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아프가니스탄전쟁 유족, 참전자 경험담 묶은 아연소년들
이라는 책인데 인상깊어서 적어봄 장문주의...
ㅡ아들은 키가 작았어요. 여자애처럼 작게 태어났죠. 몸무게 2킬로그램에 키는 30센티미터였어요 안아주기도 조심스러웠어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어요
ㅡ아들, 나의 작은 태양
아들은 거미말고는 무서워하는게 없었어요 한번은 아들이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어요 마침 아들에게 외투를 새로 사준 참이었죠 그때 아들이 네살 쯤이었을거예요
나는 아들의 새 외투를 현관 옷걸이에 걸어두고 부엌으로 갔어요. 그런데 좀 있다가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폴짝, 폴짝, 폴짝, 폴짝' 그래 얼른 달려나가봤죠 세상에, 현관이 개구리들로 가득한거예요. 전부 우리 아이 외투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거더라구요. 아들은 그 개구리들을 열심히 주워모으고 있고요.
ㅡ엄마, 하나도 안 무서워요, 얼마나 착한데요. 그리고는 개구리들을 다시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어요.
ㅡ아들, 나의 작은태양
아들은 장난감 무기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탱크, 기관총, 권총 같은것들을 사다줬죠. 아들은 장난감 총을 옷 위에 차고 집안을 행진하곤 했어요.
ㅡ 나는 병사다 나는 병사
ㅡ 아들, 엄마의 작은 태양 좀 얌전한 놀이를하고 놀면 안될까
ㅡ 나는 병사인걸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게돼서 정장 한 벌을 사주려는데 맞는 옷을 구할수가 없었어요. 뭘입혀봐도 아이가 옷속에 푹 파묻혔거든요.
ㅡ아들, 나의 작은 태양
아들은 군대에 불려가게 됐어요. 나는 우리 아들이 죽지않게 해달라고 기도한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맞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우리 아들보다 힘센 다른 병사들이 아들을 못살게 굴까봐 두려웠어요 아들은 정말 작았거든요 아들이 그러는데 칫솔로 화장실을 청소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팬티를 빨게 할 수 도 있다더라구요 나는 그게 걱정됐어요 아들이 편지에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엄마, 아빠, 여동생, 가족 모두 사진을 보내주세요. 곧 발령지로 떠나요"
어디로 떠나는지는 쓰지 않았어요. 두 달이 지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편지가 왔어요
"엄마 울지마요 우리 방탄복은 믿을만해요"
ㅡ나의 작은태양 '우리 방탄복은 믿을만해요'
아들이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한달만 있으면 제대할 참이었죠 아들이 돌아오면 주려고 셔츠 몇벌과 목도리, 구두를 미리 사뒀어요 지금도 그대로 장롱안에 보관돼 있어요 땅에 묻을 때 입혀줬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직접 입혀주고 싶었지만 관을 못 열게 하더군요 아들을 내 눈으로 보고 만지고 싶었는데 아들 키에 맞는 군복이 있었을까요? 아들은 뭘 입고 무덤속에 누워있을까요?
군위원회에서 나온 대위가 맨 먼저 우리집을 찾아왔어요.
―어머니,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우리 아들은요?
―여기, 민스크에 있습니다. 지금 데려오는 중입니다.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아들, 나의 작은 태양!
나는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쥐고 대위에게 달려들었어요.
―왜 너는 살아 있고 우리 아들은 아니지? 너는 이렇게 건장하고 이렇게 건강한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조그만데…… 너는 어른이고 우리 아들은 아직 아이라고. 왜 당신은 살아 있는 거냐고?
관이 도착했어요. 나는 관뚜껑을 두드리며 아들을 불렀어요.
―아들, 엄마의 작은 태양! 아들, 엄마의 작은 태양!
지금은 아들을 만나러 무덤으로 가요. 묘비 위로 털썩 쓰러져 묘비를 꼭 껴안죠.
