4km)
폭장량은 최대 2,500 파운드(1.1톤)
작전반경 800 노티컬 마일 (1,480km)라는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설계가 너무 구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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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헤이포드에는 조종사, 폭격수 겸 항법사 겸
전방기총사수, 무선 통신수 겸 후방기총사수,
하부기총사수로 구성된 4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는데,

이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픈식 캐노피가 증정되어
승무원들은 비행중에도 편하게 쉬지 못하고
살을 애는 추위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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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경쟁작들이 전금속제로 제작된 반면
헤이포드는 주익과 꼬리날개, 방향타, 후방 동체가
캔버스 천으로 덮인 1머전식 설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뼈대나 앞쪽 동체는 금속으로 제작되긴 했지만
이런 형태로는 방탄성능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적 전투기의 기총소사에서 버티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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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시 금속 가공기술의 한계나 단가 문제로 인해
1940년대에도 드 헤빌랜드 모스키토나 Yak-1같이
목재를 사용한 군용기가 널리 쓰였고,
금속제 구조에 비해 싸고 가공하기 훨씬 쉽다는
목재만이 가진 장점도 분명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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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새끼의 원래 설계안이 목재+캔버스라는...
진짜 1머전 당시 폭격기에서 전혀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진짜 1머전기 폭격기인 빅커스 비미도
동체 앞부분은 알루미늄과 두랄루민으로
제작된걸 감안한다면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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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기수가 20º가량 기울어졌다 보니
기체 높이가 5m에 달해 전방시야까지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런 헤이포드의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국군에게 헤이포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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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진짜' 구식 폭격기인 빅커스 버지니아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작들이 하나같이
시험비행하다 설계결함으로 땅에 꼬라박는 와중에
얘는 딱히 문제시될만한 결함이 없었다.
구식 설계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신뢰성은 좋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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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제 막 개발되어 배치되려는 와중에
전간기 최고의 트롤러, 국제연맹에서
군비절감을 근거로 '우리 폭격기 금지하자~'라는
개병신같은 협약을 들고나와서 배치가 지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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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헤이포드는 1930년에 초도비행이 이루어졌음에도
1934년이 되어서야 영국군의 99비행단에 배치되며
운용을 시작했고, 1936년까지 총 125대가 생산되어
영국군의 9개 비행단에서 운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대였다.
1934~35년이면 타국에서는 이런 복엽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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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B-10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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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흐 Mb.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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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86같은 신형 전금속제 폭격기들이 계속해서
배치되거나 개발되는 중이었고, 헤이포드는
일선에 배치되자마자 구식 폭격기로 전락했다.

영국군은 1934년, 그러니까 헤이포드의 생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규 폭격기 개발을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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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939년에 나치 독일이 체코를 강제로 병합하면서
2차대전의 전운이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자마자

영국 공군은 운용 5년차만에 헤이포드를 퇴역시켰다.
이후에는 폭격기 승무원 훈련이나 글라이더 견인,
레이더/공중급유 실험기 등의 용도로
1941년까지 운용되다 생산된 125기 전량이
빅커스 비미/버지니아와 함께 스크랩되었다.

그래도 영국군 최후의 복엽 폭격기란 기록은 세웠으니
다행...이려나..?


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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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나무,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