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서는 처참한 아군의 희생이 매일 벌어졌다. 솜털이 얼굴에 나있는 신병과 학도병도 기꺼이 고지에 올라 적과 싸우다가 세상을 등졌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주 많은 노무자들도 전선의 병사들에게 밥과 탄약을 날라주다 목숨을 버렸다. 후방에서도 조병옥 박사처럼 분투를 보이는 대한민국 사람도 아주 많았다. 그런 피어린 노력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위기의 깊은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면서 들은 풍문으로는 믿고 싶지 않은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일부 군인들의 탈선도 있었다. 그보다는 부산에서 밀항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 자극적이었다. 대한민국의 패망을 미리 짐작해 제주도와 일본으로 먼저 건너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의 소개에 따르면 부산을 빠져나가 일본으로 가는 밀항은 당시에 ‘돼지몰이’로 불렸다고 한다. 밀항 주선 비용은 1인당 50만원에서 시작했다가 100만~150만원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선박 임대료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호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정부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위기에서 먼저 제 목숨만 건지려고 들었던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출처: 백선엽의 6.25.징비록-軍은 어떤 존재인가 2권, 백선엽 저, 유광종 정리, 책밭, 2016년, 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