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전은 참호전이 아님. 소모전은 기동전의 반댓말도 아님. 소모전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개념도 아님. 


왜 이런 오해가 발생했느냐? 솔까 냉전 시절 미군 잘못이긴 한데,


얘네가 베트남전에서 씨게 데이고 왜 승리하지 못했을까 전훈 분석을 했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면서부터 생긴 오해임.


이 당시 결론을 거칠게 설명하면,


1. 우리 미국은 전통적인 대량의 화력을 운용하는 소모전을 제일 잘했다.


2. 근데 왜 한국전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지?


3. 그 동안 우리가 잘하는 소모전만 하느라고 전쟁의 본질이 빠른 승리라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구나!


4. 빠른 승리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5. '기동'을 통해 '결정적인 전투'로 적의 주력을 단숨에 분쇄하고 전쟁 수행의지를 빠르게 꺾어 단기 결전을 해야겠구나


6. 우리는 소모전을 하느라고 베트남에서 쳐발렸지?


7. 그럼 패전한 전쟁에서 사용된 소모전 교리 = 후진적인 사상, 빛나는 교환비를 가져다준 기동전 = 좆간지나는 우월한 사상이네?


이게 한동안 대가리 속에 박혀서 소모전은 구시대적인 케케묵은 참호전으로,


기동전은 나폴레옹과 독일 기갑부대 전격전의 간지나는 전쟁 수행 방식이라는 인식이 깔리고


공지전, 항공전역 개념이 등장하며 그런 인식이 점점 군 내부에 확산 되었으며


그 교리로 수행된 92년 데저트 스톰이 '기동' + '결정적인 전투'로 대박치고 영원한 정석으로 남아 현대전의 교과서가 되며 대중적으로도 인식이 굳어진 탓이 큼.


그런데 실제로 기동전이 소모전보다 우월한 사상이냐? 교리화 된 내용이냐? 아니 그건 그냥 소모전의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임.





베트남 전쟁의 소모전이 화력거점과 전략촌을 중심으로 요새화 된 기지에 짱박힌 상태로 지리하게 이어진 수색&소탕


소모전으로 널리 대표되는 1차 세계대전의 전쟁 수행 방식이 참호전으로 나타나다보니


대체로 소모전 = 참호전 등식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목적과 도구를 혼동하면서 나오는 오해임


소모전은 기동전과 대척점에 있는 교리도 아니고 정확하게는 교리화 된 개념조차 아니며, 누군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거나, 반드시 피하려고 애써야 하는 개념도 아님.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름부터가 '소모'라는 것에서 나타나듯이 대량의 자원과 병력을 소모하면서 상대의 전쟁 의지가 먼저 꺾일 때까지 존나게 버티고 갈구는 형태가 소모전임. 


오히려 정확한 개념이라고 한다면 '모든 전쟁은 소모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음. 전쟁은 참가자의 수행 의지가 완전히 꺾일 때까지 하는 싸움이니까.


여기서 급발진하면 걸프전 같은 한쪽에게 대량의 일방적인 소모를 강요한 사례도 극단적인 소모전의 한 형태로 정의하지만,


통념적으로는 이런 결정적인 전투 한두번만 벌어지는 단기결전 형태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의 전쟁 수행 의지가 박살 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그 결과로 대량의 자원을 갈아먹는 전쟁의 형태를 소모전이라 정의 함.


2차 대전 동부 전선이나 태평양 전쟁도 소모전이라고 볼 수 있고, 한국전, 이란-이라크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간전 등등도 이런 형태의 전쟁이었음.


그리고 그 소모전의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되는 게 참호전, 기동전, 게릴라전, 전략폭격 같은 거임.






이런 오해 깨닫고 용례를 바로 잡기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부터 양안전쟁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발생한 일임.


근본적으로 대중국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대만 병합을 단기결전으로 가져가려는 중국의 의도와 목적을 분쇄하는 것임.


도련선 안의 중국군을 상대로 미국과 동맹국이 더 이상 질적, 양적 우위를 가져갈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함.


본토를 중심으로 내선에서 움직이는 중국군을 대상으로 외선에서 움직이는 미군이 기동전에서 우위를 점하기엔 기동으로 우세한 상황을 그릴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도 존재함.


이런 상황에 미국과 동맹국들의 함대나 군대가 기동과 결정적인 전투 몇 번으로 짱깨를 모조리 도륙내고 단기결전을 이끈다? 이건 정확히 독일이 소련 상대로 해봤던 짓임.


그렇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는? 최대한 병력을 분산시키고 치명성을 높이며 역 A2AD를 걸어 중국이 단기결전 낼 수 없도록 소모전으로 이끄는 것임.


한때 EBO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소수 + 고가 첨단 무기에 집중하면 더 적은 수량으로 대량의 재래식 무기를 대체할 수 있고 그게 더 저렴하다는 개념을 봤을 거임.


대표적으로 SEAD 작전을 위해서 재래식 전투기 편대 수십 소티가 필요하지만 스텔스 전투기는 겨우 몇 소티로 해결할 수 있다던가


아니면 2차 대전 때 목표 하나를 파괴하기 위해 소비하던 재래식 폭탄의 개수와 정밀 폭탄의 개수를 비교한다던가


하지만 최근의 대만과 미국에 대한 권고사항은 완전히 바뀌어서 고가의 첨단 무기 + 대량 소모가 가능한 저가의 적당한 무기로 하이 로우 믹스 구성을 권고하고,


드론과 미사일, 탄약 등의 대량 생산 + 대량 소비 체제 확보, 함선 건조 능력의 확보, 분산된 치명성 등등을 강조하는데 이게 전부 이 소모전에 대응하기 위한 개념임.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취해야 할 태도를 찾다보니, 과거에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걸 바로잡기 시작한게 소모전이라는 개념임 





결국 '장기간에 걸쳐 자원을 소비하며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다.'는 목표를 놓고 다시 바라보면 이전의 전쟁을 이해할 수 있음.


압도적인 군사력과 기술력, 교환비로도 전쟁 수행 의지가 무너져서 결국 패퇴 한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


그렇게 많은 '기동전'과 '결정적 전투'가 벌어졌지만 결국 기동전 또한 적의 소모를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 동부전선처럼


'교환비', '전선의 교착 상태', '기동의 유무', '첨단 기술', '병력 우위', '자원이나 생산력 우위'가 반드시 소모전과 대척점에 있거나 특별한 승리 공식이 되는 것도 아님


대만을 상대로 단기결전을 준비하는 중국과, 그런 중국을 소모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역 A2AD를 준비하는 미국과 동맹국처럼


'소모전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개념도 아니고 우리도 필요에 따라 적에게 강요해야 하는 개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