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 가토급 잠수함 퍼퍼, 37시간 45분 잠항의 대장정.)

공기정화체계(Air Purification System)란 무엇이냐?



간단히 말하면, 함내의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것임.

잠수함은 스노클링을 하거나, 원자력 잠수함 같은 것들이 아닌 이상 잠수중에 함내에서 사람이 숨쉴 수 있는 대기 용적이라는 것에 큰 한계가 존재하는 함정임. 단적으로, 일반 선박에서도 간간히 밀폐공간 작업 중에 질식사고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는 판국에 완전 밀폐공간인 잠수함이 안 그러리란 보장이 하나도 없기 때문임.

일반적으로, 평상시 대기는 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0.94%, 이산화탄소 0.04% 등등 다른 기체들로 구성되어 있음.

잠수함의 경우에는 저기서 산소농도가 낮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좀... 심하게 높다고만 생각해두면 됨. 사실 수상항해 중에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0.5%에 도달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생각하면 될 것임. 그래서 평균적으로 숨이 그다지 편하게 쉬어지지 않으며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 환경의 연속이었음.

이산화탄소 농도가 2%일때는 상당히 불쾌하고 짜증지수가 올라가긴 하나, 아주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음. 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본격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함. 3%초과시 호흡곤란이 주로 발생하며 4%초과시 구토, 어지러움, 판단력 및 반응성 둔화, 혈압 상승, 두통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됨.

산소 부족의 경우 역시 가쁜 호흡과 호흡곤란 및 혈관 수축, 두통, 극심한 피로감 등을 호소하게 되는데, 농도 17% 도달 시 라이터 부싯돌을 돌려도 불이 붙지 않는 기적을 볼 수 있음.



두 가지 케이스를 한번 보자.

VII형 U보트의 경우 함내 대기용적은 400세제곱미터 가량임.
가토/발라오급의 경우 35000세제곱피트, 약 991세제곱미터라 보면 됨.

양 함정간의 함내대기용적은 2배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럼 양 함급은 실제 잠수 중에 대기환경조절 없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VII형 U보트의 경우, 보통 승조원 37명 기준으로 5시간 20분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2%에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음. 반면, 가토/발라오급의 경우 승조원 75명 기준으로 17시간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2%에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음.

물론 이것은 정확한 것은 아님. 개인당 들이마시는 기량과 호흡횟수, 함내 흡연여부, 작업량 등등의 요소들이 존재하기에 더 견딜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보통 저 시간조차도 제대로 못 견디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음. 특히나 화재같은 게 발생했다 하면 뭐...

이에 따라서 이산화탄소, 산소농도가 위험수치에 도달할 경우 승조원들은 함내 대기환경조절을 수행하게 됨.

미국의 경우, 산소탱크 개방과 위 사진에 있는 이산화탄소 정화제를 사용함.

이 정화제 용기는 가성소다를 채워넣은 것으로, 총 37개를 잠수함 내에 탑재함. 정화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좀 무식함. 용기를 개방해 침상 시트에 가성소다를 덜어내어 뿌리면 됨. 보통 이산화탄소는 일반 공기보다 비중이 무거워, 아래로 깔리는 특성을 가지기에 이런 식으로 바닥에 뿌려 정화하는 방식을 씀.

요즘 잠수함들은 이 짓 안하옵니다. 아직까지도 이 짓 하는 동네는 좀 막장스멜 술술나는 해군 잠수함에서나 한다고 보면 될 듯. 여튼 이론상 미국 잠수함은 이 짓을 하면서 66시간을 추가로 더 견딜 수 있음.

독일의 경우에는 승조원 개개인에게 별도의 호흡장구류를 지급함. 각 호흡장구류에는 산소실린더와 이산화탄소 정화 캐니스터가 있고 이걸 이용해 최초 잠수시간부터 72시간을 견디는게 이론상 가능하다 알려져 있음. 뭐 함내대기조절이라기 보다는 그냥 개개인이 별도 호흡장비로 견디는 거라 봐야 하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정화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음. 다만 여러 문건에서 봤을 때, 영국 잠수함은 대기환경조절 관련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어구들이 상당히 많음.

일본의 경우 의외로 선진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주요 환풍구에 이산화탄소 정화 캐니스터를 설치해 정화하는 방식을 사용함. 뫄 요즘 잠수함들은 거진 이런방식 씀. 문제라면, 통풍 팬 소음과 발열문제로 실전에서는 거의 사용을 하질 못했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초기에는 가성나트륨을 사용했다가 전쟁 후반기 즈음에 탄산칼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국 소음과 발열 문제는 해결 못한 것으로 보이고 대신 미국처럼 알칼리셀룰로오스를 직접 바닥에 뿌리고 산소탱크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본 모양임.



실제 교전사례를 보자.

1. 미해군 가토급 퍼퍼의 경우 총 37시간 45분 잠항기록을 보유했음. 총 73명의 승조원이 승함함. 이것은 2차대전 당시 미국 잠수함들 중 최장 잠항기록으로 남아있는데,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몇 퍼센트나 올라갔는지에 대한 명확한 보고는 없음. 다만 대기환경조절을 실시했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위험한 수치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갔음을 알수 있음.

2. 미해군 나왈급 나왈의 보고로 작전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까지 도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음. 이때 나왈은 거의 하루종일 잠수를 했던 것으로 기록됨. 당시 나왈은 제2해병특공대대 병력을 수송중이었기에 총 202명의 승조원 및 해병대원이 승함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함내 흡연이 있었다고 보고됨.

3. 영국해군 T급 테트라크의 보고로 총 42시간 40분(!) 잠항보고가 올라와 있음. 도중에 약 1분간 1회 부상했었던 기록이 있으나, 적 ASW 함정이 아직 있는 것이 확인되어 제대로 된 배터리 충전 및 함내 대기 환기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다시 잠수했음. 상세한 내용은 확인이 되지 않으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당히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대기환경 조절이 실시된 것으로 알려짐.

4. 독일해군 VII형 U-230의 경우 총 35시간을 잠수한 것으로 기록됨. 대기환경이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개인 호흡구를 이용해서 견뎌낸 것으로 보고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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