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미군 축소는 유럽인들의 기존 가정을 뒤흔들었다. 그들은 원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국 군사력을 증강하고, 정보·감시 자산 같은 미국의 핵심 지원 역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양의 미사일을 소모하면서,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유럽 동맹국과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무기 공급까지 지연되고 있다.


NATO 내부 일부 인사들은, 올해 1월 트럼프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강제로 차지할 수 있다고 위협했던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미국이 단순히 러시아와의 전쟁에 불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대응 자체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낮게 여겨진다. 그러나 여러 나토 국가의 고위 장교 및 국방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이 이 위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드러낸다.


일부 유럽 군대는 미국의 지원 없이 싸우는 것뿐 아니라, 나토의 상당수 지휘·통제 체계 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비밀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한 스웨덴 국방 관계자는 “그린란드 사태는 경종이었다”며 “우리는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 가운데 실명을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개적으로 이런 논의를 할 경우 미국의 이탈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나토 사무총장인 마르크 뤼터는 “이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사실상 금지했다. 그는 그것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핀란드국제문제연구소의 마티 페수는 지난해 플랜 B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문을 공동 집필했지만, 당시 핀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그런 계획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위협이 커지면서 여러 나라들은 나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유럽이 어떻게, 그리고 누구의 지휘 아래 싸워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국방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나토를 막아버린다면, 어떤 지휘체계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은 나토 성공의 핵심을 건드린다. 대부분의 군사동맹은 초등학교 음악 합주처럼 움직인다. 각국이 와서 대충 박자 맞춰 자기 북을 두드리고는 돌아가는 식이다. 하지만 나토는 다르다. 나토는 단일 지휘자인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의 통제를 받는 교향악단처럼 설계됐다. 그리고 그 사령관은 언제나 유럽 주둔 미군까지 지휘하는 미국 장군이 맡는다.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안전한 통신망을 통해 여러 상설 하위사령부들과 연결돼 있다. 이 사령부들에는 수천 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전쟁이 시작되는 즉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브뤼셀 자유대학교 안보·외교·전략센터 소장인 루이스 시몬은 “미국의 리더십은 동맹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며 “그것이 사라지면 억지력 체계가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플랜 B는 단순히 무기를 더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유럽 국가들이 어떤 구조 아래에서 함께 싸울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적어도 북유럽에서는, 그 핵심이 발트 국가들과 북유럽 국가들, 그리고 폴란드의 연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며 모두 러시아를 두려워한다.


또 영국·프랑스·독일 같은 나토의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이미 발트 지역에 경고용 병력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거의 확실히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에드워드 아널드는 “아마 나토 회원국의 3분의 1 정도는 제5조 발동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 첫날부터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자주 언급되는 대안 지휘체계 중 하나는 합동원정군(Joint Expeditionary Force)이다. 이는 영국이 주도하는 10개국 규모의 군사 연합체로, 대부분 북유럽·발트 국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런던 인근에 상설 본부를 두고 있다.


합동원정군은 2014년 영국과 다른 6개 나토 회원국에 의해 창설됐다. 원래는 나토를 보완하는 조직으로 여겨졌으며, 제5조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는 상황에 신속 대응 병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신청을 하기 몇 년 전부터 이 연합에 참여하면서 역할 범위가 확대됐다.


현재 합동원정군은 나토의 약점을 우회하는 수단으로도 여겨진다. 나토는 만장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회원국만 반대해도 제5조 발동이 막힐 수 있다. 반면 합동원정군은 2023년 당시 사령관이었던 영국의 짐 모리스 소장이 말했듯 “합의가 없어도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합동원정군은 이미 훈련과 해군 순찰 등을 위해 여러 차례 가동된 바 있다.


에드워드 아널드는 “합동원정군은 대안들 가운데 가장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합동원정군 본부가 이미 정보·작전계획·물류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나토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보안 통신망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영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의 핵 억지력도 제공한다.


하지만 합동원정군은 여전히 북유럽과 발트 지역 중심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프랑스·독일·폴란드 같은 주요 강대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동맹국 관계자들은 영국의 국방 준비태세에도 불안을 느낀다. 장기간의 국방예산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 내 즉시 전개 가능한 함정·잠수함·육군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비꼬았다. 

“영국은 모두가 좋아하는 삼촌 같은 존재다. 하지만 지금은 다운턴 애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겉모습은 유지하지만 실제 돈은 부족하다.”


다만 독일이 참여한다면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독일은 현재 국방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이 기존 나토 체계를 이어받을 수 없다면 합동원정군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형태가 되든, 유럽은 결국 미국을 대체할 공동방위체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누군가”에 의존하는 억지력은 진정한 억지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6/05/19/europes-secret-plan-b-to-replace-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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