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인가 14년이었나

아마 14년 말이었던거 같다.

경주의 모 동대에서 부른 적이 있는데

원래 내 소속이 거기가 아닌데 행정상 오류로 불렸다. (훈련 끝나고 나서 앎)


도착해서 아침에 자고 있으니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호빵맨처럼 푸근해보이는 동대장이 오더니 방긋 웃으면서


"오늘은 훈련 안하고, 진지 보수작업을 해야해서 진지공사 할겁니다."


하니까 예비군들 전부 발끈하더라고.

온갖 불만이 다 터져 나오고 욕도 막 하려고 하는데


"대신 끝나면 보내드릴게요. 오케이?"


불만 쏙 들어가더라.

특이하게 이쪽 동대에선 카빈을 주더라고.

관리 안했는지 개머리판도 다 썩어서 덜렁덜렁거리고 뭐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내껀 그나마 (개머리판이 좀 삐걱거렸지만) 멀쩡해보이는 녀석이었는데

들어보니까 엄청 가볍더라.

내가 군에서 K1A 메고 다녔는데 그거 보다 더 가벼웠다.


동대장이 인솔해서 산 타는데 전부 다 낙오하더라고.

절반 정도는 또 엉뚱한 길 타고 가서 길 잃고 난리도 아니었음.

왜 그쪽으로 갔냐니까 앞 사람이 가는 길 따라 갔대

제일 선두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빠진 사람한테 왜 거기로 갔냐고 물어보니까 뒤에서 이쪽으로 오길래 그냥 갔대.


암튼 어떻게 어떻게 도착해서 분대별로 나뉘어서 작업 시키는데

동대장은 다 무너진 참호에 데려가더니


"대충 알아서 하세요"


이러고 가버리더라고.

근데 다들 작업은 도가 터서 그런지 알아서 잘 하더라.

그냥 아무도 안시키는데 알아서 뚝딱 뚝딱하더니

진지보수에는 4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작업하다가 누가 카빈 하나 부숴먹었는데

동대장은 별말 안하고 그냥 가라더라.

그러더니 카빈 개버리판 부숴서 장작 만들어서 불피우더라고

저래도 되나 싶었는데, 그래도 되니까 그런거겠지 알아서 하겠지 하고 신경껐다.


그리고 힘들다고 30분 정도 담배피면서 노가리 까다가 동대장한테 연락해서 내려왔다.

다 끝나고 산 밑에 내려와서 돈 받으니까 3시 쯤이었음.


나중에 세 달 지나서 내 소속 예비군에서 전화와서 왜 엉뚱한 훈련 받았냐고, 짜증내더라.

나야 문자 오길래 갔지 가고 싶어서 갔겠나

길게 주절주절거리더니 작년 훈련이어서 어떻게 처리 못한다고 이거 훈련 받은거로 인정 못해준다고 하고 끊더라.


결국 훈련 한 번 더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