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2월, 외무장관 시절 박 대통령과 함께 태국을 방문, 태국 국왕의 환영만찬에 초대되었을 때의 일화다. 태국 왕가의 '부미볼' 왕과 시리킷 왕비는 당시 30대의 젊은 부부였다. 특히 시리킷 왕비는 미국의 <라이트>지 표지모델로도 나온 적이 있을 만큼 세계적인 미인으로 소문나 있었다. 아무래도 그날 박 대통령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관례에 따라 시리킷 왕비가 옆에 앉았는데 그는 그 분위기에 한층 고무된 듯 했다. 칵테일 리셉션 하면 대개 잔을 입에 대는 정도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날 따라 권하는 대로 덥석 덥석 받아 마시는 것이었다. 또한 옆의 시리킷 왕비에게 자꾸만 권하며 잔을 부딪치고는 또다시 들이키고...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는 평소 주량의 배 이상을 마셔버렸다.
내심 난, 혹 저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국왕 옆에 앉아 있던 육 여사로부터 눈총이 날아왔다. 한마디 하라는 눈치였다.
"각하, 오늘 너무 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나 쇠귀에 경읽기였다.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비우더니 내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한 잔 더 따라 들이켜버렸다. 마치 평생 술 구경도 못해본 사람 같았다. 갑자기 오른쪽 귀가 뜨거워서 돌아보니 코만 외상이었다.
"이 장관, 아까부터 박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었소. 내가 이제껏 외상으로서 외국의 국가원수를 모셔봤지만 저렇게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은 처음이오. 실수야 없겠지만 언제 쓰러질지 걱정이오."
(...)
디너 스피치 시간이 되어 태국 왕의 환영사가 끝나고 박 대통령이 답사할 차례였다. 그날 초대된 모든 내외귀빈의 눈은 모두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 눈 속에는 과연 박 대통령이 쓰러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을까, 아니면 몇 걸음까지 걸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숨어 있었다. 드디어 궁금증에 부응이라도 하듯 박 대통령이 탁자를 누르며 일어섰다. 그런데 수많은 눈의 열망(?)과는 달리 그는 전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또박또박 단상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곤 또렷한 목소리로 할 말 다하고 단정한 몸매로 다시 돌아와 앉고선 다시 앞에 놓인 잔을 들이켰다.
이동원, 대통령을 그리며, 고려원(1992) 59~60쪽.
남의 와이프 보고 왜 흥분한거??
내심 난, 혹 저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국왕 옆에 앉아 있던 육 여사로부터 눈총이 날아왔다. 한마디 하라는 눈치였다.
"각하, 오늘 너무 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나 쇠귀에 경읽기였다.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비우더니 내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한 잔 더 따라 들이켜버렸다. 마치 평생 술 구경도 못해본 사람 같았다. 갑자기 오른쪽 귀가 뜨거워서 돌아보니 코만 외상이었다.
"이 장관, 아까부터 박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었소. 내가 이제껏 외상으로서 외국의 국가원수를 모셔봤지만 저렇게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은 처음이오. 실수야 없겠지만 언제 쓰러질지 걱정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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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대통령을 그리며, 고려원(1992) 59~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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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와이프니까 흥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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