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2차대전 직전 내지 초반만 해도 단발 전투기들은 장점과 단점이 매우 명확했음.

그 중 단점을 나열해보면

1. 무장이 빈약함. 전투 중량이 작으니까.
2. 항속거리가 짧음. 전투 중량이 작으니까.
3. (이건 그 당시 예상의 영역이었음.) 엔진이 조루라서 속도의 이점이 떨어질 거 같음.

이 때만 해도 900마력에서 1,000마력급만 되어도 손꼽히는 출력의 엔진 취급이었지만 저 엔진으로 빨리 날고 빨리 상승하려면 필연적으로 기체를 경량화할 수 밖에 없고 기체 강성은 포기 못하니 무장과 연료를 들어내야 할 수밖에 없었음. 이 시기에 프랑스가 엔진을 관통하는 기관포를 달고 독일도 따라 가려고 안간힘 쓴 건 컴팩트한 전투기에 기관포를 달기 위한 고육지책 중 하나였음. 전쟁 초 영국처럼 소구경 기총을 여러 정 다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그 방법은 금방 한계에 도달함. 왜냐하면 전투기의 상대가 너무 강해졌기 때문임.

반갑다 소년. 나는 폭격기라고 한다.

초기 공군력 맹신론자의 지지와 투자를 바탕으로 폭격기는 전투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신형기를 개발하고 있었음. 오히려 전투기보다 적극적으로 단엽기 디자인과 두랄루민 세미 모노코크 구조를 받아들여서 한때 전투기보다 더 빠른 폭격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소구경 기총으로는 유효타를 먹이기 더욱 힘들어졌음.

미국은 이미 50구경 기관총을 개발하고 써먹고 있었지만 유럽은 상대적으로 50구경대 기관총 개발에 시큰둥했음. 2차대전 개전 시점에 유럽권 국가 중에 50구경대 항공기용 기총을 쓰는 나라는 이탈리아와 소련 뿐이었음. 다른 나라들은 기존의 30구경급 기관총을 쓰거나 기관포를 더해서 쓰려고 하고 있었음. 근데 단발 전투기에 기관포를 달자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거임.

한 가지 더. 단발 전투기들은 기체가 작으니 연료 적재량도 작아지니 항속거리도 짧아질 수 밖에 없음. 그러다 보니 폭격기를 호위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적이게 됨.

이 때 항공 공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됨.

“엔진을 쌍발로 달고 기체를 대형화하면 되지 않을까?”

엔진을 쌍발로 달게 되면 기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으니 무장도 더 강하고 큰 걸 달 수 있고, 연료 적재량도 늘일 수 있으니 폭격기 호위에도 쓸만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음.

참고로 미국은 개념이 살짝 달랐음. 쌍발로 전투기를 만들면 더 먼거리까지 마중 나가서 내습하는 적 폭격기를 요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음.

물론 다들 알다시피 이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음. 커진 만큼 둔해지니 전장에서의 대응 능력이 떨어져서 폭격기 요격 내지는 폭격기 호위 임무 외에는 효과적이지 못했음.

한편 레이다라는 새로운 탐지 수단이 등장하면서 쌍발 전투기는 야간 전투기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음. 물론 넵튠 레이다처럼 단발 전투기용 레이더가 있기는 했지만 초기 항공기용 레이다의 성능, 신호 처리 방식 등을 놓고 보았을 때 레이다 조작 인원을 더 태울 수 있는 쌍발 전투기가 훨씬 유리했음.

그리고 대형 기체에서 오는 무장 능력은 어디 안 가서 지상 공격 임무에서 빛을 발했음. 2차대전 당시 투입된 대부분의 전투기들은 지상 공격 시 고정 무장을 활용하거나 외장 무장으로 50kg급 폭탄이나 로켓탄 정도나 운영할 수 있었음. 그에 비해 쌍발 전투기는 그보다 더 큰 폭탄을 달수도 있고 대구경 기관포를 달고 다닐 수도 있었음.

미 육군항공대의 경우 대형 단발 전투기들을 개발 및 배치를 하면서 쌍발 전투기의 수요를 일부 충족하였지만 쌍발 전투기가 가진 강점-쌍발 엔진에서 오는 파워, 크기, 범용성-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형 단발 전투기의 항속거리로 감당을 못할만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폭격기가 나오면서 새로운 쌍발 전투기가 나오기도 했음.

F-82 트윈 머스탱

제트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레이다의 탑재, 무장 능력의 강화, , 빠른 속도의 달성을 위해서 쌍발 전투기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영향은 지금도 남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