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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에 의존하던 보급은 그만
27일 오전 6시30분. 아직 해도 뜨기 전이지만 해군군수사 보급창 급양대대의 하루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었다. 대형 식재료 납품 차량 10여 대가 도크에 일렬로 밀착하면 하루 6000여 명 장병의 식탁을 책임질 보급 작전이 시작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작업장이었다. 영하 17도의 냉동고와 외부 환경을 수십 차례 오가며 수작업으로 부식을 옮겨야 하는 만큼 신선도 유지와 작업 속도는 오롯이 사람의 손과 몸에 달려 있었다. 이동 동선이 길어 작업자의 피로도와 부담도 누적됐다.
지난해 11월 신축된 스마트 급식 창고는 이러한 작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8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은 시설은 대지 면적 3012㎡(911평)으로 축구장 한 개에 맞먹는 규모다. LED 투광등으로 밝아진 내부, 평탄화된 바닥, 체계적인 배수로 시설 등 현대적 물류센터의 기본을 갖췄다.
이곳에서 출고된 식자재들은 진해의 해·육상 부대와 제주 지역 부대까지 전달되며 수많은 해군 장병·군무원들의 하루를 책임진다. 특히 작업 동선을 통합 설계해 과거 40m에 달하던 이동 거리를 20m 수준으로 줄였다. 그 결과 입·출고 평균 처리 시간은 기존 10~15분에서 5분으로 단축됐다.
매일 60톤에 달하는 부식을 처리하는 현장에서 이 변화는 곧 작업 강도 완화로 직결된다. ‘전동 손수레’와 ‘지게차’ 도입 역시 반복 작업에 따른 창고 근무 인원들의 피로도를 크게 낮췄다.
덜 힘들게 일하고, 더 신선하게 먹는다
보급은 창고 문을 나서도 끝나지 않는다. 급양대대는 함정 자체 검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냉동·냉장 품목의 해동 문제를 줄이기 위해 35L 전용 보냉백 서비스를 도입했다. 좌우 분리 칸막이를 통해 냉동과 냉장 품목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저온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대형 함정에는 컨베이어 벨트 불출 시스템이 가동된다. 과거에는 함정 총원이 나와 수작업으로 상자를 옮겨야 했지만, 함상으로 컨베이어를 타고 부식이 줄지어 들어간다. 작업 속도는 빨라졌고 낙하 사고 위험과 작업 피로도는 크게 줄었다.
허원섭(중령) 대청함장은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면 식자재를 불출하는 동안 현문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식자재 불출 시간 동안 함정 정비 등 다른 작업도 함께할 수 있어 효율성이 크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김민정(소령) 대청함 부장도 “식자재 불출 땐 함정 총원이 나와 작업하는데, 과거에는 부식을 손으로 옮기다 보니 떨어뜨릴 위험도 있었고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 승조원들의 피로가 컸다”며 “컨베이어 벨트 도입 후에는 적재 속도가 빨라지고 작업 부담이 줄어 현장 체감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장병 근무환경 개선 여부는 복지 항목의 나열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얼마나 덜 힘들게 일하게 됐는지, 신선하게 먹게 됐는지, 그 과정은 얼마나 합리적으로 바뀌었는지가 핵심이다. 스마트 창고 신축으로 작업하는 장병은 덜 힘들고, 먹는 장병은 더 신선하게 섭취하는 선순환이 해군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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