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전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사용자를 배려를 안 했냐. 그건 아님.

다만 소련은 사용자를 배려하기에 앞서 무지막지한 영토의 크기, 적백내전 이래 늘 소련의 기저를 지배한 양면 포위 의식, 유물론적 변증법에 근거란 양질전화 때문에 군대의 규모를 크게 유지하려고 했음. 그 때문에 전차는 일단 만들기 시작해서 많이 만들어야 했음.

그래서 1970년대 T-64와 T-72가 본격적으로 개발 및 배치되기 전까지 오히려 서방과 비교하면 매우 단순하게 만들어졌음.

거리측정? 그냥 포수 조준경과 포수 눈으로 하면 됨.
전차는 그냥 무한궤도 굴리며 전진하고 대포 쏘는 물건이었음.

소련 전차가 당대에 보여준 문제 같은 건 기계적 복잡성보다 작아서 거주성이 별로라는 거였음.

오히려 복잡한 건 서방제 전차들이었음.

양안 광학식 측거의와 기계식 계산기를 결합한 화기관제장치를 본격적으로 탑재하면서 당연히 먼 거리를 정확히 쏘기에 좋았지만 소련이 당대에 사용한 목측식 조준경보다 당연히 더 복잡했음.

그러면 언제부터 문제였을까?

아날로그의 시대가 점점 저물고 디지털의 시대가 오기 시작하면서 서로 가는 길이 확 틀어지게 됨.

소련은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을 반기기도 했음. 광학식 측거의에 기반한 화기관제장비와 비교하면 레이저 거측기에 기반한 화기관제장비는 확실히 쓰기도 간편하고 만들기도 간편하기 때문에 소련이 T-72를 열심히 만드는 동안에도 그들을 받쳐줄 구식 전력(T-55, T-62)들을 개량하면서 꼬박꼬박 레이저 거측기는 달아줬음. 그러면서 겸사겸사 레이저 빔라이딩 포발사 미사일 운영능력 추가해줬음.

하지만 소련은 반도체의 집적도 개선, 그로 인한 연산 능력 개선 등에서 서방과 비교해서 꾸준히 밀리고 있었음. 그들도 나름대로 집적회로 정도까지는 개발해서 함정용 화기관제장비에 적용한다든지 정도까지는 해내고 있었지만 전투기, 특히 전차 같이 무지하게 생산량을 뽑아내야 하는 물건에까지 고성능에 신뢰도 높은 디지털 장비를 탑재할 수 없었음.

이러다 보니 서방제 전차와 소련제 전차의 화기관제장비 간의 성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됐고 지금까지 그게 이어지고 있는거임.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안정되면서 만든 것 중엔 괜찮은 물건들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서방 기업의 협력과 그들이 만든 부품이 있었음.

그래서 어떤 면에선 비슷한 테크트리를 탔던 중국과 비교하면 그래도 밀덕들 사이에선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이 적어도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있었는데 2010년대가 넘어가면서 빈말로라도 중국 전차가 허접이라 말할 수 없게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