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나온 Yan Mann의 박사학위 논문 Contested Memory : Writing the Great Patriotic War's Official History During Khrushchev's Thaw는 대조국전쟁 발발 부터 흐루쇼프 집권기 공식역사서 대조국전쟁사가 출간되기 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흐루쇼프 시기 대조국전쟁에 대한 공식역사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립하고 오늘날 까지 러시아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역사관이 확립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조국전쟁사 서술에서 쟁점이 된 여러가지 요인들을 다루고 있어서 2차대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논문은 소련 정권의 통제하에서 전쟁 참전자들 조차 '공식 역사'에 맞춰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저자는 결론에서 현대의 러시아 조차 대조국전쟁사를 통해 국수주의를 조장하는 경향을 비판하며 소련 시기의 대조국전쟁사 서술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와 미슷하게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최신호인 32-1호에 실린 데이비드 서튼(David Sutton)의 "1941 and the National-Patriotic Revival in Russia"는 푸틴 집권기 러시아의 퇴행적인 대조국전쟁사 서술 경향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글도 역시 푸틴 치하의 러시아에서 소련 시기의 역사 서술로 퇴행하는 경향이 나타나는걸 지적합니다. 몇년전 러시아 연방 문서문서보관소의 세르게이 미로넨코는 '판필로프 사단의 28용사' 이야기가 날조된 것임을 밝혀내서 정치적으로 곤혹을 치렀는데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아 BBC 같은 해외 언론을 타기도 했습니다. 푸틴 정권하 러시아의 퇴행적인 2차대전 서술에 관한 글은 꽤 많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의 쟁점도 여러가지죠.
러시아의 퇴행적인 역사 서술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제2전선과 렌드-리스의 역할을 폄하하는 식으로 미국과 영국의 전쟁 기여를 깎아내린다던가, 소련군의 병력을 축소하고 독일군의 병력을 과장하는 식으로 소련군의 역할을 강조한다던가, 소련 시절의 날조된 영웅담이 진실이라고 우겨댄다던가, 소련의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 식으로 러시아의 정치적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2차대전 작전사에 관심이 많아서 전쟁기 작전 서술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확실히 우익적인 러시아인들의 작전사 서술은 독일군에 관한 서술이 엉망인데다 소련 시기의 연구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Yan Mann의 논문에도 흐루쇼프 시기 대조국전쟁사를 집필하면서 소련군의 피해를 축소해 소련에 유리하게 서술한 사례를 짤막하게 언급합니다. 군대의 전투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교환비인데, 소련군이 적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 아무래도 모양이 나질 않겠죠. 미국 역사가 데이비드 글랜츠가 마르스 작전에 관한 연구를 내놓았을때 러시아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얻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주코프의 작전 지휘상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인명 손실에 대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신화화된 소련 장군들의 지휘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문제고, 소련군의 후신인 러시아군 입장에서도 썩 달갑지 않은 주제입니다.
판필로프 사단의 28용사가 조작된 것이었나요? 그랬단 얘기는 언뜻 들어본 것 같은데 잘 몰라서... 아마 육탄 10용사 조작설과 비슷한 내용일 듯 싶네요.
조작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