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16년도 군번이고, 내가 일병 때 전입 온 후임들 중
폐급 한명이 있었거든

이래저래 상태 삐리한 친구였는데, 얘 관련 썰 전부
풀자면 글이 초장문이 되기 때문에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들만 풀어볼게

나는 무교인인데 일요일에 사제 음식 먹으러
종교활동을 했어
딱히 특정 종교를 정해놓지는 않고 세 종교를
번갈아가며 활동했음

예를 들어서 첫째주에는 교회 가고, 둘째주에는
성당 가고 셋째주에는 절 가는 식으로
그러다 보니 성당에서 세례받고(세례명: 다윗) 후에
견진성사인가? 그것까지 받았다. 절에서는 수계받았고

그리고 아까 말한 후임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고
모태신앙인데, 얘는 교회에서 볼 때마다 예배를 점잖게
드린적이 없었음

혼자 엉엉 울면서 기도하질 않나, 목사님 설교 말끝마다
"아멘!"거리면서 복창하질 않나... 평소에는 그렇게 크고
절도 있는 목소리 내지도 않으면서 말이지

나 어렸을 때 친구 따라 교회 몇번 가본적 있어서
아는데, 개신교 예배 시간에 울면서 기도하고
설교 말끝마다 "아멘!"하며 외치는 사람 있는 건
사실 교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군 교회에서는
일반적인 일이 아니잖아?

우리 중대랑 타중대 개신교인들이 그랬는데
자기들도 군대 오기 전 다닌 교회에서는 예배 드릴 때
그 친구처럼 그러긴 했지만, 군 교회에서는 비신자들
보는 눈도 있으니 자제하는 편이라고ㅇㅇ

하여튼 걘 가뜩이나 폐급이라 인식 안 좋은 애였는데
광신도라는 소문까지 남

언제는 밤에 걔랑 탄약고 근무 서다가 이런저런 얘기
나눴는데 종교 얘기로 빠지게 됐거든

얘가 하나님, 예수님 안 믿으면 무조건 지옥 간다는
얘기를 하길래 내가 장난으로 "우리 부모님도 하나님,
예수님 안 믿으시는데 지옥 가냐?"라고 물어보니까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이 지랄하더라

뭐... 골려주려고 물어봤던 거라 별 말 안 하긴 했는데
말문이 막히더라고

더 골 때리는 건, 얘가 나한테만 이랬던 게 아니라
한 성깔하는 내 동기랑 근무 설 때도 이랬던 거야
구타는 없던 시절이라 처맞지는 않았는데
욕 존나게 처먹고 중대에 소문 쫙 퍼졌음

또 다른 썰로는 얘네 분대가 분대 외박을 나갔다가
다음날 저녁에 복귀해도 되는 걸 다음날 오전에
복귀를 한 거여
그리고 얘랑 같이 나갔던 분대원들 전부 열받아 있었음

자초지종 들어보니까, 얘가 일요일이라 교회를
가야 한대서 근처에 있는 교회 다녀오라고 했더니
원래 다니는 영내 교회를 가야한대

외박 복귀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건 힘들겠다고
하니까, 기어코 본인이 다니는 그 영내 교회를 가야만
한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울먹거리기까지 했다더라
참ㅋㅋ...

그렇게 그 놈 하나 때문에 그쪽 전분대원들이
예배 시간 앞두고 오전에 조기 복귀하게 됐고
그 일로 걘 더 이상 추락하지도 못할 것 같던 이미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됨

그 후로도 문제 일으켰던 것들 중 하나가 걔가
마음의 편지에 긁힌적이 있었는데, 천주교나 불교
믿는 후임들한테 갖가지 불쾌한 소리하고 다녔던 게
이유였음

참고로 난 군 생활 중 UN평화유지군 소속으로
해외 파병 갔었거든
파병 모집하던 시기에 그 놈도 지원하려다가
중대장님이랑 행보관님이 완강하게 반대하셨음ㅋㅋㅋㅋ

이상 썰 마친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