념글에 있길래 아는/들어본 내용 끄적여봄.


출처는 잡다하고 기억 안나니 반박시 니말이 맞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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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미국, 나토) 과 동구권 (소련, 바르샤바. 중국은 사실 모르겠음) 단대호 및 군사기호학의 방향성이 왜 이렇게 다른건지 이해하려면 결국 얘네들의 기원과 목적으로 돌아가야 함.


현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네모 박스에 기호 다르게 하고 겹쳐씌워서 하는 미국/서구식 군사부호학의 시초는 직접적으론 1, 2차 대전 미군 공병군단이 영관/장성급 지휘관들을 위해 군사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고안해낸 부호 체계에서 시작됨.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서구권 단대호는: 


1. 참모진이 자신의 영관/장성급 상관들에게

2. 군사 지도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대와 인원들을 동원해

3. 작전 수립과 계획 과정을 돕기 위해


요런 목적으로 가지고 만들어진 기호체계임.


이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냐 하면:


1. 휘하 참모진(아랫 사람)이 상관(윗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 지도를 "제작하기 쉬운가" 보다 지도를 "배우고 읽기 쉬운가" 위주로 기호 체계가 형성되어있음.

2. 지도를 전문제작 하는 부대와 인력과 장비 (특히 현대에 들어서는 디지털/전산화 장비) 들이 있기 때문에 제작하기 좀 어려워도 되고, 상당히 정교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복잡한 전술 기호들을 지도에 마음껏 배치할 수 있음. 

3. 작전 수립/계획 단계에서 주로 활용되는게 목적이라 현 전황의 정확한 상태를 전달/보고하고, 이게 서구권 임무형 지휘랑 합쳐져서 전술 기호들도 각 부대가 하고 있는 행위가 무슨 목적으로 가지고 행하는 지를 나타내는데 치중함. 즉 전장의 부대들이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보다는 무슨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묘사하는데 치중함.


이와 비교해서 소련 위주의 동구권 기호들은 계보 부터가 다름.


우리가 흔히 보는 지도에다 선 찍찍 긋고 화살표 그리는 소련식 단대호의 기원은 적백내전과 전간기에서 오는데, 이때 독일 제국-프로이센 계열 단대호에게 큰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적백내전 때 대다수 공산당 병사와 말단 장교들이 문맹이거나 문해력이 딸렸기 때문에 부대 통제와 명령 하달에 글로 된 명령서 대신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에서 출발함.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동구권 단대호는:


1. 위/영관급 지휘관이 자신의 소부대 휘하 장교들에게

2. 자기가 혼자 또는 기타 열악한 환경에서 지도 제작 장비나 전문 인력은 당연히 없고 상당 경우에는 지도들에 직접 손으로 그려가며

3. 구체적인 작전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발전해왔던 기호 체계임.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냐 하면:


1. 상관(윗 사람)이 하급자(아랫 사람)을 위해 만드는 거라 지도와 기호체계를 "쉽게 배우고 읽을 수 있는가" 보다는 이미 기호 체계에 숙달한 지도를 만드는 사람이 "그리기 쉬운가" 에 중점을 둔 기호체계임. 실제로 동구권 단대호 지도들 보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전혀 알아볼수 없지만, 개별요소들을 보면 그냥 손으로 찍찍 대충 긋고 점선 찍고 그런식의 단순한 기호들로만 이루어져 있음.

2. 윗 내용과 이어지는데, 기원은 찢어지게 가난한 공산당 적군의 소대/중대/대대/연대급 지휘관들이 종이 지도에다 직접 펜이나 분필로 글 잘 못읽는 하급 장교들 보라고 손 그림 그리는 걸로 시작한 기호체계이기도 한데다, 현대까지도 러시아/동구권 군대들은 이런 지휘통제 시스템이 디지털화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모든 기호들이 손으로 빨리 그리기 쉬울 것 이 필수요소임. 기호들은 종류는 다양해도 구성 요소들은 단순한 직선과 모양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정교하거나 뭔가 그리기 힘든 기호들은 바로 아웃임.

3. 말했다시피 동구권 군사지도는 작전 수립/계획 보조 도구가 아니라 지도 그 자체가 명령서임. 대대장이 지도에다 빨간색 볼펜으로 찍찍 그어놓고 사인한 다음 휘하 중대장들한테 주면 그게 곧 작전 명령서이고 안 따르면 항명임. 이게 동구권의 중앙집권적 명령형 지휘 교리와 합쳐지면서 동구권 단대호는 부대들에게 무슨 임무를 할것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그 임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치중함.


즉 동구권 군대들에선 상관이 이렇게 단대호 그려진 지도로 명령을 하달 할때 어차피 능력도 딸리고 딱히 뭔가 엄청난 소부대적 전술 능력을 기대하지도 않는 초급 장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전의 "의도" 나 "목적" 같은 난해하고 추상적인 이야기 보단, 굉장히 구체적인 행위들을 서술하는 식으로 기호가 구성되어있음. 결국 전장에서 부대들이 할수 있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기동" 과 "사격" 밖에 없다보나 지도가 어떻게 보면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여기서 여기까지 무슨무슨 경로로 기동해서 어디어디를 향해 몇시 몇분에 얼만큼 사격하라" 이런식의 내용이 단대호에 담겨있고, 대신 이는 역으로 말하면 모든 전술 기호들이 결국엔 "기동하라" 또는 "사격/교전하라" 요 둘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위에서 말한 "그리기 쉽다"와 이어짐. 


부대 기호가 편제보단 장비 위주로 그려진것도 이래서 그럼. 작전 명령서 겸 지도를 상관 한테서 받았는데 내 부대 마크에 탱크가 그려져 있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탱크들 앞세워서 공격하라 이 소리임. 하급 장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와 차량을 사용해서 공격할지도 일일히 명시 안해주면 제대로 작전 수행을 못할수도 있으니 (정확히는 소련/러시아 군사 교리라는 체계가 이들이 그런 판단을 잘 내릴 것이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뭔 장비로 기동하고 사격할지도 표기를 해줘야함.


당연하지만 "기동하라" "사격하라" 요 두개 기호 만으로 온갖 다양한 전술적 상황들과 명령을 지도에 그리다 보면 지도에 기호들 갯수가 많아지고 겹쳐지면서 가독성이 씹창남. 근데 그건 명령서 전달 받은 아랬것들 사정이고 명령 정확하게 전달한 상관이 알빠는 아니겠지? 능숙하고 빠른 전술적 판단은 굉장히 어렵고 재능의 영역이지만, 지도랑 단대호 읽는 법 배우는건 누구든 무지성으로 달달 외우면 어떻게든 되는거잖아? <- 요 마인드임.


요 근본적인 사용처, 목적, 기원, 방향성을 알고 있으면 양쪽의 단대호/군사부호 체계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됨. 서구권 단대호를 읽을 때는 내가 방구석 아이젠하워가 되어서 참모진이 준비해준 지도를 보고 작전을 세운다 컨셉에 빙의하면 읽기가 쉬워지고, 반대로 동구권 단대호를 읽을 때는 내가 방구석 트로츠키가 되어서 휘하 농노 출신 문맹 대가리 비어있는 개빡통 소위/중위와 휘하 징집 부사관/병사들한테 작전 개시하면 뭘 해야하는지 어떻게든 그림으로 설명해야 한다 컨셉에 빙의하면 읽기 쉬워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