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는 졸업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분단와 함께 미탐사지의 병원에서 보고하러 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은 언제나 그렇듯 문명 재건과 사회 공익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오라는게 내용이었으나 저 멀리 보이는 먼지구름과 머플러를 떼어낸 요란스런 엔진음이 분단원들의 기분을 불안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옆에 있던 정찰자가 보고 보고하기를 요란스런 그들은 야만인들이었다. 분단장인 혜지는 전투 준비를 하라며 소리치고는 펌프를 살짝 당겨 트렌치 건의 약실을 확인했다. '몇백년은 사용한 무기. 원래의 부품이 없는데도 이건 처음 만들어진 그 총과 같을까.'하고 실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으나 마음을 다잡아 총을 겨눴다.


'사이보그가 한명 있어. 저건...? 저 씹새끼들이 현지를 죽였어! 다 죽여버릴꺼야!'

'야! 위험해! 자리를 지켜!'


보고하러 갔던 애인을 잃은 사춘기 여고생의 분노는 다른 단원의 만류에도 정찰자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뛰쳐나가게 만들었고 퍽, 소리와 함께 창을 뛰어넘던 정찰자의 뒤통수에서 뇌수와 핏물이 튀었다. 푹 고꾸라진 그를 본 다른 단원들은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으나 교육 받은대로 심호흡을 한 뒤 약간의 안정을 찾아 야만인들을 주시했다.

혜지는 창틀에 반쯤 걸린 정찰자의 다리 한짝을 당겨 시체를 끌어당긴 뒤 망원경을 회수해 먼지구름을 봤다. 정찰자가 그렇게도 분노한 이유를 혜지는 알게 되었다. 현지는 머리가 잘려 높은 창대에 꼽혀 눈을 까뒤집고 헤, 벌린 입에서 혀가 튀어나와 있었다.


'총구안정기와 조준 임플란트를 이식 받은 사이보그 같아. 너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있어.'


담담하게 말하는 혜지를 흘깃 쳐다보던 단원들은 그 말을 듣고 몸을 움츠렸다. 옆에 단원에게 망원경을 넘긴 혜지는 트렌치 건의 약실을 비우고 공중 폭발탄을 장전한 뒤, 총 옆으로 접어놨던 사통을 원위치로 돌려놓고 야만인들에게 발사 했다. 탕. 잠시 후 먼지구름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망원경을 통해 그 광경을 바라보던 단원이 보고하려는 순간 트렌치 건이 한번더 불을 뿜었고 폭발음과 함께 단원의 시야엔 야만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야만인 전멸.'

'선발대에 불과해. 다들 사격 준비해.'


그러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혜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도 그럴게 먼지구름은 점점 커졌다. 아마 적지 않은 수의 야만인들이 그 너머에 있고 전멸시킨 것은 선발대였을 것이다. 그리고 기도했다. 자신들의 발신기가 고장난 것을 깨닫고 학교에서 빨리 지원 나오길...




혜지는 병원 내로 진입하는 야만인의 눈알을 총검으로 쑤시며 벌벌 떠는 분단원에게 외쳤다. '야 이 새끼야! 얼타지 말고 심하게 다친 애부터 오토닥으로 보내!' 그 말을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린 분단원은 팔이 뜯겨나간 분단원을 업고 비틀거리며 수술실로 갔다. 저들에게 사로잡힌 자들의 말로를 알고 있었다. 그래 죽을때까지 희롱 당하다 마지막은 산채로 뜯어먹힐 것이다. 섬뜩한 생각에 오한이 든 혜지는 좀 떨어진 거리의 장애물을 넘어오는 야만인을 늦게 알아 차렸고 그 결과 부상자를 업고가던 분단원이 야만인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를 가격 당해 쓰러졌다.

유일하게 거동 가능한 전투원을 잃은 혜지는 처리량이 한계까지 몰린 머리를 굴려 재치를 발휘했다. 폭음탄을 떨어트린 후 계단으로 뛰어 올랐고 야만인들은 폭음탄이 터지자 귀를 잡고 뒹굴었다. 혜지는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윗층으로 올라가 문을 잠구고 살짝 긴장이 풀려 차오르는 숨을 들이내쉬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틈은 없었다. 이곳을 탐색할때부터 잠겨있던 문, 부비트랩의 위험성 때문에 열지 않았으나 지금 상황에서 부비트랩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듯, 경첩을 트렌치 건으로 쏘아 부수고 문짝을 군홧발로 찬다.

그리고 혜지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수조 안에 둥둥 떠다니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매료되었다. 천천히. 멍하니. 다가섰다. 데려가야만 한다. 동료를 버리고 도망친 죄책감과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은 혜지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고 수조의 소녀로 가득찼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리자 혜지 자신은 시체와 피웅덩이에 둘러쌓여 소녀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들이닥친 선도부에 의해 구조되었다.




학교 보건실 침대에서 졸업 시험은 통과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동료들은 모두 죽었다. 혜지는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동시에 소녀를 찾았다. 문득 자신이 미친 것 같다는 생각에 구토감이 치밀었다. 처음 본 소녀가 뭐라고 동료들과 졸업장보다 중요할까.





으휴 씹딱 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