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는 한미 합동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대응훈련을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전쟁 준비 물자가 소모된다. 한미 합동훈련은 그 존재만으로도 북한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북한 군부는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틈만 나면 외무성에 합동훈련을 중지시켜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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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하의 대응훈련이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유럽에서 핵전쟁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스웨덴에 가서 터널 공법을 배워오라고 한 적이 있다. 1997년 10명으로 구성된 북한군 갱도(터널)전문가 대표단이 스웨덴을 방문했다. 대표단과 함께 핵전쟁 준비용 터널을 돌아보면서 놀랐다.


 전쟁 위협이 거의 없는 스웨덴에는 전 국민이 대피할 수 있는 터널(지하 대피소)이 갖춰져 있었다. 터널 안에는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 학교, 병원, 탁아소 등 후생시설까지 구비돼 있었다. 배풍(환풍) 장치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습기가 전혀 없었다. 며칠 동안 스웨덴의 터널을 돌아본 대표단의 기색은 매우 어두워졌다. 그들의 이야기다.


 "조선과 스웨덴의 전쟁용 터널 건설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조선은 터널 입구부터 중심까지 통로가 직선이다. 그래야 수많은 피란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혼란에 빠지거나 압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 터널은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90도로 꺾어지고 이런 식으로 중심까지 지그재그 식으로 연결된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핵 폭풍의 피해가 가장 극심하다. 이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터널 통로를 지그재그 식으로 만들어 폭풍의 압력을 줄이는 것이 맞다."


 간단한 차이인 것 같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6.25전쟁 때 미군 폭격에 피해가 엄청났던 북한은 전후 당의 전국 요새화 방침에 따라 수많은 터널을 건설했다. 핵심 군수공업과 주요 장비, 군의 지휘시설과 통신시설 등을 터널 속에 몰아넣었다. 대표단이 귀국한 후 북한은 스웨덴 방식으로 터널 건설 공법을 변경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발생했다. 전시 상황에서는 터널 전술이 여러모로 유효하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적 수준이나 에너지 사정으로는 터널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정전이 되면 환풍기가 돌아가지 않아 통신장비 등 주요 시설에 녹이 슬었고 병사들은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다. 준전시 상태가 선포되거나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하게 되면 인민군 대부분이 터널 생활을 해야 한다. 그 부담과 고통이 대단히 크다.


 북한군 관계자는 터널의 환풍 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모든 장비들이 녹이 슬 것이라고 걱정하곤 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군의 터널에 의지한 전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때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의 에너지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다. 그 세월 동안 북한군 장비가 얼마나 녹이 슬었을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출처: ㅌㅇㅎ 증언 3층 서기실의 암호, 기파랑, 2018년, ㅌㅇㅎ 저, 407~4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