―아들아, 나의 작은 태양아……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거길 갔을까요?
놈들이 박격포를 발사했어요. 포탄이 곧장 내 가슴을 향해 날아왔지만 다행히 재빨리 기관총으로 응사한 덕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팔 하나는 포탄에 그대로 관통당했고 다른 팔은 포탄 파편들로 뒤덮였죠 뭔가 아주 부드럽고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고통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내위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쏴! 쏘라고!" 그래서 방아쇠를 당겼어요. 그런데 기관총이 조용한거예요. 봤더니 내 팔이 아래로 축 처져 덜렁거리고 온통 까맣게 탔더라구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손가락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의식은 잃지않았어요 차량에 함께 탔던 다른 병사들과 차량에서 기어나왔고, 동료들이 나에게 지혈대를 갖다 댔어요. 걸어보려고 두 어 걸음 옮기다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죠. 피는 한 1리터 반정도 쏟았을거예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ㅡ우리는 포위당했어...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가 말했어요.
ㅡ이 녀석은 버리고 가야 해, 안그러면 우리 다 죽어.
내가 사정했어요
ㅡ나를 쏴...
한 명은 즉시 그 자리를 떴고, 다른 한명이 자동소총의 방아쇠를 당겼어요. 하지만 아주 천천히요. 그렇게 천천히 당기면 탄창이 뒤틀릴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정말 탄창이 휘어버렸죠
그러자 그 병사가 소총을 내던지며 말했어요
ㅡ 못하겠어! 자, 직접해!
나는 자동소총을 내쪽으로 끌어당겼어요. 하지만 한 팔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죠.
그래도 운이 좋았어요. 거기에 작은 골짜기가 있어서 골짜기 안의 돌 무더기 뒤에 몸을 눕힐 수 있었거든요 반질반질 매끄러운 커다란 왕바위 하나가 내 몸을 가려줬어요 두시만들이 바로 옆으로 지나다녔지만 발각되지 않았죠.
문득 '만약 놈들에게 발각되면 그 즉시 어떻게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돌 하나를 더듬어 찾은 후 내쪽으로 끌어당겨서 크기를 가늠해봤어요
다음날 아침, 나는 아군병사들에게 발견됐어요. 나를 발견한 이들은 지난밤에 나를 두고 꽁무니를뺐던 그 병사 둘이었어요. 두사람은 방한외투로 들것을 만들어 거기에 나를 눕혀 데려갔어요, 보아하니 그 둘은 내가 지난 밤 일을 보고할까봐 겁을 집어먹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나로선 이미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대에 눕혀졌어요. 외과의가 다가왔고 "절단수술..." 이라는 말이 들렸어요 의식이 돌아오자 팔이 하나 없다는게 느껴지더군요
병동엔 다양한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어요 한 팔을 잃은 사람, 두 팔 다 잃은사람,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 그들은 남몰래 소리죽여 울거나 술에 취해 있었죠 나는 왼손으로 연필잡는 법을 연습했어요
이북으로 사서 보는중인데 책이 잘 안넘어감...
... - dc App
숨을 못 쉬겠다 진짜 - dc App
슬프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네
힘들면 쉬어가면서 봐야 함 남의 트라우마 들여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냐
어우... - dc App
아연 소년들이란 게 아연도금강판으로 만든 관을 말하는 건가
https://en.wikipedia.org/wiki/Zinky_Boys
맞는듯
정확히는 그 관에 담긴 전사자들
진짜 이분은 전쟁의 ㅈ같음을 너무 잘표현함. 번역된건데도 이런데 원문은 어떨거여 ㄷㄷㄷ - dc App
손도끼도 올리자 - dc App
첫문단부터 그냥 애도 아니고 대놓고 갓난아기 죽음을 암시하네...
여기서 가기싫은사람 한발자국 앞으로 나오라고 하고 발로차서 밀어넣었다는게 계속 기억에 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