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조 하데스티와 외국 정보국 심문관 사이의 심문 녹취록이다. 심문관의 이름은 그의 초성인 "A.I." 로 알려져 있다.
이 녹취록은 CIA의 기관 내부 학술지 Studies In Intelligence의 1983년 봄 호에 실렸다.
* * *
심문관: 다시 만났군요, 조. 당신 파일을 좀 볼게요. 지난번 대화에서 당신은 제가 당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걱정했었죠... 그게 맞는 말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하데스티: 당연하지.
심문관: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데스티: 당신은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잖소.
심문관: 전 당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생각지 않아요.
하데스티: 당신은 개자식이야, 본인도 잘 알면서.
심문관: 이봐요 조, 비속어는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하데스티: 당신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소.
심문관: 제가 당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는 망상이라도 하는 건가요, 조?
하데스티: 절대 아냐.
심문관: 정말인가요?
하데스티: 그렇소.
심문관: 지난번에는 당신 정부에 관해 이야기했었죠.
하데스티: 아니, 안 했어.
심문관: 분명히 했다고 확신하는데요!
하데스티: 난 그저 우리 정부가 당신들이 나를 대우하는 방식에 대해 항의할 거라고만 말했소.
심문관: 당신 정부가 어쨌다는 건가요?
하데스티: 내가 그들에게 알리면 그들이 항의할 거란 뜻이오.
심문관: 당신이 알리면 누가 항의한다는 거죠?
하데스티: 우리나라 정부 말이오.
심문관: 당신이 알리면 당신 정부가 항의한다라... 물론 그렇겠죠.
하데스티: 국무부는 이런 일을 좋게 보지 않거든.
심문관: 전 당신이 정부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요.
하데스티: 국무부가 우리 정부를 대변하는 거요.
심문관: 이곳에 도착한 이후 당신이 한 활동에 대해 말해보는 게 어떨까요, 조?
하데스티: 난 그저 내 일을 하는 여느 사업가들과 똑같이 지냈소.
심문관: 당신 직업에 대해 말해봐요.
하데스티: 뉴욕에 있는 Worldwide Leasing에서 일하고 있소.
심문관: 알겠어요...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우린 물건을 수출하지.
심문관: 당신 업무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하데스티: 미국과 당신네 나라 사이의 물품 선적 계약을 주선하는 일을 하고 있소.
심문관: 이해했어요... 계속하세요.
하데스티: 그게 다야.
심문관: 왜 그게 다라고 말하는 건가요?
하데스티: 그게 내 업무 내용이니까.
심문관: 지난번 심문에서는 당신이 시간에 꽤 신경을 쓰는 것 같더군요.
하데스티: 그래, 당신이 내 소중한 시간을 엄청나게 뺏었으니까.
심문관: 당신의 시간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하데스티: 난 바쁜 사람이오. 그런데 당신은 전에도 내 시간을 낭비하게 했지.
심문관: 계속해봐요, 조.
하데스티: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괴롭힘을 당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소.
심문관: 당신 일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하데스티: 고용주들이 나를 신뢰하니까.
심문관: 고용주들이 당신을 신뢰한다고요?
하데스티: 당연히 신뢰하지.
심문관: 누가 당신을 신뢰하죠?
하데스티: Worldwide Leasing 사.
심문관: 그들이 당신을 신뢰한다라... 물론 그렇겠죠.
하데스티: 그렇소, 그런데 왜 나를 여기로 부른 거요?
심문관: 당신은 왜라고 생각하나요, 조?
하데스티: 전혀 모르겠소이다.
심문관: 듣고 있어요... 전혀 모른다라...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말해주든지 아니면 보내주든지 하시오.
심문관: 당신이 화물 운송을 주선한다고요?
하데스티: 그게 내가 돈을 받고 하는 일이오.
심문관: 그 이유라면...
하데스티: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심문관: 당신이 돈을 받고 하는 일은 그것 말고 또 없나요?
하데스티: 없소.
심문관: 다른 이유는 뭐가 있죠?
하데스티: 아무것도 없소.
심문관: 당신이 이 나라에 도착한 이후의 활동에 관심이 있어요.
하데스티: 내 활동이 어쨌다는 거요?
심문관: 뭐일것 같은가요, 조?
하데스티: 당신은 내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심문관: 법을 어겨서 기쁜가요?
하데스티: 난 당신네 나라의 법을 어긴 적이 없소.
