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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었지...... 조국이 해방됐으니까. 우리 땅... 그런데 우리 병사들을 못 알아보겠는 거야. 다들 완전히 딴사람이 돼 있더라고. 얼굴에서 웃음들이 떠나질 않았어. 셔츠도 깨끗한 것들로 말쑥하게 같아입었고. 또 어디서들 구했는지 손에 꽃까지 들고서 그렇게 행복해할 수가 없었어.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지.

나는 우리가 독일 땅을 밟더라도 놈들에게 동정심을 품는 일 따위는 없을 줄 알았어. 독일인이라면 그게 누가 됐든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 나는 놈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쓰라린 상처들로! 왜 내가 놈들의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야 해? 왜 나는 놈의 어머니를 안됐다고 여겨야 하지? 왜 나는 놈의 집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 거냐고.

놈들은 불쌍히 여기지 않았는데 .... 놈들은 서슴없이 우릴 죽였는데... 불을 지르고..... 그런데 나는? 나.... 나.... 나는.... 왜? 대체 왜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놈들의 아내를 보고 싶었어. 그런 아들들을 낳은 놈들의 어머니도 궁금했지. 놈들의 아내와 어머니들은 우리 눈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그들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싶었어....

나는 생각했어. '독일 땅에 들어서면 내가 어떻게 나올까? 우리 병사들은?' 우린 놈들이 한 짓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어떻게 참아낼 수 있을까? 그 분노를 다스리려면 얼마만큼의 자제력이 필요한 걸까?

한 마을에 도착했어. 아이들이 나와 노는데, 많이 굶은 것 같고 딱해 보이더라고. 아이들이 우리를 무서워하면서..... 슬금슬금 숨더군..... 그런데 내가, 놈들을 그토록 증오하던 내가.... 어떻게 한 줄 알아? 독일 아이들에게 먹을 걸 나눠준 거야. 그것도 우리 병사들한테 부탁까지 해가며. 전투식량 남은 거고 설탕 조각이고 다 모아서 아이들에게 줬다니까.

당연히 놈들이 한 짓을 잊은 건 아니었지... 오히려 낱낱이 기억하고 있었는걸. 하지만 굶주린 아이들의 눈을 태연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더라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이 주방 근처에 길게 줄을 섰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수프와 빵을 나눠줬지.

아이들마다 어깨며 허리춤에 빵 담아갈 자루, 수프 담을 깡통. 죽이나 완두콩 요리 담을 그릇 같은 걸 줄줄이 차고 있었어. 우리는 아이들을 먹이고 치료도 해줬어. 아이들을 쓰다듬어도 주고.... 처음에 얼떨결에 쓰다듬고는..... 기겁을 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세상에, 내가! 독일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니... 심장이 떨리고 입안이 바싹 타들어가더라고. 하지만 곧 아이들에게 익숙해졌지. 아이들도 우리에게 익숙해졌고....

- 소피야 아다모브나 쿤체비치, 위생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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