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년 마르티니크 해전의 프랑스 전열함. 백기는 엘랑 하는걸로 착각할 수 있지만, 프랑스 왕실 해군기가 저꼬라지였습니다.

오히려 마르티니크 해전은 안틸레스 제도로 로열 네이비가 다가가는 걸 부분 저지에 성공한 프랑스의 전략적 목표 성취, 교전 자체도 무승부에 가까운 전투. 이때 태양왕 아래의 프랑스 해군은 나름 훌륭히 육성되었고, 9년 전쟁 초기에 영란 연합해군을 상대로 해전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로열 네이비의 우세가 확고해진 시기는 이른바 '기적의 해', 피트 수상의 1759년 이후거든요. 물론 이 이후도 미 독립전쟁에 끼어드는 등 반짝 모멘트들이 있었지만, 혁명 이후로는 숙련사관이 대폭 줄어 빌빌거리고, 전열함끼리의 진을 짠 대전투보다 소형이지만 강력한 함선의 단함 전투, 사략, 히트 앤 런에 치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19세기, 프랑스 해군은 다시 회복해 로열 네이비 바로 뒤 2위 해군이 됩니다. 이때 전투 자체야 대규모 해전이랄게 없고 식민지 정크선 가라앉히기 or 봉쇄전단이어서 부각은 안 되었지만, 프랑스 제2제정도 나름 전세계 땅따먹기를 한 나란데 해군이 약했을 리가 없죠. 오히려 나폴레옹(증기 전함), 라 글루와(장갑함), 플롱제르(기계식 잠수함), 르두터블(철갑함)을 세계 최초로 진수하는 등 보수적인 영국 왕립해군보다 기술적으로 나은 면도 있었고요. 괜히 일본애들이 해군 프랑스 기술자를 초빙하고 그런 게 아닙니다.

프랑스 해군이 본격적으로 맛가기 시작할 때는 청년학파 히히거리면서 어뢰정/경순양함 덕질 시작하고서. 사실 이때도 은근 부베, 마세나, 카르노, 샤를 마르텔, 죠레기베리 등 전노급 전함 건조 자체는 했는데, 그걸 같은 함급을 양산한 게 아니라 맨날 만들 때마다 시제함 컨셉을 다르게 잡아 보면서 개뻘짓을 벌이고 그래서...

간신히 전노급 설계를 마스터한 프랑스. 1907년에는 영국 수준의 전함설계에 필적하는 야심작, 리베르테급을 진수합니다. 같은 해, HMS 드레드노트가 진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가 기존 함선들 집어치우고 드레드노트 건함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프랑스는 이제까지 한게 아깝기라도 했는지 1911년까지 우직하게... 주포를 꼴랑 4문 달아서 노급 전함이랑 맞다이 자체가 안되는 전노급 전함 당통급 6척을 계획대로 다 뽑아냅니다. 중도 취소 안하고. 게다가 어뢰정 건함도 계속했는데, 이를 위협으로 여긴 로열 네이비가 '어뢰정 구축함'이란 새로운 함종을 찍어내면서 걔네도 다 쩌리신세가 됩니다.

희한한 건 해군이 이꼬라지가 나고 나서도 기술력 자체는 꽤 훌륭했단 겁니다. 프랑스 발명가 클레망 아데르가 저서 '군사 비행'에서 현대적인 항공모함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그 밖에도 워싱턴 조약의 맹점을 파고들며 만든 '경순양함에 준하는 초 구축함' 판타스끄급은 당대 구축함 중 제일가는 속도를 자랑했고, 대형 잠수함 수르쿠프급은 동일 시대 잠수함 중 제일 크고 기술적으로 진보되었단 평도 들었습니다. 뭐, 2차 대전기 프랑스 해군은 활약할 기회조차 없이 메르스-엘-케비르에서 대굴욕이나 찍다가 툴롱 자침엔딩 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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