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군대가 군사술을 전략과 전술로만 구분하고 그 중간의 영역을 독일군만이 암묵적으로 체득하고 있던 1920년대, 전략과 전술 사이의 영역을 "작전술"로 규정하며 등장한 군사이론가가 바로 알렉산드르 스베친이었습니다.
제정 러시아군에서 니콜라옙스카야 참모대학을 졸업한 개혁파 장교들의 일원으로 러일전쟁과 1차세계대전을 경험하고 관찰한 스베친은 제정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10월 혁명 이후 붉은 군대에 다른 개혁파 장교들과 함께 군사전문가로 가담했습니다. 잠깐 붉은 군대 주참모장을 맡았다가 참모대학의 교수로 들어와 붉은 군대의 참모장교들에게 전략을 강의한 스베친은 1924년에 참모대학에서 한 강의에서 "군사술을 전략/전술로만 나누는 분류는 이제 낡은 것이 되었다."고 선언하며 군사술을 전략-작전술-전술로 분류하여 작전술 개념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전략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견해를 다듬은 후 1926년에 이제까지의 강의 원고를 모아 편집해 출간하고 1927년에 개정판을 낸 책이 바로 이 『전략』입니다. 스베친은 『전략』과 『군사술의 진화』를 비롯한 여러 저서들에서 독일의 군사사학자 한스 델브뤼크의 영향으로 전략을 "섬멸전략"과 "소모전략"으로 구분했으며, 군사사에서는 소모전략이 적합한 시기(7년전쟁)와 섬멸전략이 적합한 시기(나폴레옹 전쟁)이 있는데 1920년대의 소련은 아직 개발이 더딘 상태와 내전 이후 피해복구의 문제로 인한 산업능력의 제한, 주변국의 안보상황과 군사적 능력을 고려할 때 소련의 광활한 국토 내에서 소모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베친의 전략관은 종심작전으로 대표되는 공세적인 섬멸전략이 붉은 군대의 최종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한 투하쳅스키를 자극했습니다. 결국 투하쳅스키는 스베친이 엥겔스가 아니라 델브뤼크를 인용하는 점을 보아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며, 스베친이 소련을 패배로 이끌 소모전략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군사대학 교수 9명을 동원해 스베친을 일방적으로 매장한 후 검찰에 고발해 가택연금에 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패배로 이끌 전략 주창" 죄목은 투하쳅스키가 숙청당할 때 자신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이로서 스베친에게는 "소모전략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부당한 비난이었는데, 스베친은 섬멸전략이 필요할 때 섬멸전략을 채택해야 하며,소련이 충분히 산업화되고 기계화 전력을 갖추게 되면 섬멸전략을 채택하는게 적절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택연금 기간은 1년에 그쳤지만 스베친의 저서들은 금서가 되었고 스베친은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스베친은 결국 대숙청의 광풍을 피해가지 못한 채 1938년에 체포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베친의 저서는 그 가치를 잃지 않았습니다. 대조국 전쟁은 투하쳅스키가 생각한 소련의 전략적 섬멸공세가 아닌 독일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전쟁이 1944년 중순까지 소련 영토 내에서 진행되면서 소련군은 전략적으로는 스베친적으로, 작전술적으로는 투하쳅스키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스베친의 식견이 투하쳅스키보다 더 적절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전쟁기 주요 사령관들은 전후 사령부에 몰래 『전략』을 숨겨두고 틈틈히 읽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스베친은 대숙청 피해자들이 일괄적으로 복권될 때 복권되었고 금서가 되었던 그의 저작들도 해금되었습니다. 스베친의 『전략』은 보로실로프 참모대학의 교재로 채택되었고 현대 러시아군 참모대학에서도 『전략』은 중요한 교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1980년대 미군의 작전술 개념 도입 과정에서 작전술 개념을 최초로 언급한 단행본인 『전략』은 미국과 영국의 연구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인용되었고 비공식적으로 영어로 번역되었으며, 그 결과 1994년에 영어판이 민간시장에 출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영어판에는 원문의 이해를 위해 소련군사연구소의 제이콥 킵 박사와 옐친 정부의 안보보좌관인 군사이론가 안드레이 코코신, 소련군 총참모장을 역임했던 블라디미르 로보프의 해설 논문이 달려 있습니다. 이로서 스베친의 『전략』은 소련/현대 러시아만의 군사고전이 아닌 보편성을 지닌 세계적인 군사고전이 되었으며, 스베친은 세계 대부분의 군대가 채택한 작전술 개념의 창시자로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스베친은 저서에서 전략과 정치의 관계, 전쟁준비, 작전술을 통한 전략목표의 달성, 전략의 지휘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었습니다. 스베친의 『전략』은 명문화된 작전술 개념의 제시와 더불어 보불전쟁에서 1차세계대전에 이르는 유럽 전쟁의 사례들을 분석하며 전략을 단지 용병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들 내에서 봐야 함을 피력하였습니다. 스베친은 작전술이 전략목표의 달성을 위한 도구임을 강조하였고, 전략-작전술-전술의 관계를 명쾌하게 규정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소련 및 현대 러시아의 군사이론 서적이 거의 번역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마침내 스베친의 『전략』이 번역된 것은 작전술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뿐만 아니라 전략의 연구와 수행에도 한층 기여할 수 있는 계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인 『스베친의 전략론 그리고 작전술』은 1927년판 러시아어 원본을 바탕으로 번역되었으며 번역자는 러시아어 전공자로 군에서 러시아어를 교육한 분입니다. 아쉽게도 영문판에 있던 본문의 이해를 위한 해설은 들어가 있지 않아서 독해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고유명사들이 흔히 쓰는 명사와 다른 점이 좀 많아서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안한데 이건 책값이 얼마나함....?
정가 29,000원이요
흠.. 그정도면 살수 있겠다
개추
전자책...은 불가능할까요
전에 많이 팔려야 아니면 팔릴거 같아야 전자책 된다던데 이건 안될듯
공지에 있는 목록에는 없는 도서인가요? 일단 북마크 해놓는데
이거 시각 자료( 지도, 도표 ,사진 등) 는 어느 정도 있나요?
없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