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내내 소련 전투기들은 동시기 여타 국가들에 비해 2년씩은 뒤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음. 다른 나라가 650kph(미개한 콜로니스트들의 임페리얼 유닛으로는 400mph)를 넘나들고 있던 1942년에 소련은 600kph를 넘기느냐 마느냐를 두고 피똥을 싸고 있었고, 다른 나라들이 고도 10,000m에서 교전을 상정하고 있던 시절에는 성능표에 8,000m 이상은 기재를 아예 안 해가며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그런 상태였음.
하지만 그런 소련군에도 꿈과 희망은 있었음. 언젠가 양산에 들어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클리모프의 VK107엔진이 바로 그것임. 해수면 최대출력 1,650hp으로 야크 전투기를 꿈의 700kph대까지 가속하게 해줄 환상의 엔진이 언젠가 나와서 저 개같은 낙지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음!
어차피 의심해봐야 굴락 밖에 더 가겠음? 믿어야지.
사실 여러 번 쓴 적이 있지만 그냥 쓰는 김에 한번 더 쓰자면 클리모프의 레시프로 엔진 계보의 시작은 프랑스 이스파노 수이자의 12Y엔진이었음. 클리모프는 1935년에 12Ydrs를 라이센스해서 M-100이란 제식명으로 생산했음. 이걸 실린더 크기도 조금 건드려보고 RPM도 2,400rpm에서 2,700rpm까지 끌어올려서 만든 게 2머전 소련의 주력 액랭엔진인 M-105엔진임.
다만 M-105는 과급기를 사실상 포기해가며 대전 후기까지 개같이 혹사시켜도 결국 1,300hp를 넘기기 어려웠는데 사실 12Y에서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한 게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 때문에 클리모프는 이번에는 좀 많이 손대서 무게가 좀 늘어도 좋으니 출력을 크게 올려볼 궁리를 하게 됐음.
실린더 밸브도 늘이고, 밸브 타이밍도 건드리고, 피스톤과 크랭크 축 계통도 더 빡시게 돌아도 괜찮게 튼튼하게 만들고, 감속기도 조정하고 과급기도 좀 더 괜찮은 물건을 넣는 등, 엔진 베이스 설계 자체는 12Y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이 정도면 마개조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무방함.
여튼 이렇게 만든 엔진은 1,650hp의 출력을 내며 짜잔! 하고 등장했음. 이걸 단 기체는 쏘오비옛뜨 공군의 빛! Yak-9U였음!
소련 지휘부는 이야! 여윽시 클리모프 동지다 이기야! 어! 1,650마력! 이제 어! 낙지 새끼들은 다 뒤진 거라 이기야!
클리모프는 무려 무고장 수명 100시간을 주장했고 이대로라면 당장 양산해서 낙지새끼들의 후장을 털어버릴 때가 왔...
겠냐?
온 것은 낙지의 죽음이 아니라 정비병의 암덩어리였음.
클리모프는 12Y엔진 베이스를 그대로 쓰면서 출력만 늘리고 싶어했는데, 이 경우에 할 수 있는거라고는 그냥 RPM을 올리는 것 뿐임.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출력을 올리기 좋지만 엔진을 개같이 혹사시키는 거지.
12Y시절 2,400RPM에서 시작했던 엔진은 VK-107에서는 3,200RPM까지 회전수를 올려서 1,650hp를 달성했음. 그 결과 배기량대비 긴 스트로크(170mm)를 가진 실린더 특성상 피스톤이 미친듯이 움직여야 했고 이는 더 큰 관성하중을 일으키고, 이 관성하중은 크랭크축을 미친듯이 흔들어댐. 배기파이프는 또 V형 실린더 가운데로 나가니 안그래도 따끈따끈한 실린더 춥지 말라고 보온도 시켜주고.
그야말로 엔진 구조와 열관리 양쪽에 총체적 난국이 발생함.
그 결과 1944년 1~4월에 시행된 NII VVS 군사시험에서는 엔진 두대를 돌린 결과 한대는 7시간, 한대는 9시간만에 퍼져버리는 상황.
한때 무고장 수명 100시간을 인정했던 클리모프는 군당국한테 싸대기 존나 맞은 다음에 "나그가 잘못했당께..." 하면서 25시간으로 수정했지만... 나름 잘 튜닝된 엔진으로 진행했을 군사시험에서조차 저랬으면...
하지만 우리의 소련군은 그런 기열찬 패배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영도자 스탈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7시간짜리 엔진을 25시간 정도 굴리는 것은 아무 문제도 없다! 위이이이이대한 조오오오오국을 위하여!
VK-107A를 단 Yak-9U의 양산에 들어감.
진짜임. 찍어서 야전에 막 뿌렸음.
