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배설하는 것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 두 가지이지만, 대다수의 군사 역사가들은 전쟁터에서 싸우고 전쟁 기계를 사용했던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이러한 아주 기본적인 삶의 사실을 간과하거나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군사 서적에서 이 주제에 대한 아주 간략한 정보조차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주 자세하게 다룰 필요는 없지만, 전쟁 중의 삶이 어떠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보라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병과 해군이 필요하다면 육지든 바다든 어디에서나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폭격기 조종사와 전투기 조종사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었을까요?
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의 전투기나 폭격기는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원시적인 항공기보다 더 오랫동안 공중에 머물고 훨씬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항공기 설계자들이 이러한 신형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을 위한 기본적인 배설물 처리 방법을 설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임무에 집중하는 것은 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가 극심하고, 8,000미터 상공 영하 16도의 추위가 배변을 하지 못하는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고고도에서 방광에 가해지는 추위는 치명적입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가장 많이 생산된 항공기 중 하나인 영국의 랭카스터 폭격기를 생각해 봅시다.
정작 승무원의 배설물 처리 시설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라도 제공하는 책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독일 상공에서 작전 중인 전형적인 랭카스터 폭격기의 모습을 시작으로 이러한 정보 부족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이 항공기는 본질적으로 2,000갤런 이상의 순수 휘발유와 150갤런의 오일을 담을 수 있는 금속 용기이며, 조종 장치와 플랩, 기관총 포탑 등에 사용되는 인화성이 매우 높은 유압유가 흐르는 수 마일에 달하는 파이프라인도 갖추고 있습니다.
폭탄창에는 8~10톤에 달하는 치명적인 고성능 폭약 및 화약, 그리고 포탑으로 탄약을 유도하는 확장형 합금 궤도에 장착된 14,000발의 탄약이 적재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소 공급 라인, 전기 배선, 통신 케이블 및 기타 여러 장비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날아다니는 폭탄" 안에는 추위를 막기 위해 여러 겹의 옷을 입은 승무원 7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가압되지 않은 항공기를 타고 밤마다, 때로는 6~7시간씩 비행하며 적의 대공포, 야간 전투기, 악천후, 그리고 사고에 맞서 싸웠습니다.
거의 모든 아브로 랭카스터 폭격기는 3개의 프레이저-내시(FN) 유압식 포탑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이 포탑들은 303 구경 브라우닝 기관총을 사용했습니다.
기체 중앙 하부 포탑은 랭카스터가 실전에 배치된 초기 몇 달 동안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기수 포탑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폭격수가 사용했습니다
중앙 상부 포탑 사수는 캔버스 슬링 시트에 매달린 채 비행했는데, 이 시트는 포탑에 오르내릴 때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하반신은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동체 안에 있었고, 머리는 플렉시글라스 돔 안에 있었습니다.
중앙 포탑 사수가 다른 승무원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운 곳이긴 했지만, 가장 최악은 후방 사수 자리였습니다. 야간 작전 중에는 하늘에서 가장 춥고 외로운 곳이었죠.
다른 승무원들은 기체 앞쪽에 동료들이 있어 어느 정도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지만, "엉덩이 사수"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불쌍한 후방 사수는 동료 승무원들과 완전히 단절되어 난방 시설도 없이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옮긴이 주 - 특히 많은 랭카스터 후방포탑들이 교전시 시야 확보와 비상 탈출을 용이하게 하고자 포탑 정면 유리를 제거하는 개조를 했기 때문에 더 추워짐)
비좁은 금속과 플렉시글라스로 된 좁은 포탑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했으며, 다리를 뻗을 공간조차 부족해서 어떤 이들은 비행화를 포탑 안에 먼저 넣은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때로는 10시간이나 걸리는 비행 동안, 후방 사수는 끊임없이 포탑을 회전시키며 주변의 칠흑 같은 어둠을 사방으로 살피고, 순식간에 공격해오는 적 야간 전투기로 변할 수 있는 회색 그림자를 찾아다녔습니다. 그의 비상탈출용 낙하산은 포탑 뒤쪽 동체에 따로 수납되었기 때문에 추락시 낙하산을 착용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후방사수가 경계를 조금이라도 늦춘다면 승무원 전원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은 비일비재 했습니다. 당연히 그의 생리 현상이나 급한 용변을 보는 것조차 승무원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위치는 공격하는 적 야간 전투기의 주요 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싶어도 후방사수는 작전 중 자리를 비울 수 없었습니다.
랭카스터 폭격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많은 항공기처럼 배뇨관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고, 후방 사수 포탑에서 불과 몇 피트 앞쪽에 "엘산(Elsan)" 화학 화장실만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포름알데히드 기반 화학 처리제가 들어있음)
이 화장실은 노출되어 있었고, 신뢰성이 떨어졌으며, 불편했고, 악천후나 기장이 갑작스러운 회피 기동을 해야 할 때는 위험했습니다.
