쫙-


따귀때리는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하늘에 울려퍼진다


따귀를 맞은 후보생이 비틀거린다.


"야 한예주 요 이 씨발년아 원인제공한년이 한대 쳐맞고 비틀거리네 한대 더 맞으면 아주 우시겠어요?"


선배 후보생의 빈정거림에 한예주라는 이름의 후보생은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오는 선배의 풀스윙


"야 한예주 좆같냐? 꼬우면 1년꿇지말고 나처럼 바로바로 들어오던가 선배보면 바로바로 경례붙이랬지 근데 왜 안붙이고 지랄이야 썅년아"


거듭된 선배의 태움에 한예주의 눈가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본 선배라는 사람은 우월감에서 쾌감이라도 찾은걸까?


태움의 강도는 점점 정도가 심해진다. 한예주의 선배라는 자는 고등학교 시절 소위말하는 잘나가는 일진 날라리 였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자기보다 약하다 싶은 후배 후보생들을 집요하고 가혹하게 다뤘다. 밥만 먹고 이것만 연구했나 싶어질 정도였다.


한예주는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길가에 널부러진 보도블록으로 선배라는 놈의 머리를 내려찍고 싶었다. 그러나 집에 몸져누워계신 어머니를 생각하고있노라면


그럴수 없었다.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알바를 전전하던 한예주에게 고졸 졸업장보다 전문대 졸업장이 낫다며 꾸역꾸역 날품팔이를 해가며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으로 한예주를 대학에 보낸 어머니였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어머니가 애써 보낸 대학을 포기할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몸져누운 어머니를 두고 학업에 열중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생각한것이 RNTC였다. 학비도 제공되며 소정의 생활비도 제공은 물론이요 졸업후 취업도 보장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20년만 복무하면 불혹이라는 젊은나이에도 나름 넉넉한 액수의 연금이 지급된다는 말에 한예주는 미련없이 RNTC에 자원했다.


그러다 달콤한 장미빛 꿈과 달리 현실은 가혹했고 지금 그 현실은 한예주의 눈가에 절실히 드러났다.


"이 씨발년 뭘 잘했다고 쳐울어? 그래 썅년아 한번 해보자 어디 니년 울음 그칠때까치 니 동기들은 입에서 단내나도록 구르는거야 알겠지?"


정말이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따로없었다. 더 이상 자기자신을 견제할 권력이 없다는걸 알았는지 선배라는 자는 의기양양하게 후배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배는 곧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라는걸 알게된다


"야! 좆문대 갈매기 씨발년들아! 니들은 장교보고 경례 안하냐?"


방금전까지만해도 의기양양해하던 선배의 표정은 확 일그러진다. 마주하던 같은재단소속 4년제 대학의 여군 ROTC들이었다. ROTC들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듯 한예주와 동기들 그리고 한창 태우던 선배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무슨일이세요? 저희들일에 참견하지 말고 그냥 갈길가세요"


자신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었던걸까? 선배가 먼저 선수를 날린다.


"요? 요? 헐 대박 진짜 누가 못배운 2년제 좆문대 아니랄까봐 위아래도 없네 "


"냅둬 무식하고 못배운 얘네들한테 뭘 바라니? 비싼 등록금 내가며 한다는게 고작 부사관이라니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지"


"얘네들 등록금도 세금으로 내주는거잖아 도대체 부사관들을 뭐하러 비싼 세금 내가며 대학다니게 해? 크큭 우리같은 장교라면 모를까 "


"야 이 쌍년아 너는 앞으로 우리를 자대에서 상관으로 모셔야되 그러니까 미리 연습해야지 썅년아 근데 뭐? 요? 미친년 "


한예주와 동기들은 선배의 눈치를 보기시작한다 선배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붉어짐은 눈가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한예주는 속으로 통쾌함을 느끼는 한편 선배가 자신들에게 화풀이를 하지않을까 걱정이 되어 눈치를 보는 와중이었다.


"야이 씨발년들아 내가 더러워서 임관안하고 만다 개좆같은년들아! 뭐 씨발? 4년제? 씨발년들아 니들도 원서 쑤셔박으면 받아주는곳에 들어간게 자랑이냐 씨발년들아 야이 씨발년아 내가 내 선배하고 내 동기한테 말해서 이 씨발 니년들 왕따시키라고 할거야! 자살하게만들거야! 이 씨발개좆같은년들아!"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선배는 이성을 잃은채 괴성을 지르면서 속사포와 같은 욕설과 함께 ROTC 후보생들에게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ROTC 후보생들의 단복이 베레모가 땅에 떨어지고 단복이 뜯어주고 단복단추가 땅위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이 씨발년이 돌았냐? 이 미친년아!"


선배의 기습에 이성을 잃은건 ROTC 후보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분노는 선배뿐만이 아니라 한예주를 비롯한 RNTC에게까지 향했다. 순식간에 RNTC와 ROTC 후보생들은 뒤엉켜가며 한덩어리가 된채 싸우고있었다.


단정했던 제복들은 온데간데 없이 뜯어지고 찢어지며 아스팔트 바닥위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 맞은편 원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군붕이의 오른손은 바삐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