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들은 겉만 시커먼 게 아니라 속도 시커먼 놈들이오


 2016년 6월 말 나미비아 외교담당 여성 부총리 네툼보가 대통령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나미비아 관계는 나미비아가 독립을 선포한 1990년부터 가까웠다. 김일성은 나미비아 독립전쟁에 군사원조를 해주었고 독립 후에는 초대 대통령 샘 누조마를 평양에 초청해 친분 관계를 두터이 했다.


 돈독한 양국 관계를 토대로 북한의 만수대해외개발회사는 나미비아에서 수많은 수주를 따내며 건설공사로 수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나미비아의 대통령 궁전, 국방성 청사, 군사박물관, 독립기념관, 국립영웅묘지 등 많은 건축물을 만수대해외개발 회사가 지었다.


 조선광업개발회사도 오래전부터 나미비아에 군수물자를 팔아 외화를 벌었다. 북한에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황금 어장과 같았다.


 나미비아 부총리는 평양에 도착한 다음 날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다. 회담의 주체는 2016년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 따른 나미비아의 입장 통보였다. 그는 나미비아 독립전쟁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북한 당국에 감사하다고 운을 땐 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로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나미비아가 유엔 회원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따.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를 가지며 해마다 결의안 이행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나미비아 부총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이라는 불가피한 사저으로 잠정적으로 북한 회사들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북한이 상호 존중과 이해의 입장에서 수용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나미비아 부총리는 미국뿐 아니라 귀국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했다고 말하면서 책임은 이들과의 관계를 잘못 다룬 북한에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했다. 또한 일시적 조치일 뿐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가장 먼저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회담은 이렇듯 나미비아 정부가 북한과 경제 및 군사 관계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일방적 통보로 끝나고 말았다. 그날 오후 회담 내용이 김정은에게 보고됐다. 김정은은 전화로 김꼐관 제1부상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검둥이들은 겉만 시커먼 게 아니라 속도 시커먼 놈들이오. 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놈들! 우리가 저들을 얼마나 많이 지원해 주었는데 이렇게 배신해."


 김계관은 앞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재와 관련해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 뻔하니 우리가 쫓겨난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인원들을 단계별로 철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16년 말 나미비아에 상주하던 만수대해외개발회사와 조선광업개발회사가 철수했다. 건설에 이용하던 중장비를 처리하는 문제로 남은 인원들도 2017년 8월 귀국했다. 이렇듯 2016년부터 유엔의 포괄적 대북제재 올가미가 북한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출처: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 금고, 류현우 저, 동아일보사, 2025년, 118~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