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떠들썩했던 전쟁위기를 기억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김정은을 모욕하고, 김정은은 그에 대한 화답으로 더욱 강한 도발을 자행하면서 언제 그칠지 모르는 강대강 대치가 끝없이 이어지던 상황 말이다. 그랬던 두 나라가 지금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회담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했으며 북한은 한국전쟁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 양측이 얼마나 진실되게 대화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무도 전쟁이 일어날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 평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누구는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주선한 한국의 외교 덕분이라고 한다. 누구는 미국의 지속된 압박과 제재로 인해 북한이 더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누구는 북한이 필요한 모든 것을 성취했기 때문에 더이상 대치구도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설명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결국 아무도 진짜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북한과의 전쟁은 분명 한 가지 옵션이었지만, 매우 비싼 옵션이었다. 특히나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작년 7월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직접 접하고 있는 한국에게 북한과의 전쟁은 더욱 값비싼 옵션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가장 극심한 손해를 입을 당사자는 북한이었다. 설사 전쟁이 벌어졌을 때 북한이 한국과 일본, 미국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더라도, 그들의 전쟁 의지를 꺾지 못하는 한 북한의 파멸, 특히 김정은 그 자신의 죽음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과연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걸까? 제프리 루이스는 이 소설을 통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설사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 행동을 하더라도, 불충분한 정보와 소통 부족,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가 합해진다면 모두가 피하려 하던 전쟁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빠져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2020년 북한이 남한과 일본, 미국에 핵공격을 가하는 가상의 미래에서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설치된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 내에서 제프리 루이스는 이 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으로서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했다. 실제 현실세계의 제프리 루이스 역시 유명한 북핵·미사일 전문가로, 2018년 현재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을 맡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제프리 루이스는 자칫 비현실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그 누구보다도 설득력있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에 현실감을 더해주는 또다른 요소가 있다. 제프리 루이스는 자신의 상상력만을 동원해 소설을 쓰지 않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래의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거나, 과거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질 뻔 했거나, 과거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한 사건 중 현실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연관된 부분은 따로 소설 뒤에 위치한 장문의 주석에 일일이 출처를 밝혀 해설해 놓았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현실을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지금 현실에서도 그 자리에 앉아있는 실존인물들이지만, 2년 후 이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떼 와서 지금 현재 현실의 뉴스에 집어넣어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소설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 간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제프리 루이스는 소설 속에서 트럼프 특유의 트위터 화법마저도 매우 그럴싸하게 재현해 놓았다.
소설 중후반부에 나오는 핵폭발 직후의 참혹함을 묘사하는 생존자 증언 부분은 약간 식상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이런 류의 핵전쟁 재난 소설을 약간이라도 읽어 본 적 있다면 더욱 그렇다. 당연한 일이다. 소설에 나오는 경험담은 사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생존자의 증언을 약간 각색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알고 나서 다시 본다면 식상하게 느껴졌던 묘사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프리 루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쓴 이유로 자신이 상상이 아닌 실제 핵무기의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되, 배경과 인물만 바꿔서 독자들이 이를 먼 곳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쉽게도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도시가 공격받는 상황이 그리 크게 와닫지는 않지만, 소설 중반에 서울과 부산이 핵공격을 받은 상황의 묘사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충분히 통한다.
물론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해서 소설 속의 미래 사건들을 보다 설득력있게 뒷받침한 것은 분명 효과를 거뒀지만, 그 대신 소설이 다소 설명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몇몇 부분은 소설의 전개를 위한 설명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소설 전개를 정당화하는 자기방어 차원의 설명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부분이 많지는 않아서 소설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씩 읽는 도중에 몰입을 깨뜨리고 불필요한 설명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특히 이 소설이 위원회 보고서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몇몇 등장인물의 묘사가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 정부 내 인물들은 이성적 판단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상황이 묘사되기도 한다. 이 소설이 미국 내 위원회의 보고서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비판이 미국 정부에 집중되는것 자체가 불합리하지는 않지만, 소설 속이 묘사된 일부 인물들의 행동은 실제 인격보다는 대외적인 스테레오타입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엔 그야말로 언론과 트위터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막나가는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묘사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중국에 핵공격을 하라고 명령하면서 이를 말리는 부관한테서 핵가방을 빼앗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는 묘사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태평양 건너편의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미국인만의 자기네 대통령에 대한 특유의 감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문제점은 아니지만 밀덕들이 유독 목숨을 거는 군사 고증면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대부분의 미국, 북한, 한국의 군사적 묘사는 상당히 정확한 편이지만 저자의 전공 분야인 핵·미사일과 관련되지 않으면 다소 의아한 묘사가 한번씩 나온다. 국군 미사일사령부 기지가 백령도에 있다거나(사실 진짜 있을수도 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없다), 국군이 북한의 드론 공격에 무방비하다거나(적어도 저자가 참고한 2017년까지는 일부나마 사실이었지만 소설의 배경인 2020년까지도 그럴까?) 하는 것들이다. 사실 제프리 루이스 역시 이를 어느정도 깨닫고 있었는지, 밀덕들이 흥분할만한 북한을 쳐부수는 한미연합군 같은 군사적 묘사는 거의 없고 북한의 핵공격과 그에 의한 피해에 집중하고 있다. 소설의 형식부터가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보고서라는 설정이니 딱히 문제될것은 없지만, 군사적 묘사에 치중하는 밀리터리 소설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가치가 줄어드는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대부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토대로 미래의 사건을 재구성했으며, 납득하기 힘든 등장인물 묘사 역시 그 인물의 현실에서의 실제 발언이나 그에 대한 언론보도에 기반하고 있어서 근거가 없다나 비현실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소설의 표지에서도 적혀있듯이 speculative novel이라는 정체성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북핵 사태에 관심이 많은 사람, 핵전쟁의 위험성과 참혹함을 현실적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 꼭 밀리터리와 관련되지는 않더라도 고증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하다. 물론 영어라는 최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줄거리 요약도 쓰려고 했는데 밑도끝도없이 길어져서 관둠
무식한 이과놈에게 감상문 쓰기는 너무나도 고되고 힘든 난관인것
추천 먹어라
올라가려무나 - dc App
념글 가라
미국 본토로 ICBM 13발이 날아드는데 GBI따위로 6발씩이나 떨궜단 것부터 심각한 고증오류인 것
파는 책이냐?
아마존에 있음
뭔가 했더니 소설;;
진짜 보고서인줄 ㅡㅡ
한미와 북의 현실 전력차가 너무 심해서 일방적이지 않은 전개를 내려면 자연히 설명이 많아 질수밖에
전쟁은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그에 대한 설명도 별로없음
문제가 되는 부분의 예를 들면 그냥 트럼프는 북한 미사일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면 될걸 몇년도에 트럼프가 무슨 발언을 했고 또 몇년도엔 트럼프 측근이 뭐라고 했으며 몇년도에는 정보기관에서 북한 미사일 수준에 대한 경고를 했지만 백악관에서 묵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다는 등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읊는거
ㄴ오 그건 또 나름의 컨셉이 잘 잡혀있는듯. 의회보고서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쓸 순 없지 진짜 보고서나 역사논문처럼 정부관료의 의도나 심리를 유추할수 있는 언행으로 대체하는것
트럼프는 러시아스캔들을 묻고 재선에 필요할 이벤트 (북핵과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내부결속과 체제보장, 개방을 원한거지. 아가리배틀은 결국 쇼였고 전쟁어쩌구 할때부터 백채널로 VIP들 의중 전달하고 그랬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