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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역갤에 썼던 거 가져옴)

토착군관은 해당 지역에 토착하여 사는 정병 중에서 군관으로 발탁되어 복무하는 부류를 가리켰다. 일기에는 '토병군관', '토군관'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토착군관은 군관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군관청에 소속되어 하급 지휘관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요즘으로 치면 하사관 정도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같은 군관이라는 호칭을 쓰긴 하지만 출신군관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존재였다. 우선 신분이 출신군관은 대개 양반인 데 반해 토착군관은 대부분 양반이 아니었다. 그리고 출신군관이 정해진 기한인 12개월 정도 복무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인 데 비해 토착군관은 문자 그대로 그 지역에 토착해서 계속 사는 사람이란 점에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출신군관은 언제든 무관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토착군관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17세기 변방 병영들에 있는 군관들은 크게 두 종류였음. 토착군관은 변방에서 계속 살면서 복무하는 군관들을 지칭함. 양반이 아니고 그냥 일반 병사 중에서 짬 오래 되고 실력 좋은 이들을 뽑아서 군관으로 임명한거임. 요즘으로 치면 병 출신 부사관들에 해당함. 반대로 출신군관은 과거 급제한 양반 자제들이었어. 이 사람들은 위에 설명글에 나온 대로 진급 가능성이 있는 초임장교들 비슷한 존재였음.


일반적으로 둘 간의 관계는 별 문제가 없었고 같이 술자리 갖거나 서로 편 나눠서 시합 붙기도 하는 등 사이가 좋았던 편이라고 해. 출신군관들 입장에서 토착군관들은 부대 사정 잘 아는 등뼈니까 그렇고 토착군관들 입장에서 출신군관들은 언제 진급해서 내 상관으로 다시 올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요즘 군대에서 사단장 순시 오면 부대 뒤집어지는 것처럼 상부에서 부대검열 온다고 하면 둘 다 비상 걸렸고. 특히 적군이 강 넘어 침략하기 쉬운 겨울에 훈련이 많았는데, 이때 뺑끼치다 걸리면 아무리 출신군관이라도 존나게 욕 쳐먹고 곤장 맞았음.


그런데 그래도 유무형의 갈등은 조금 있었나봐. 17세기에 쓰인 박취문의 부북일기는 북방으로 복무하러 1년간 올라간 경험을 쓴 일기인데, 여기에 함경도 군관들이 회령부사와 함께 명승지에 같이 간 일이 적혀 있음. 이때 토착군관들은 신이 나서 말 타고 소리지르면서 달려나갔다고 함. 반대로 양반 출신인 출신군관들은 체면 때문에 동참하지 않았음.


그리고 함경도 변방의 토착군관들은 개시 무역에 동참해서 짭짤하게 수익을 거두기도 했음. 이때 청나라 상인들 비위를 많이 맞춰 주었다고 함. 아무래도 그 지방에 오래 살면서 청나라 사람들하고 무역하는 게 돈이 된다는 걸 아니까 그랬을거. 반면에 출신군관들은 유교적 사명 때문에 바로 몇 년 전에 쳐들어와서 뒤집어엎은 청나라 놈들에게 토착군관들이 아부떠는 게 꼴받았나봐.


그래서 출신군관이었던 박취문은 이때 토착군관들을 보고 '호반적자' 그러니까 '오랑캐 밥 빌어처먹는 새끼들'이라고 욕을 했음. 토착군관이 이걸 듣고 열받아서 박취문을 군관청에서 내쫒았는데, 오히려 회령부사가 박취문 편을 들고 다른 고위공직자들도 그랬다고 함. 이번엔 반대로 박취문을 내쫒은 토착군관이 곤장 맞고 해임당했고.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은데, 하나 꼽자면 변방 복무 중인 무관들 사이에서는 술자리에서 시를 읊는 게 딱히 일반적이지 않았다고 함. 일기 주인공 박취문이 딱 한번 시를 지었을 때도 다른 무관들은 안 지었음. 오히려 무관들은 시끄럽게 노래 부르는 걸 더 좋아했다고 함. 또 한번은 군관 대 기생으로 편 갈라서 활쏘기 대결도 했다고 하고.


그 외에도 우리 불쌍한 쏘가리 박취문이 일 잘한다고 너무 총애한 병마사(사단장)께서 친히 복무 기간을 연장시키고 조총 제작소에 보내버리니까 박취문이 울면서 하소연했던 기록도 있음. 위에서 까라면 까야 되니까 결국 280정 가까이 만들었음. 불쌍한 점은 그 사이에 전입 동기인 군관은 전방 복무 마치고 집 갔음.


먼가 되게 낮익은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소개해봄


출처는 '군관일기 - 17세기 함경도 변방에서의 일년 -' 임. 재밌으니까 한번 사보셈. 창작물에서 조선군 변방 군복무 장면 연출하고 싶은 사람들한테도 강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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