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전쟁에서 항우가 직접적으로 패배하게 된 원인은 당시 중국에서 가장 생산력이 뛰어나서 물자 보급을 대규모로 해줄 수 있는 옛 진나라 지역을
유방에게 넘겨줬기 때문인데, 이 진나라 지역이 유방에게 넘어간 결정적 원인중의 하나가..
항우가 신안대학살 당시 병사들을 버리고 살아남은 장함, 사마흔, 동예를 옛 진나라 지역에 제후로 임명함으로써
옛 진나라 지역의 민심이 유방쪽으로 결정적으로 이반하게 만들었던 것에 있음.
그런데 이 삼진왕의 임명을 장량이 자기 친구 항백에게 제안함으로써 항우에게 항백으로 하여금 이를 실행케 했는데..
범증도 이 그럴듯한 장량의 트릭에 그대로 넘어가는데..
딱히 지략 면에서도 장량에 비해서는 범증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을 듯.
[49] 그런데 범증과 틀어져 범증이 죽게된 것은 범증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 홍문연을 열 때 유방을 죽이라고 계속 고집을 부릴 때도 위세가 천하를 울리는 항우 입장에서 자존심과 체면 다 팽개치고 유방을 암살하라고 하면 선뜻 따를 리 없다. 게다가 범증은 평소 언행이 거칠었기에 이를 권할 때 역시 거칠게 말하여 항우의 심기를 건드리더니만 결국 암살이 실패하자 "넌 애 같아서 결국 유방한테 죽을거다."라는 폭언을 퍼부어버렸다. 항우가 잠시 자기 막하에 있던 장량을 우대한 것이 단순히 지략 때문만이 아닌 부드러운 언동과 장량의 처세술 때문임을 알면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서로 불협화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모사가 있어도, 그 조언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이롭게 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인물로, 훗날 유방은 공신들 앞에서 항우의 어리석음을 토로하며 "나에게는 한신, 소하, 장량과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고 반면 항우에게는 오직 범증만이 앞서 말한 나의 3인과 견줄 만한 인재였는데, 그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쓰지 못해 나에게 패했다."라고 자신과 항우의 용인술을 비교하며 평하기도 했다.
다만 지략이 아닌 처신을 따지면 범증 쪽도 책잡힐 부분이 있기는 있었다. 대표적으론 홍문연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다. 유방이 이긴 결과를 안 후세에서야 홍문연에서 유방을 죽이려고 했던 범증은 현인이며, 그것을 알지 못한 항우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거록대전을 통해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항우의 입장에서 혐의도 애매모호한 유방을 죽이기 위해 구태여 체면을 다 구기며 비겁하게 암살을 하라는 것은 분명 설득력이 떨어지는 요구였고,[11] 더군다나 한번 항우를 궁지로 몬 회왕과 제나라가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유방과 난전을 벌여 소모하는 일을 마뜩찮게 여긴 것을 그렇게 이상한 행동이라 볼 수는 없다. 신안대학살의 발단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나라 포로들이 관중 백성들과 합세하는 상황을 항우가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항우군도 항우군대로 열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행군한지 이미 한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항우가 설득되지 않자 범증은 다른 방법으로 유방을 옭아맬만한 여건이 충분했음에도 굳이 작정하고 항우의 뜻에 맞서며 당장 유방을 암살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끝내 실패하자 항우가 여전히 앉아있는 자리에서 그를 두고 어린아이라며 유방에게 죽고 말 것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쯤되면 직언의 영역이 아니라 어딜 봐도 군신관계를 무시한 하극상이므로 이런 걸 참아넘겨줄 군주는 드물다. 달리 보면 주인이 이런 쪽의 위계질서에 둔감한 항우였기에 편애를 받은 감도 있는데, 수도 이전 문제로 항우를 욕했던 한생이 튀김이 된 것과 달리 범증은 홀대받았다곤 해도 처벌은 일체 겪지 않았으며, 진평이 이간계를 펼쳤을 때도 기껏해야 권한 중 일부를 빼앗기며 항우의 불신감을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관대하다는 유방 아래에 모인 신하들도 이 정도는 숱하게 겪었다. 범증이 항우에게 기대한 만큼 본인의 태도가 걸맞았는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
허나 다르게 생각하면 범증의 태도가 그리 큰 흠집이라고 볼 순 없다. 설령 당시 천하가 항우 앞에 엎드렸다곤 하지만 아직 항우에게 맞설 수 있는 인재 혹은 위험요소가 있어 천하가 안정되지 않았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쟁에서 당시 위험요소였던 유방을 단지 죽이기 싫다라는 이유로 거절한 게 항우다.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재앙을 멈추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처세라는 것을 아는 범증 입장에선 속이 타고 답답해야 정상이다.
그리고 실제로 홍문연에서 항우의 안일무위함은 뒷날로 보면 큰 실수로 결국 천하는 유방의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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