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프루아를 비롯한 모든 십자군 제후들이 충성서약을 마쳤을 때
한 귀족이 건방지게도 황제의 옥좌에 앉았다.
전부터 라틴인들의 거만한 기질을 알고 있던 황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
그러자 보두앵 백작이 서둘러 그 귀족을 일으켜 세우며 심하게 꾸짖었다.
"여기서 이러면 곤란하네. 자네는 방금 황제께 충성을 서약하지 않았나.
로마인들의 관습으로는 신하가 황제와 함께 앉을 수는 없어.
누군가의 신하가 된 자는 그 나라의 관습 역시 잘 지켜야 하는 법일세."
그 자는 보두앵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으나,
성난 눈길로 황제를 힐끗 쳐다보고는 자기 나라 말로 몇 마디 중얼거렸다.
"보시오, 얼마나 거만하오? 이토록 용감한 기사들이 곁에 서 있는데 혼자 앉아 있다니 말이오."
그 라틴인의 입술이 움직인 것을 황제도 보았고, 통역관에게 그 말의 뜻을 물었다.
라틴인이 한 말의 뜻을 들은 황제는 라틴인에게 아무 주의도 주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제후들이 작별인사를 하자, 황제는 그 건방진 라틴인을 불러서
그는 누구이며,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혈통인지 물어보았다."
라틴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순혈의 프랑크족 귀족입니다.
제 고국의 한 광장에 예로부터 유명한 성당이 있었는데, 결투를 원하는 자들이 찾아오는 곳이죠.
그리고는 도전해올 상대방을 기다리며 신의 가호를 비는 겁니다.
저도 그 광장에서 한 녀석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끝내 그 작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자 황제는 바로 응수했다.
"그대가 그토록 싸우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니,
이제 흡족할 만큼 싸움을 많이 하게 될 때가 곧 올 걸세.
짐이 신신당부하건대, 대열의 후미에 서지 말고 반드시 중앙에 있어주게."
안나 콤네나 <알렉시아드>10권 中,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에서
...뭔가 우리 아빠는 지혜로운 대인배라는 식으로 애써 포장하지만
따져보면 동로마가 잘해봤자 백작 나부랭이가 황제 옥좌에 앉는 미친놈 모가지도 못건들만큼 개안습이 됐다는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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