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사먹지 않았다. 지출 방식이 문제였다
노 전 대통령 말처럼 우리 군인들이 국방비를 떡 사먹는데 다 썼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군은 수십년 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전력증강을 지속해왔다. 그럼에도 군이 북한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확보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 지출과 정책 기획 방식 때문이다.
군에서는 예산 지출 및 정책 기획 과정에서 위협기반(threat based)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위협기반 방식은 내가 상대해야 할 적을 설정하고, 적의 무기체계와 군 구조 등을 파악해 그보다 우수한 군대를 만드는 개념이다. 주기적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새롭게 입수한 정보를 반영해 적의 위협 요소를 다시 식별하고,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면 그에 대응하는 전력증강 사업을 실시한다. 우리 군도 키 리졸브(KR)를 비롯한 가상 워게임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준을 측정하고 전력 증강 요소 식별에 활용한다.
위협기반 방식은 군 당국자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적과의 1:1 비교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투자와 정책 기획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이 적의 위협뿐이라 국민들에게 투자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쉽다. 적군에 비해 아군의 전력이 열세이므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을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비호 박합대공화기체계가 공중의 표적을 형해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다. 육군 제공위협기반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적의 위협이 변화하면 아군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패턴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적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하기 어렵다. 남북간의 군사력 경쟁 역사를 살펴보면 위협기반 방식의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전차를 도입하면 기갑부대를 늘리고, 자주포를 배치하면 자주포를 대량생산했으며,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 탄도미사일과 탐지 요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북한의 전략을 쫓아가는 추격자 역할에 머물다보니 군은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북한보다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역설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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