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습하고 후덥지근하다. 지금 이곳은 전쟁이 한창이다.

북베트남 인민군 장교 보응 씨는 햇볕에 눈을 떴다. 벌써 아침인가?
아군은 어제 이곳 후에(Hue)를 점령하였다. 이곳은 사약한 자본주의 열강들에게 세뇌당한불쌍한 우리 남쪽 정부 동포들의 최북단 지역이였다. 이곳에서 아군은 사악하고 피에 굶주린 자유민주주의 개들의 군대와 전투를 벌였고 그들의 압도적인 화력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한 아군 병사들의 힘에 그들은 결국 이곳을 포기하고 도주하였다. 하지만 아직 그들을 완전히 베트남에서 몰아내려면 한참 멀었고 베트남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아아!
보응 씨는 생각했다. 어쩌다가 우리 민족, 우리 인민들이 이런 참혹한 전쟁 속에 내던져 져야만 했던 것인가.
이제 때는 벌써 4년 전.
보응 씨의 조국은 베트남 민족의 통일을 위해, 자본주의라는 사악한 아편에 중독되고 자본주의 강대국들의주구인 응오 딘 지엠이 다스라는 남쪽 땅에 살고 있는 가련하고 불쌍한 우리 동포들을 구원하기 위해 성스러운 전쟁을 하였다. 그러나 응오 딘 지엠을 꼭두각시로 앉힌 만악의 근원들인 바다 건너 사악한 무리들이 우리의 조국을방해하고 남쪽 괴뢰를 돕는다는 명분 하에 베트남 땅을 밟았다. 그러나,그들이 남쪽 괴뢰 정부를 돕는다는 것은 그들의 허울 좋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베트남 전역을 식민지로 삼으려는그들의 더러운 속내를 베트남의 삼척동자는 물론, 베트남의 개조차 다 알고 있는 상황이였다. 머나 먼 과거,아군이 디엔 비엔 푸에서 프랑스 놈들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루었을 당시, 양키들은 우리 베트남을 자유를바란다는 속 다 보이는 거짓말로 우매한 베트남 민중들을 현혹시켰고 상당수가 양키들에게 속아 남쪽으로넘어갔다. 우리가 그들을 구원하고 그들에게 올바른 사상과 베트남 민족의 진정한 자주독립과 베트남식 유토피아를알려주려고 발 벗고 나섰을 때, 이미 양키는 통킹 만에서 자기들 구축함이 우리 어뢰정에게 이유없는 공격을당했다는 거짓말로 우리를 선전포고도 없이 침공하였다. 아마 양키는 우리를 지도에서 아예 지워버릴 생각이였던것 같다. 자기들 뿐만 아니라 저 최남단의 호주 놈들과 뉴질랜드 놈들까지 데려와서 우리 인민들을 핍박하고괴롭혔다. 얼마 안 가 동북쪽의 한국 놈들까지 자기네들 나라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양키를 도와 우리를 핍박하였다.같은 동양인인데 정말 너무한다. 가장 얄미운 놈들은 바로 옆 나라 태국 놈들이다. 한국 놈들은 차라리 동북아시아인들로써우리랑 핏줄이 약간 다르기라도 하지 태국은 우리와 같은 동남아시아인들인데 단지 자기네들 왕정이 위기에 처했다는얄팍한 이유로 양키들을 돕는 데 나섰다.물론 그들은 북위 17도선 이상으로 진격하지는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그들 모두 우리들의 본토로 진격해오지 않았다.그들의 보병은 방어전 위주의 전투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우리 군대는무력한 적이 여러 번이였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크나 큰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이제 우리 베트남에게 더 이상 퇴로는 없다.우리는 싸워야 했다. 그 어떤 나라랑도 싸워야 했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응 씨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 양키 놈이든 호주 놈, 뉴질랜드 놈이든 한국 놈이든 덤빌테면 덤벼보라지! 우리 민족 모두의 몸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진다고 해도 우리가 남긴 저주의 피 한방울이 네놈들 모두의 목을 졸라 너희들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 테니!
보응 씨는 크게 하품을 하고 아직 자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이 병사들은 각자 자기만의 인생이 있었던 자들이였다. 누구는 평범한 농부였고 누구는 공무원이였으며 또 누구는 학생이였다.대학 교수였던 자도 있었고 연구원이였던 자도 있었고 조직폭력배였던 자도 있었고 길거리 노숙자였던 자도 있었다.하지만 이곳 후에에서 이들은 모두 평등했다. 다 같은 군대의 전우로써 침략자들과 맞서 싸우는 전사들일 뿐이였다.빨리 이 전쟁이 끝나야할텐데...... 빨리 이 전쟁이 끝나 저 흉악한 침략자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본국으로 도주하여진정한 평화가 와야할텐데....... 저들이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조각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데...보응 씨는 하늘을 보며 그렇게 되새겼다.
곧이어 병사들이 모조리 깨어났다. 잠에서 깬 병사들은 보응 씨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보응 씨는 망가진 진지를 보수하고새 진지를 구축한 후, 병사들을 시켜 부비트랩을 새로 깔아 다시 이곳으로 올지 모르는 침략자들을 대비하라고 명령했다.다행히 그 날 밤늦도록 침략자들은 오지 않았다.
