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바빠서 전장범선과 판옥선에 관한 글을 지금에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vs 논쟁을 좋아하지 않만, 범선에 대한 정보 시리즈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예전에 갤리온 vs 판옥선에 대한 논쟁이 불었을때 범선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너무 많이 나왔고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어서입니다.
그 글에도 사실을 왜곡한 부분이 있어서 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 극닥전인 가정
vs 논쟁을 하면 상대방의 단점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그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범선이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는 지역에서는 취약한 면을 보여서 지중해에서는 고대부터 갤리가 주력이었고 프랑스는 17세기까지 대규모의 갤리 함대를 운용했습니다. 하지만 범선 함대가 무풍지대에서 행동불능에 빠져 화공을 당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상식적인 지휘관이라면 애초에 함대를 그런 위험에 빠트리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범선 함대가 그런 상황에 빠져 타격을 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반면에 제가 주장했던 원거리 포격에 의해 판옥선의 노가 피해를 입어 행동불능에 빠지는 사례는 범선과 갤리간의 전투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는 화약무기가 군함의 무장으로 자리잡은 후 갤리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결국 범선에게 밀려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입니다.
vs 논쟁은 서로 상식적인 조건하에서 이야기를 해야지 실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사실처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런 지휘관이라면 원균급이라는 건데 그러면 갤리온은 커녕 철갑선이 와도 상대가 안될겁니다.
2. 화공
대양에서 범선이 행동불능에 빠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니 화공도 당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화공에 취약한건 범선뿐만 아니라 판옥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에서도 범선이 불에 취약한걸 몰랐던게 아니어서 화공을 실전에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고, 결국 19세기에 현대적인 작렬탄을 도입해서 목재 범선의 시대가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득보다 실이 많아서 전투전에는 모든 불씨를 껐고, 화공은 정박한 선박을 대상으로 하거나 육상에서 공격하는 경우에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석류화전을 예로 들었는데 이는 신기전류의 무기로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나 사용했지 임진왜란때에는 이미 총통에 밀려 신호용으로 사용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걸 마치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도 전형적인 오류입니다.
3. 요라만 해전
vs 논쟁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요라만 해전의 경우 참가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전력이 어떤지 알고 있나요? 전투에 참여한 군함의 제원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이전 작전에는 7척의 함선에 700명을 동원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면 척당 70명이고 이 정도의 선원이면 영국 해군의 100톤짜리 함선에 해당합니다. 요라만 해전에는 8척을 동원했고, 나머지는 50척은 잡다한 해적선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갤리온 함대를 격파한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규 함대가 아니라 전형적인 약탈을 위한 소규모 함대 구성이었습니다,
4. 명 보선
명 보선이 1000~1500톤이라는데 현재 명 보선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전부 추측일 뿐입니다. 그래도 명 보선이 거대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군함이라는 증거도 없는데 이를 판옥선과 연관짓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명 후기의 포격선은 서양의 영향을 받아 포갑판을 만들고 서양식 대포를 탑재했는데 명 해군의 주력도 아니었고 정지룡이 개인적으로 건조한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판옥선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5. 판옥선
명 보선 만큼은 아니지만 판옥선에 대한 자료도 부족한건 마찬가지입니다. 판옥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조선 후기 기록을 바탕으로 나온 것인데 여기서 임진왜란으로부터 100년 후의 판옥선을 임진왜란 시절의 판옥선과 동일시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양에서는 100년 동안 갤리온의 시대가 끝나고 전열함의 시대가 도래했고 범선 관련 기술이 갤리온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발전합니다. 당연히 판옥선도 그런 사정을 감안해야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두 시기의 판옥선이 똑같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입니다. 100년 동안 기술 발전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니깐요.
그리고 판옥선이 자꾸 특별하다고 하는데 그런식으로 따지면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갤리온도 건조한 나라마다 달랐고 그런 면을 부각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무안단물을 바른 것도 아니고 판옥선이 정말 특별하다면 그에 관한 연구나 논문이 있어야 합니다.
http://oa.upm.es/1520/1/PONEN_FRANCISCO_FERNANDEZ_GONZALEZ_01.pdf
트라팔가 해전에 참여했던 전열함들의 내구성이 포격과 항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 다룬 연구입니다. 학술적인 내용이라 훓어보기만 했지만, 범선에는 이런 연구가 많습니다.
만약 임진왜란 시절 판옥선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분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6. 갤리의 한계
판옥선도 크게보면 갤리에 속하고 갤리가 가지는 단점들을 전부 가집니다. 전투력을 떠나 갤리는 범선에 비해 더 많은 선원을 필요로 하는데 물자를 적재할 수 있는 능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합니다. 판옥선 함대가 갤리온 함대를 요격할 수 있을까요? 레이더도 없던 시절에 적 함대를 대양에서 발견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판옥선이 보급없이 작전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인지 모르지만 갤리온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할거고 결국 보급을 위해 항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노수들의 피로도 생각해야 하구요. 그러면 함대를 놓치게 될거고 최악의 경우 항구에 봉쇄당한 상태로 화공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vs 논쟁에서 판옥선이 유리한 환경에서 싸우는 것을 가정하는데 갤리온 지휘관이 원균급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할리가 없습니다. 생각이 있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을 선택하려고 할텐데 판옥선은 보급의 제한때문에 작전 수행 능력이 부족해서 수세적인 입장일 수 박에 없습니다. 판옥선을 섬멸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는 이상 갤리온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7. 자료 부족 & 교차검증
평범한 밀덕이던 제가 범선에 빠진 이유는 자료가 많아서였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조선 수군에 대한 자료를 찾았는데 정말 없더군요. 반면 범선은 자료가 너무 많아서 반드시 교차 검증을 해야할 정도입니다.
판옥선에 대한 논쟁을 싫어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임진왜란 시절에 대한 자료는 놀라울 정도로 부족합니다. 판옥선 뿐만 아니라 조선 수군에 대한 자료도 거의 없는거나 다름없습니다.
자료가 없다보니 대부분 추측이고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거기에 100~200년후의 조선 수군을 임진왜란 시절과 동일시하거나 심지어 고대의 잃어버린 기술도 아니고 임진왜란 시절의 잃어버린 기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설사 자료가 있더라고 교차검증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있기 마련이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한 경우도 많기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에 작성하는 글이 별거 없지만 하나의 사실을 적기 위해 최소한 2개 이상의 관련 자료를 찾아봅니다. 그런데 조선 수군에 대한 자료는 설사 있더라도 교차 검증을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교차검증이 안되는 자료는 신뢰하기 힘듭니다.
본의아니게 국까 소리를 들을만한 글을 작성했는데 말도 안되는 가정에 임진왜란때는 사용하지 않은 석류화전을 마치 비밀 병기인것처럼 작성한 글을 보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내용에 반론이 있으면 하기 바랍니다.
개추
16세기 판옥선과 조선 후기의 판옥선이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물론 그런 심증을 가질수 있지만 그러나 16세기 당대 판옥선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그런 근거자료없이 다르다고 단정짓는 것도 금물이지요 그리고 판옥선은 평저선이라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한반도 서해안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하여 만든 전함이라 갤리온이나 범선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에서 작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갤리온이나 범선에 대한 16세기 당시 서양 자료가 남아있기나 하나요 16세기 당대 자료에 의거해서 갤리온의 규모와 성능을 추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후대에 쓰여진 자료에 의해 갤리온을 보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