10,000피트 이상의 고도에서는 기내 압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엘산을 사용하는 사람은 휴대용 산소통도 함께 사용해야 했습니다. 승무원들은 매 임무마다 필요한 끊임없는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엘산이나 다른 승무원이 가져온 용기를 굳이 사용하지 않으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엘산은 조종사들 에게는 그걸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상 요원들에게는 비워야 한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랭카스터 폭격기의 후방 동체에 노출된 엘산 화장실
긴 동체의 맨 끝 부분에, 안전장치도 없이 이 장치에 앉아서 볼일을 보다 심한 난기류를 만난다면 부상을 입거나 오물이 온몸에 묻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아니면 뭐... 둘 다 일수도 있죠.
한 공군 하사가 "화장실"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엘산 화장실은 이를 사용했던 폭격기 승무원 모두에게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결코 편안하게 화장실에서 책을 읽을 만한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한 익명의 조종사는 엘산에 대한 자신의 증오심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난기류 속에서 비행할 때, 이 악마의 똥간은 내용물을 기내 바닥, 벽, 천장에 흥건하게 흘려보냈고, 때로는 용기 안에도 조금 남아 있곤 했다.
좁은 공간에서 공포와 멀미를 참으며 장비를 벗으려 애쓰는 동시에 끔찍한 엘산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던 상황이 어땠을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게 악마의 발명품이 아니라면, 분명 적군이 우리에게 강요한 물건이다.
굉음을 내는 엔진과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로 가득 찬 차가운 기내에 앉아,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어야 할 시간을 빼앗긴 채, 이 끔찍한 화장실에 갇힌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혐오스러운 물건은 장거리 비행 시 어김없이 넘쳐흘렀고, 난기류 속에서는 항상 사용자의 중요 부위를 적시곤 했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경험 중 하나였다.
승무원들은 결국 비행 중 소변을 보기 위해서 빌어먹을 엘산 화장실 대신 맥주병과 같은 다양한 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ㅋㅋ - dc App
하 .. 똥은 중대사항인데 공중에선 ㅠ
유익한 글이네요
2/3 정도까지 읽다가 고통스러워서 스크롤 내리고 개추박음
그나마도 미군 거에 비하자면 나았다 들었는데 씹;
미군도 똑같은 엘산의 곶통이다 이거야!!!
악마의똥간 ㅋㅋ
그냥 시트달린 드럼통이잖아
1920년대 부터 사용한 유구한 이동식 화장실 인거시다
플라잉 변기
얘들은 기내에서 뜨신 밥 한 번 먹겠다고 알콜 스토브 탑재하는 짓도 하더니 화장실마저 기행이네
저 악마의 똥간은 B-29에도 사용됨 ㅋㅋㅋ
@투하체프 그러고 보니 얘네 당시 비행정 같은 경우엔 어차피 바다쪽 지나는 일 많으니까 오염이고 뭐고 그냥 싼 거 밖에서 뒤집어 처리하는 설비가 있었다더라. 폭격기도 오물투척 문제 없으면 분명 그랬을 거임
@ㅇㅇ(210.179) Further aft were two small toilet compartments with cold running water; toilets were much like those in contemporary Pullman cars, with direct overboard waste disposal. 기체 후방에는 찬물이 나오는 작은 화장실 칸 두 개가 있었는데, 화장실은 당시 풀만 객차에 있던 것과 비슷하게 배설물을 바로 바다에 버리는 방식이었다. - 팬암에서 운용한 마틴 M-130 화장실에 관한 내용중. 30년대 수상 여객기들에서 사용하던걸 그대로 써먹은 것 ㅋㅋ
@투하체프 내가 알기론 팬 암 창립되기도 전인 2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사우샘프턴에도 그런 설비가 있었음. 애초에 초장거리 비행은 그 시절에 호주행 정기 항공편 띄우던 얘네가 원조기도 하고
@ㅇㅇ(210.179) 관심이 생기는 내용이다 관련썰 써줘!!!
@ㅇㅇ(210.179) 바다에 똥물 오로롱은 지금도 함 ㅋㅋㅋㅋ
시발 차라리 폭탄창에 대충 싸고 독일군한테 같이 던져
전쟁시 삶에대한 것도 궁금했었는데 역시 상당히 처참했구나
와 진짜 개 좆같았겠다 ㅅㅂㅋㅋ
존나 재밌네 다음화 빨리좀
고마워 미도리..
공군짜장... 공군맥주...
폭격기들 빈 드럼같은거에 오물모아다가 폭격할떄 같이 짬처리했단썰이 이래서 생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