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독일의 검은 숲지대처럼 낮에도 해가 안 들고 축축한 곳이었음.
싸늘하고 가벼운 겉옷이 필요한 그 정도 날씨.
낙지인지 루스키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그 시대였던 것 같음.
떡대가 있고 표정이 험악한 군인들이 팔을 뒤로 묶고 날 끌고 가는 거였음.
초현실적인 뭔가가 튀어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고 걍 숲길을 쭉 가는 거임.
꿈속이라면 어느 정도는 현실이 아닌 걸 막연하게나마 아는데,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음.
그냥 '이제 뒤지는구나.' 생각밖에 안 들더라.
무섭다는 느낌은 안 들었음.
용기충만맨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무서우니까 감정이 마비되는 그런 상태였음.
시야의 절반은 허옇고 걷는데 감각이 둔해져서 실감이 안 들어 둥둥 떠다니는 것 같더라.
새들이 삐웅삐웅 우는데 어떤 새인지는 보이지도 않고, TV나 라디오 효과음처럼 너무 또렷해서 현실 같지가 않았음.
물론 꿈속이었지만 그때는 현실이라고 알았지.
삼십 분 정도 걸은 것 같음.
도착하니 이미 구덩이가 파져 있었음.
그때는 막연히 같은 편, 아니면 동지들이 잔뜩 쌓여 썩어가는 커다란 매장지를 생각했는데 얘들이 따로 준비를 했던 것 같음.
'내가 이 정도 대접을 받을 사람인가?" 라고 생각했던 것 같음.
놈들이 나를 깨끗한 구덩이 앞에 무릎 꿇혔음.
걍 멍하더라. 영화에서 총살 당하는 사람들 직전 표정이 왜 그렇게 무표정한지 알겠더라고.
그리고 암흑.
총소리를 못 들었음.
일어나서 시껍한 게, 총살 당하자마자 바로 깬 게 아니라 2시간 정도 암흑 상태로 있었다 깼단 거임.
경험한 중 젤 생생하고 거지같은 꿈이었다.
쎅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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