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눈 앞에 두고 통일의 꿈은 스러졌다.
북진은 멈추었다. 11월 30일 사단의 철수명령이 내려졌다. 중공군이 개입한 것이다…중략…밤하늘을 보며 천근같이 무거운 발길을 옮기다가 나는 얼마 전 송요찬 사단장(수도사단)이 내게 한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내게 저 달이 질 때까지 진격하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파죽지세로 북진하고 있던 어느 날, 아마 10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하루의 힘겨운 진격을 끝내고 야영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단장 송요찬 장군이 그 곳에 나타났다.
"여기 지휘자가 누군가?"
"네. 제11중대장 김종민 중위(글쓴이)입니다." 그는 물집 더덕이가 된 발을 치료하다가 맨발로 일어서서 경례를 붙이고 있는 나에게 때마침 동천에 걸려 있던 초승달을 가르치며 "저 달이 질 때까지 진격하라"고 명령했다.
어이가 없었다. 오늘 100여 리 길을 행군해왔는데 또 날이 샐 때까지 계속 북진하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내 입에는 미소가 스쳤다. 이 시적인 명령이 본명보다는 '석두장군'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놀라움에서였다.
그런데 사단장의 그 멋진 진격명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지금, 우리는 마치 동토에서 패퇴하는 독일군의 눈길 행렬을 방불케 하는 행군을 하고 있지 않는가.
김종민, 대전쟁, 동아E&D(2010), p154~155
저자는 당시 수도사단 8연대를 시작으로 18연대(현 3사단 진백골연대이지만 중공군이 개입할 당시엔 수도사단이었음)에 배속되어 참전한 회고록을 썼는데 북진, 그리고 후퇴할 때의 감정이 느껴져서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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