결과 야전에서 Yak-9U는 강려크한 출력을 내며 교전에 들어가 최대출력을 딱 쓰면 곧 푸쉬식거리며 엔진이 퍼졌고, 개같이 격추당하거나 아니면 간신히 착륙했음. 돌아온 기체의 엔진을 뜯어보면 실린더 라이너와 피스톤 링이 쌍방으로 줄줄히 갈리고 크랭크축이 뒤흔들리거나 점화플러그가 타버리거나 여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는 거임.
사실 소련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멀린도 같은 방식으로 출력을 올렸음. 멀린도 진짜 개같이 RPM을 올린 케이스인데, 이쪽이 좀 나았던 것은 스트로크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어서 실린더 왕복 속도도 덜 심했고 관성하중도 덜한데다가, 나중에는 그냥 무게 감수하고 인터쿨러를 엔진 냉각계와 한 세트로 묶어 달아버림. 과열문제를 인터쿨러로 해결했지만 소련은 엔진 좀 식히겠다고 그런 무겁고 복잡한 걸 달 생각이 읎었지.
그걸 보는 정비병의 위 속에서는 암덩이가 자라오르고... 그걸 타는 조종사의 위 속에도 암덩어리가 자라오르고...
정비병은 물론이거니와 조종사들까지 개빡쳐서 사령부에 이딴 걸 어떻게 쓰냐고 개지랄을 해댔는데, 워낙 지랄하는데가 많다보니 의심하는 반동분자들을 죄다 굴락에 처넣지는 못하고 2차 테스트를 진행함.
ㅇㅇ. 똑같이 망함. 하지만 계속 찍어 뿌렸음. 대신 딱지가 하나 붙어서 옴.
최대출력 사용금지.
덤으로 "1944년 10~12월 위이이이대한 조오오오오국의 163IAP에서는 출력 제한을 건 Yak-9U로 압도적인 숫적 우위의 낙지 전투기 28기를 격추하고 2기를 손실했다! 이거 출력 제한 걸어도 존나 좋아!" 하는 선전문구도 발표함.
대책도 내놓았겠다. 오피셜 선전문구까지 나왔으니 여기서 더 지랄하면 이제는 굴락행일지도 모름.
그러나 출력 제한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전에서는 일반적으로 10시간에서 20시간 정도 비행하고 나면 엔진을 갈아가며 써야 했음.
이 엔진은 결국 끝까지 해결이 안됐던걸로 보이는데, 한국전 당시 북한에 지원한 Yak-9P도 최대출력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
아 사족이지만 163IAP의 격추전과도 구라였음. 163IAP가 있던 발틱전선에는 JG54 2개 그루페(완편기준 80여 기, 11월 초 기준 가용기 60여기) 소련공군 3개 전투기사단(완편기준 372기)을 상대로 버티고 있었는데, 1944년 10~12월 이 기간 JG54 2개 그루페 손실 전부 합쳐도 13기밖에 안됨.
하지만 킹타우갓이었다면 1기도 잃지 않았을 것!
자료출처
Истребители ЯК периода Великой Отечественной войны
Истребители «ЯК» и «Мессершмитт» на Восточном фронте: сравнение в чью пользу?
기타 NII VVS 및 TsAGI 문서들.
다음 링크에서 소련 정비병의 발암물질.ssul -2-로 이어짐.
스퀘어 스트로크도 아니고 롱 스트로크인데 고RPM으로 조졌단 소리?
ㅇㅇ. 뫄 멀린 써놨다시치 저시절엔 롱스트로크엔진 RPM 올려서 출력 늘리는건 꽤 흔한 일이긴 함. 근데 VK107은 스트로크가 170mm나 되는 놈이라.
@온라인망령 보통 자동차 엔진은 고알피엠으로 조질 때는 처음부터 숏스트로크로 설계하거나(혼다 vtec) 혹은 보어를 넓혀서 일부러 스트로크 길이를 줄이거나 해서 물어봄.
@H-Station 뫄 이미 알고 있을거 같긴 한데 2머젘 전투기용 엔진이라는게 H형같은 특이케이스 아닌한 스퀘어 스트로크로 만드는것도 어려운 시절이라...
약구추
MTBF 9시간짜리 항공엔진 ㅋㅋ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엔진 걍 쓰다버리는 신발이네 ㅋㅋㅋㅋ
결국은 센타우로 채용 안한 루밮의 패배는 예정된결말
괴링도 양산하자고 한걸 멋진연합군스파이 지클그루버가 막아냄 ㅋㅋㅋ
배우신분.
현대 러시아군 엔진 수명은 과거보다 100배 늘었다 (진짜긴함)
최대출력을 쓰면 엔진을 버리는건 이제 동구권 전투기의 전통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