심문관: 알겠어요... 제 법을 어기지 않았다라... 계속해 보시죠.
하데스티: 왜 나를 여기로 소환한 거요.
심문관: 왜 그 이유를 궁금해하나요, 조?
하데스티: 모르겠소.
심문관: 왜 모르죠?
하데스티: 당신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내가 알 턱이 없잖소.
심문관: 왜 제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나요?
하데스티: 문제가 뭔지 말해주지 않으면 나가겠어.
심문관: 이해했어요... 문제가 뭔지 말해주지 않으면 나가겠다라...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싫소.
심문관: 싫다고요?
하데스티: 그래!
심문관: 조, 당신이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해주시겠나요.
하데스티: 당신이 왜 나를 여기로 오라고 명령했는지 말해주면 솔직하게 말하겠소.
심문관: 당신의 정직함은 저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네요.
하데스티: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요. 그냥 왜 나를 여기로 불러냈는지나 말하시오.
심문관: 당신이 전혀 모른다는 게 흥미롭군요.
하데스티: 조금도 짐작 가는 게 없소.
심문관: 당신 정부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하데스티: 우리 정부에 무슨 관심이 있는 거지?
심문관: 당신 정부에 제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요?
하데스티: 기회만 된다면 당신이 우리 정부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해.
심문관: 제가 당신 정부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라면...
하데스티: 당신은 반민주적이니까.
심문관: 제가 반민주적이라는 망상을 하는 건가요, 조?
하데스티: 전혀 아니오.
심문관: 당신과 대화하는 게 즐겁군요, 조.
하데스티: 난 당신이랑 대화하는 게 즐겁지 않아.
심문관: 듣고 있어요... 저와 대화하는 게 즐겁지 않다라...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왜 자꾸 나를 불러들이는지 전혀 모르겠소.
심문관: 왜 자꾸 부르는지 전혀 모른다니 흥미롭네요.
하데스티: 당신이 말해봐.
심문관: 여기 도착한 이후 당신 활동에 대해 말해보는 게 어떨까요, 조?
하데스티: 회사 업무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소.
심문관: 당신 회사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하데스티: 전에 다 말했잖소.
심문관: 회사에 대해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을거요?
심문관: 그건 대답할 수 없네요.
하데스티: 당신 같은 개자식들은 언제나 답을 정해놓고 있지.
심문관: 다시 말하지만 조, 그런 언사는 불필요해요!
하데스티: 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심문관: 왜 비속어가 필요하다고 믿나요?
하데스티: 당신 같은 인간들을 상대할 때는 아주 적절하거든.
심문관: 저희는 당신의 활동이 우리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는 보고를 가지고 있어요.
하데스티: 그게 무슨 소리요?
심문관: 무슨 뜻인지 잘 알 텐데요.
하데스티: 아니, 모르겠어.
심문관: 왜 모르죠?
하데스티: 당신이 먼저 꺼낸 질문이잖소.
심문관: 당신의 회사에 대한 진실을 피하고 있는 건가요?
하데스티: 당연히 아니오. 왜 그런 걸 묻는거지?
심문관: 당신은 왜라고 생각하나요?
하데스티: 모르겠소.
심문관: 진짜 모르겠는 걸까요?
하데스티: 그런 것 같소.
심문관: 그런 것 같다고요?
하데스티: 그렇소.
심문관: 이해했어요... 계속해봐요.
하데스티: 이제 가도 되나?
심문관: 당신의 진짜 직업이 뭔가요, 조?
하데스티: 화물 취급자.
심문관: 우리에게 숨기는 걸 멈추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습니다.
하데스티: 무슨 뜻이오?
심문관: 무슨 뜻인지 알 텐데요.
하데스티: 염병, 내가 알 길이 있나.
심문관: 이봐요 조, 비속어를 쓰는 건 유치한 짓이에요.
하데스티: 알겠소, 이제 가도 되나?
심문관: 태도를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조. 안 그러면 이 나라를 떠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하데스티: 그 협박은 무슨 뜻이지?
심문관: 무슨 뜻인지 알 텐데요.
하데스티: 아니, 몰라.
심문관: 생각해보시죠.
하데스티: 왜?
심문관: 왜 이유를 알고 싶어 하나요?
하데스티: 당신이 협박했으니까 설명을 들어야겠소.
심문관: 제 메시지는 명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데스티: 무슨 메시지?
심문관: 당신은 미국 중앙정보국을 위해 일하나요, 조?
