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 비롯된 석유화학제품 원료 품귀 공포가 소비 심리마저 뒤틀어놨다. 나프타 등 화학제품 소재 부족이 실생활에서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단계가 아닌데도 곳곳에서 종량제 쓰레기 봉투 사재기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사재기 행위는 가수요로 인해 물가 인상을 부르고, 실제 필요한 곳에선 물량 부족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만큼 방치 되어선 안 될 일이다.

비닐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 산업시설 셧다운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들린 23일부터 쓰레기 봉투 사재기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종량제 봉투 대란으로 새벽부터 편의점을 돌아 겨우 구했다" "10박스 사 가는 사람도 봤다"는 글과 함께 올라온 대량 구매 인증사진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조바심을 일으켜 소비자들의 사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종량제 닷컴' 홈페이지엔 24일 오전 '전 지점 출고지연 안내문'이 게시됐을 정도다.

사재기가 쓰레기 봉투에만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과거 코로나 위기 초기에 겪었던 마스크 대란 사태를 보더라도 보통 사재기는 한 품목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생필품 전반으로 삽시간에 번져 나가는 속성이 있어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고 경기는 급랭할 수 있다. 일부지만 기저귀를 평소보다 대량 구매하거나 농업용으로 사용할 비닐 등 각종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왜곡된 소비 행태도 목격된다.

사재기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개개인의 무분별이 사회 전반의 손해를 야기하는 점을 이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정부 당국도 수치 공개 등으로 수급이 불안하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대량 주문과 매점매석, 웃돈 얹어 되팔기 행위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정부는 25일부터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시행에 들어간다. 에너지 부족은 물론 공급망 위기에 적극 대응해 시장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수급대책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