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훈련 때 우리부대는 황군이었다.
내가 속해있떤 본부소대는
지역대장 (중대장)
통신병 1 (인사병 겸임)
통신병 2 (교육/작전병 겸임)
무전병 (군수병 겸임)
이렇게 구성되어있었다.
호국훈련이라고 계원들이 다 빠질 수는 없어서 행보관의 시다바리인 군수병은 부대에 남았다.
그리고 부족한 TO는 4소대에서 통신병을 하나 빼왔다.
다른 소대는 훈련 시작 전에 소대장이나 부소대장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윗 간부가 지역대장과 행보관인 우리 소대는 그런거 없었다.
행보관이야 후방지원 업무 담당이라서 일찍부터 군수병 데리고 일 나가 있었고
지역대장은 훈련만 있으면 대대 회의에 불려다니랴 소대장들 지시하랴 뭐하랴 바빠서 우리 소대에 신경 쓰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간부들 회의에 낄 수야 있나, 다른 소대에 물어볼 수 있나.
평소에 지역대장은 본부소대를 2소대에 방치해두고 자기는 혼자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며 훈련을 준비했다.
본래 침투할 때는 대대의 1, 2, 3 지역대가 같이 행군을 하다가
중간에 지역대별로 찢어져서 따로 행군하다가
다시 또 지역대가 소대별로 찢어지고 중간 지점에서 조별로 따로 나뉘어서 침투하는 식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때는 일찍부터 소대별로 나뉘었던걸로 기억한다.
멍하니 지역대장을 따라가 산중턱에 위치한 우리는 비트를 파서 위장하고 첩보를 군단본부로 전송했다.
우리 지역대에서 관측한 가장 가치있는 목표는 청군의 (아마도 11사단) 전차 1개 중대였다.
산 그늘의 도로에 숨어서 대기중인 전차 10대를 산비탈에서 계속 관측하며 군단본부로 정보를 송신했다.
허나 군단에서는 보고를 받은건지 뭔지 응답하나 없었다.
뭐, 군단 입장에선 그것보다 더 우선 순위 목표가 있었겠지.
사흘 간 계속 송신했는데 무응답, 전차 중대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춥고 존나 배고프기만 했다.
너무 지루해서 제발 대항군 잡으러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나흘 째 점심 쯤 갑자기 어디 쏘다니는지 알 수 없던 지역대장이 왔다.
진지를 옮긴다며 이동을 지시했다.
따라가니까 아에 군부대로 들어가던데,
아마 7사단 주둔지 중에 하나 였던거 같기도 하고 11사단 주둔지 였던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적인 청군의 주둔지 바로 뒤 편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가더라
안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는데, 거기서 코 앞 (아마 20미터가 채 안됐던걸로 기억) 거리에 적 HQ가 있었다.
그냥 대놓고 들어가는데 아무도 제지 안하더라.
초병들도 그냥 멀뚱멀뚱 보고 있더라고.
지역대장이 별도 명령 있을때까지 절대 나오지말고 거기서 대기하라고 했다.
그래서 거기 들어가서 7일을 버텼다.
6평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창문에 보일까 일어서지도 못하고 적 진지를 관측하면서 하루 4회 첩보 송신하는거 빼고는 아무것도 못했다.
오줌눌 때만 잠깐 왔다갔다하고... 진짜 미칠거 같더라.
정신병 걸릴거 같았음.
7일째 되는 날, 그날도 지역대장이 부재중이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 새끼들아!" 라면서 베레모에 밤송이 두 개 달린 사람이 뛰어들어오더라.
깜짝 놀라서 당황하다가 "경례도 안해!!"라는 말에 부동자세로 경례하려고 "특...!!"하고 외치니까
손으로 권총 만들어서 "빵야 빵야 빵야! 니네들 다 죽었어! 임마 니네 대대장 어디갔어? 이딴데 처박혀 있으니까 못찾지! 대대장 대려와!" 이러더라고
어쩌겠나, 지역대장 호출했지.
항상 온화하고 병사들에게 관심없던 지역대장이 와서 짜증을 내더라고
"니들은 군인이 되서 반격도 못하냐? 먼저 쏘고 우리가 먼저 쐈습니다 이러면 되잖아"
계급차이가 있는데 그게 되겠냐?
암튼 그렇게 소대 전멸판정 남.
존나 갈구겠네 좆됐다라고 생각했는데 별말 없이 넘어갔더라.
지역대장 성격이 온화해서 그런거 같다.
소대에 부사관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존나 털렸을텐데 말이지...
훈련 끝나고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우리가 보고한 전차 중대에 포격 가해서 전차 1대인가 2대 제외하고 다 전투불능 판정 떴다고 하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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