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당국의 특이한 동향이 감지된다. 한국을 부를 때 그동안 사용해 온 ‘괴뢰한국’이 아닌 ‘한국’으로만 하라고 대내외에 지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하순부터 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에서 ‘괴뢰한국’이라는 용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북한에서 ‘괴뢰’라는 용어는 한국을 ‘미제의 꼭두각시’라고 멸시하는 표현이다. 그 기저에는 ‘적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대상’, 즉 ‘한민족’이라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이 표현의 삭제는 단순한 수사적 변화가 아니라, 지난해부터 대남 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그 함의를 들여다봐야 한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국이자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했다.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 전반에서 ‘통일·동족’ 개념을 완전히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김정은의 지시 이행을 위한 다방면의 조치들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통일전선부를 비롯해 과거 남북대화와 교류 업무를 담당하던 기구들을 해체, 개편했다. 김정일 시기에 만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데 이어, 남북 협력의 상징인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도 일거에 폭파해 버렸다. 지금도 전방 일대에 국경 장벽을 쌓으면서 우리를 ‘철저한 타국’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북한이 ‘한국과의 완전한 결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괴뢰’ 용어 사용을 중단토록 한 것은 3가지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