밤이 되자,보응 씨는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본부에서 가장 가까운 주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도중 언뜻 자신이 엊그제 설치했던펀지트랩 구덩이가 생각나서 그것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보응 씨가 설치한 펀지트랩에는 자유민주주의 개 한마리가 걸려죽어있었다. 보응 씨는 생각했다. 저 놈도 자기네 본국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겠지? 그런데 저 놈은 어쩌다가 우리나라에 온 것일까? 저 놈도 우리 인민들을 이유없이 죽였을까? 그런데 펀지에 찔려 죽어있는 놈을 보고 있자니 꼬치구이 같구만.느닷없이,보응 씨는 펀지 대나무창 끝에 찔려죽은 자유민주주의의 개를 보고 갑자기 베트남 전통요리인 개고기 꼬치구이 \'팃쪼(Thit Cho)\'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팃초에 넵모이(베트남의 전통주) 몇 잔 걸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헐레벌떡 주막으로 향했다.
주막에 들어서자 그는 한 사내를 보았다.어디서 많이 본 사내인데? 그는 농라(Non La. 베트남 전통 모자)에 검은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아니! 자네는! 이게 얼마만이야?보응 씨가 입을 열었다.
\"이보게, 자네! 응오 아닌가?\"\"아니 이게 누구야? 대체 얼마만인가? 하하하\"
그는 보응 씨의 고향 친구 응오 씨였다. 14년 전, 보응 씨가 갓 군대에 임관하였을 때, 디엔 비엔 푸 전투를 나가기 전 그에게인사를 한 것이 그와의 마지막이였는데 14년만에 재회를 한 것이다.
\"이보게, 응오!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나? 나는 요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네. 지금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당연히 나서야하는 것 아닌가?지난 날, 독립전쟁(제 1차 인도차이나 전쟁) 때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지 못했으나 이제 와서야 이렇게나라를 위해 싸워보네 그려\"\"정말 반갑네 그려. 멀쩡히 살아있는 자네의 모습을 보니 무거웠던 내 기분이 한결 가벼워 져\"\"하하 내가 어디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던가? 그런데 보응, 자네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나? 나야 늘 군대에 있으면서 침략자놈들이랑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 지난 번 프랑스군하고는 전혀 달라. 침략자놈들하나하나가 아주 잔인하고 흉악하고 포악하기 그지 없지\"\"맞아. 이번에 쳐들어온 놈들은 대관절 사람이 아냐. 양키 놈들은 얼마 전에도 어떤 마을을 우리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 숨어있다는 찌라시 하나만 믿고 팬텀기를 무려 10대나 불러서 수많은 네이팜탄을 뿌려댔지. 때문에 그 마을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어디 양키 놈들 뿐인줄 아나? 호주 놈들은 사로잡은 인민군(여기서는 월맹군을 말함) 포로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죽였다고 하고, 한국 놈들도 이에 질세라 애먼 민간인 죄다 우리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으로 몰아서 수 십명을 목 매달아 죽이고 여자는 전부 강간했지.\"
응오 씨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입술을 꽉 깨문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개새끼들, 개새끼들을 반복할 뿐이였다.그 모습을 본 응오 씨는 다시 마음이 착잡해졌다. 더 착잡해지기 전에 보응 씨는 대화의 화제를 돌리기도 하였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응오 자네는 이 주막에 어쩐 일인가?\"\"아! 내가 오늘 내가 설치한 인계철선에 걸려죽은 자본주의 돼지 시체를 보게 되었어. 시뻘겋고 토막토막 나있는 그 더러운놈의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돼지고기 찜요리가 먹고 싶어지더라고. 그래서 여기서 돼지고기에 넵모이 한잔 할까 하고 온 거지\"\"정말? 나는 내가 설치한 펀지 구덩이에 찔려 죽은 자유민주주의 개를 보고 팃쪼가 먹고 싶어져서 온 건데?\"\"하하하하! 그럼 무얼 망설이는가? 오랜만에 우리끼리 회포나 풀어보세! 이보시오 주모! 여기 팃쪼랑 돼지찜 한가득 주고넵모이 두병 주시오!\"
응오도 적군의 시신을 보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곳에 왔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순진하고착했던 응오가 어찌 저렇게 미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 자신이야 어릴 때부터 마을에서 알아주는 악동에골목대장이였는지라 자기가 미친 것은 차라리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응오가? 그 착하고 순진한 모범생이였던 녀석이?갑자기 이유모를 울분이 찾아왔다.
\"껄껄껄... 자유민주주의 개....팃쪼......자본주의 돼지....돼지찜....껄껄껄......이 빌어먹을 개새끼들! 껄껄껄....전쟁은 개,돼지들이 하는 거야! 전쟁은 개,돼지야! 빌어먹을....껄껄... 전쟁은 개,돼지들의 것이야!....\"
보응 씨가 서럽게 울부짖었다. 갑자기 지난 날의 설움, 지난 날의 모든 고생이 한꺼번에 확 몰려온듯 싶었다.응오 씨가 보응 씨를 달래며 말했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우리 개, 돼지를 씹어먹어버리세. 이 전쟁을 씹어먹어 버리세. 갈갈히 씹어 삼켜버리세!\"\"좋네 응오! 좋아!!\"
베트남인민군 장교 보응 씨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대원 응오 씨는 그날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팃쪼와 돼지찜을 먹었다.그들은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이 먹고 훨씬 많이 마시는 듯 했다. 어서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자기네들 뱃 속으로 들어간 개고기와 돼지고기, 술이 소화되어 사라지듯이 빨리 전쟁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과연 내일은 보응 씨와 응오 씨에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거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