하데스티: 아니, 절대 아냐.
심문관: 왜 계속 저한테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하데스티: 난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소. 당신은 나를 이렇게 대우할 권리가 없어.
심문관: 물론 없지요.
하데스티: 내 말에 동의한다면, 이제 가도 되나?
심문관: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라... 흥미롭군요.
하데스티: 이제 가도 되냐고?
심문관: CIA 내 당신 상관이 누구지요?
하데스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소.
심문관: 제가 기록을 남기기 전에 그 발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하데스티: 지옥에나 가버려.
심문관: 왜 그렇게 적대적일까요?
하데스티: 난 협조하러 왔는데도 당신이 나를 적대적으로 만들었잖소.
심문관: 당신의 그 적대적인 성격이 문제의 일부일지도 모르겠군요, 조.
* * *
조 하데스티(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는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오늘 A.I.와의 심문 세션이 끝난다고 해도, 내일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심문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조가 정말 혐의에 대해 결백한지, 아니면 신분을 위장한 미국 요원인지는 A.I.의 집착에 가까운 목표이며, 이를 밝혀내려는 A.I.의 노력은 지칠 줄 모른다.
그의 이니셜은 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이다. 그는 마이크로컴퓨터이다.
위의 내용은 한 정보관이 ANALIZA²라고 알려진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진행한 여러 차례의 실험 세션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조의 답변을 분석하고, 핵심 단어와 문구를 찾아내어 답변을 구성한다. 또한 내부 질문 은행을 활용해 질문의 방향을 새로운 주제로 유도하기도 한다.
이전에 다루었던 주제들을 메모리에 저장해 두기 때문에, 세션이 반복될수록 조에게 더 많은 기습 질문을 던지게 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조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다.
프로그램의 또 다른 기능은 조의 취약점을 탐색하는 것이다.
A.I.는 조가 다양한 주제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나타내는 '집중 변수(focus variables)'를 기록한다. 또한 조의 적대감, 호기심, 수다스러움, 이해 가능성 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프로필 변수(profile variables)'를 기록하여 이에 기반한 질문을 던진다.
A.I.는 적대감을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특정 방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원시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다. 또한 '추론 문자열(reason strings)'을 생성하여 근거와 정당성에 대한 진술을 이어가고 추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를 통해 인터뷰 과정에서 얻은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서로 연결하는 질문을 만들어 낸다.
만약 조 하데스티가 실제로 커버 스토리를 지켜야 하는 정보 요원이라면, 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 아주 힘겨운 상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 보여지는 상호작용형 심문은 여전히 인공지능의 가장 원시적인 용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컴퓨터가 제한적인 방식으로 지식 기반을 갖추고, 지각 및 감지, 학습, 적응, 문제 해결, 목표 추구, 자연어 처리, 상호작용형 교육 수행, 자기 수정 또는 다른 컴퓨터 수정, 그리고 추상적 추론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날 [이 글의 작성 시기인 1980년대 초 기준] 인공지능은 의료 진단, 특정 지역의 광물 및 석유 매장 확률 예측, 항해, 위성 기상 사진 해석, 분자 분석 및 로봇 공학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는 전문가 수준의 정보가 정의될 수 있고, 컴퓨터가 '유사 사고(pseudo-thinking)'를 수행하며 매칭 및 분기 처리를 할 수 있는 규칙이나 방법이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하다.
ANALIZA²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원시적인 형태의 인공지능은 인류의 아주 미미한 능력에 근접하기까지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정보관들은 하데스티 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교육적 필요를 충족하거나, 분석적 가설을 방어하거나, 혹은 아직 구상되지 않은 수많은 작전적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조 하데스티 군은, 심문이 너무 고통스러워질 경우 실제 외국에서의 심문 상황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선택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경우다--그는 종료 버튼 하나로 모든 질문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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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심문관의 이름이 A.I. 였다는 점에서 이 대화가 실제 외국 정보기관의 심문 기록이 아닌 AI와의 가상 시나리오였다고 의심한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이 1983년에 작성된 글인 것을 감안해서 그때 기술 수준으로 설마 저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게 가능했을리가... 하고 생각했음.
심문관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대화기록 보면 심문관의 말에서 AI 티가 나기도 함. 이건 영어로 된 원문을 읽어보면 더 확실한데, 어쨌든 대화기록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음.
아니 조바이든 드립 ㅇㄷ
이야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