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전, 세상의 모든 바다를 격자로 나누고 자기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싶어했던 사람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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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되니츠.

원래도 독일 해군은 전투 구역 지정 등을 위해 격자로 구역을 정해놓은 게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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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였음.

근데 이걸로 성에 찰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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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구획을 다시 세분화해서 번호를 부여함.

그렇다고 이것만 갖고 원거리에서 실시간 전투 지휘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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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고 이걸 준비했어요.

되니츠는 에니그마의 암호화 능력을 매우 신뢰했고(신뢰할만하긴 했음. 당대 기술로는 가장 빠르고 쉽게 암호화해서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 하루에 전투가 없더라도 꼬박꼬박 암호문으로 상황 보고를 하도록 했음.

이를 바탕으로 되니츠의 전투지휘실 벽 한 면에는 주전장인 북대서양 대형 지도를 붙여두고 색깔 있는 핀으로 현재 배치된 잠수함의 위치를 하나 하나 표시함.

사실상 매일 몇 시간에 한번씩 업데이트되는 워게임 지도를 몇년 동안 굴린 셈이고 늑대떼 전술에 기반한 잠수함 집중 배치 및 그에 따른 성과는 이를 바탕으로 얻은 거였음.

하지만 되니츠의 일견 강박적인 명령형 지휘 체계는 곧 파멸을 맞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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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에니그마 소년, 내 이름은 간지폭풍 봄브라고 한다.

되니츠의 에니그마 기반 명령형 지휘 체계는 개별 잠수함 통신 부서의 과부하을 필연적으로 수반했고 이 과부하는 에니그마에 기반한 암호 통신에 빈틈을 만들었음. (가령 복호화 키를 AAAA, ABCD 같이 매우 단순하게 만든다든지...)

이런 빈틈이 한 두 건이면 묻히겠지만 북대서양에 나간 30척에 가까운 잠수함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 따위로 통신을 한다면?

이 때문에 블레츨리 파크가 봄브를 만든 이후 1942년 독일 해군이 로터리를 기존의 3개에서 4개로 늘린 M4 에니그마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반년 정도의 기간을 제외하면 쉴새없이 잠수함들이 알아서 쌓아주는 데이트베이스를 바탕으로 암호문을 해독해서 대잠 작전에 요긴하게 써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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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그마 M4

되니츠는 죽을 때까지 자기 부하들이 개죽음 당한 게 에니그마가 털려서, 근본적으로 본인 때문이란 걸 알지 못했음. 그저 사령부에 첩자가 문제라 여겼고 방첩 부서의 인원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음.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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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한테 미안하구만 허허...

(빌헬름 카나리스는 카를 되니츠에게 해군 5년 선배뻘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