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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입대 당시에 29세, 공무원이셨고 11남매 중 장남에 이미 슬하에 3남매를 둔 상태셨음.


당시로서는 아주 당연히 면제가 되어야 맞는 케이스인데 문제는 증조부가 우리 할아버지를 싫어하셨음.


증조부는 장사를 크게 하신 분이라 호방하고 입담 좋은 성격을 좋아하셨는데 할아버지는 공부만 잘 하시고 조용한 분이셨던 것.


그래서 여기저기 역 로비(?)를 하셔서 할아버지를 기어이 육군 병사로 보내심.


뭐 어찌 됐겠나 10살씩 어린 선임들에게 한 대 맞고 또 맞고 밤에도 맞고 낮에도 맞고 그렇게 생활하심.


당시 할아버지를 많이 때렸던 선임들 이름을 팔순이 넘어서도 기억하고 계셨을 정도임.


아무튼 맞는 것도 맞는 건데 가장 힘들었던 게 단백질 부족이었다고 함.


고기가 안 나오는 건 아닌데 군붕이들도 다들 알다시피 당시 고기가 나오면 어떻게 됐다?


부식차가 대대장 관사부터 부사관들 숙소까지 쭉 돌고 병사식당으로 오면 남는 건 비계 일부 뿐이었다고.


그래서 도저히 견디질 못하고 선후임들과 도랑에서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곤 했는데,


그러다 걸리면 부사관들이 진짜 미친 듯이 빠따질을 하면서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었다고.


'나라에서 고기를 안 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야생동물을 잡아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자는 것이냐?


그때 마침 북괴군이 쳐들어 오면 맞서 싸울 수나 있겠느냐? 이것이 이적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냐?'


라고 했다는데 아니 고기를 제대로 주라고 그럼...


원래 군대나 6.25, 일제시대 얘기는 안 하시는데 나 군대 있을 때 가끔 요즘은 안 그러지? 하면서 짧게 이야기 하셨음.


솔직히 들은 이야기 대로라면 나는 제대로 복무했을 자신이 없음.


그나마 북괴군이 심심찮게 넘어왔다던 최전선에 안 계셨던 걸 다행이라 해야할지...


점잖고 학구적이고 처자식까지 있던 할아버지를 기어이 군대에 보냈던 증조부도 그렇게 썩 좋게는 생각이 안 됨.


그것 때문에 결국 집안이 좀 많이 꼬인 그런 어떤 것이 있어서...


아무튼 당시 고생해 주신 많은 장병들께 감사드리고...당시 같은 군 생활은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