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에 남은 건 깨끗해진 글쓰기창 이더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살아있던 내 문장들이, 내 작품들이


실수로 누른 새로고침 한 번에 증발해 있었습니다.


전 나이마저 잊고 너무 서러워서 주딱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주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죠…


정말 필요할 때 나타나지 않는 주딱이 정말 제대로 된 주딱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진짜 주딱이 있다면

내가 ‘새로고침’ 버튼을 실수로 누르기 전에


얼른 비행기 타고 날아오던

타임머신을 타고 오던

주딱이 나타나서 그걸 막았어야했습니다.


하지만 주딱은 늘 그렇듯,

내 글이 다 사라지고


내 자존심이 다 부서지고

내 새벽이 다 날아간 다음에야


주딱은 슬금 슬금 느긋하게 나타납니다.

주딱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나는 이제 믿습니다.

주딱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는 실존하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