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육군 병사들이 가장 많이 징집되던 농촌에 대한 민족학적 연구에 따르면, 문부성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지방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선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방 주민들에게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독자적인 지역 문화보다 의미나 가치가 없었다. 가족이나 마을에 대한 귀속감이 여전히 국가의식보다 우선이었다. 사실 중일전쟁이 일어난 1937년 중반까지도 많은 마을 주민들은 천황의 권위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알고 육군은 항상, 병사들의 뿌리는 무엇보다 그들의 가족과 마을이라는 전제에 따라 움직였다. 1941년 1월 8일 내려진 전진훈(당시 일본군에 주입된 군인칙유)에서는 "수치를 아는 자는 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언제나 가문과 고향의 체면을 기억하고, 살아서 포로의 수치를 당하느니 죽어서 오명을 남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천황의 권위가 도외시되었던 지방에서도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예외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촌장이나 교사, 경찰관, 승려, 신관 같은 일본 국가주의의 보병들은 지역 사회에서 스스로의 권위를 다지고자 천황의 권위와 국가의 권력을 내세웠다. 천황을 숭상하는 그들의 충성은 종종 자발적이고 절실해 보였다. 그러나 촌민 대부분은 공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며, 대개는 천황을 마음 깊이 믿지도 않았다. 그들의 애국심은 다른 질서에 유래했다.


 예를 들어 1935년, 인류학자인 존 엠브리와 엘라 엠브리 부부는 규슈 벽지에 있는 농촌 수에무라에서 농민들을 면담 조사했다. 훗날 출간된 엘라 위스웰의 책 『수에무라의 여성들 The Women of Suye Mura』에는 히로히토의 권위를 비웃으며 말술을 먹고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농촌 여성들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다. 위스엘은 그 마을에서 읽고 쓸 줄 아는 여성과 나눈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야기를 나누러 들렀다가, 나는 도코노마(일본 주택의 객실에 제단처럼 바닥을 한층 높여놓은 곳)에 걸려 있는 천황 부부의 초상 족자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천황을 신처럼 숭배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녀는 "예. 신에게 공양할 때에는 천황 폐하께도 공양을 합니다. 신에게 기도를 드릴 때에는 천황 폐하께도 기도를 드리며 꽃을 바칩니다"하고 대답했다. "왜요?" 물으니 그녀는 "예, 그것은 천황 폐하가 우리 일본의 대장이기 때문입니다"하고 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족자에 그려진 초상화들을 설명했다. "왼쪽이 진무 천황, 바로 1대 천황이시죠. 그 오른쪽이 그의 황후입니다. 다음은 다이쇼 천황과 황후 폐하입니다. 그 아래가 궁궐입니다. 그 다음이 세 황녀와 지치부, 미카사, 다카마쓰 님입니다. 그 아래 꽃 뒤에 계신 분이(그녀는 족자 앞에 기다란 꽃병을 놓아두었다) 현재의 천황과 황후 폐하입니다. 모두 위대하신 분들이지요." "그럼 가장 위대한 분은 누구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것은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이시죠. 그분이 첫째가는 여신님이지요." "그렇다면 왜 다 함꼐 모시는 것이지요? 아마테라스와 지금의 천황은 어떤 관계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아마테라스오미카미는 가장 위대한 신이시고, 또 천황 폐하는 나라의 우두머리이고 일본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니까 함께 모시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천황은 신이 아니네요?" "네, 천황 폐하는 신처럼 모시지만, 진짜 신은 아니지요. 폐하는 인간이지만 매우 위대한 인간인 거지요." "만약 경찰관이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면 나를 붙잡아다 감옥에 처넣을 테지요.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경찰에 새어 나가는 일은 없겠지요?" 나는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칠기의 먼지를 닦고 말리던 툇마루에서 나왔다. 천황 숭배란 그런 것이었다.



 위스웰이 유도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국체명징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이루어진 이 면담은 민중에게 전쟁 준비를 시키려고 기울인 노력이 널리 깊숙이 파고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지방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육해군의 정치적인 목적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이념과는 상관없는 불경(不敬)과 건국 신화에 대한 무지나 불신이야말로 국가신도를 부추기려는 상황에서 극복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출처: 근대 일본의 형성 히로히토 평전, 허버트 빅스 저, 오현숙 옮김, 삼인, 323~3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