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송증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의 글
이 절에서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이 국제 핵질서에 미치는 영향, 특히 기존의 핵 양극 체제를 핵 3극 체제로 전환시키고 억제 논리를 약화시켜 핵전쟁 발발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에 대해 논한다. 첫째, 중국이 최근 대대적인 핵전력 증강에 돌입하면서 기존 미국, 러시아 중심의 양극 핵질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2021년부터 고비사막 인근에 230여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일로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핵무기 숫자를 약 1,000발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강군몽'의 일환으로, 중국이 최소 핵보유국 지위에서 벗어나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핵전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로 인해 냉전 시기 이래 미국과 러시아가 유지해 온 '핵 양극체제'는 핵 3극 체제'로 바뀜에 따라 기존의 억제 논리가 근본적으로 약화되고, 나아가 핵전쟁 발발 위험성이 커졌다.
둘째, 핵 3극 체제의 등장은 전형적인 '3체 문제'를 제기한다. 천체물리학에서 말하는 '3체 문제'는 세 개의 천제가 서로의 중력에 영향을 미쳐 그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는 핵 3극 체제로 인해 전략적 안정성이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 상태로 빠져들 위험을 경고한다. 한마디로 양극체제에서 안정성을 제공했던 상호확증파괴(MAD)와 동등성(parity)의 개념은 3극 체제에서 의미를 상실했다. 특히 중국의 억제 개념인 '웨이셰'는 군사 적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억제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의미하며, 서구식의 핵억제 개념을 넘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핵 강압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어 전략적 상황이 더욱 복잡하고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미국이 러시아, 중국이라는 2개 핵 강대국의 위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미국이 기존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를 통해 동맹국들에 제공했던 '동등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미국, 러시아, 중국 간에는 끝없이 서로를 추격하는 '붉은 여왕의 군비경쟁'이 일어난느 항구적 핵 군비경쟁이 불가피하다. 핵 3극 체제 하에서는 과거 양극체제 시절에 유지되었던 전략적 안정성의 원칙들이 점점 더 무의미해지거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2개 강대국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양극적 핵체제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핵무기 사용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핵 3극체제는 양극체제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동등성'과 MAD 같은 양극적 핵체제 시대의 안정적 특징이 약화되고, 핵 3극체제로 핵질서가 더욱 혼란스러운 양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새로 핵 3극체제의 일원으로 등극하게 된 중국의 '웨이셰'가 초래하게 될 핵강압의 도전과 위험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2개의 적대적 핵강국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은 많은 동맹국들이 의존해 왔던 미국의 핵우산, 즉 화정억에에 '치명적 누수'가 발생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출처-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권,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저, 블루엔노트, 153~155쪽,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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