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대 병력들을 매복진지에 투입시키고 통신병과 함께 진지로 복귀했다. 새벽 0300 인접 중대 지역에서 크레모아 소리와 함께 환한 조명이 밝혀졌다. '적이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전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 다, 다'하고 도망가는 소리가 났다. 본능적으로 수류탄을 빼들어 소리 나는 곳으로 던졌는데 그만 전방에 있는 소나무를 맞고 다시 진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통신병과 작전병, 나 셋이서 수류탄을 찾기 위해 바닥을 손으로 더듬었는데 그 시간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튀어"라고 외친 후 몸을 진지 밖으로 날렸다. 한참동안 숨죽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다. 날이 밝아 진지 주변에서 그 수류탄을 발견해보니 안전핀이 뽑히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2. 수색 차단선을 점령하라고 하고 기다렸는데, 무전도 안 되고 아무런 연락도 없고 해서 직접 가봤다. 그런데 한 학교 운동장에 전 병력이 앉아있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무엇을 하고 있나 보니 가관이었다.

 간부들이 삽탄을 해주고 있더라고. 병사들이 한 번도 실탄을 직접 끼워본 적이 없으니까 간부들이 병사들 탄을 직접 탄알집에 끼워주고 있더라고... 그래서 부대가 이동도 못하고 거기 앉아서 그러고 있는거야.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3. 위험지역에 병력을 신속히 투입하기 위해 헬기 레펠을 했다. 그런데 평상시 훈련할 때와는 달리 헬기 레펠이 끝난 후에는 투입 병력의 반 정도가 착륙 과정에서 부상으로 환자가 되었다. 그러니 다음에 무슨 작전이 되겠나?



4.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산 능선에서 매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전투식량을 가지고 올라갔는데 구름이 산에 걸려 며칠이고 이슬비만 내리다 보니 헬기도 못 떠 식량 공수도 안되었다. 그리고 산 위다보니 물이 바닥이 나서 더욱 힘들었다. 나중엔 3일 정도 굶으니까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식량 때문에 특공대를 조직해서 소대장 한 명이 인솔하여 빗길에 산을 내려갔다가 올라 온 일도 있었다. 헬기가 뜨기 어려운 기상임에도 어쩔 수 없이 헬기가 식량을 떨어뜨려 주고 가는 일도 있었다.



5. 나가서 30일 정도 작전했는데, 설사를 하는 인원이 너무 많았다. 매일 전투식량만 먹으니 속이 좋을리도 없고, 찬물로 밥을 조리해서 먹을때도 많아서 나중에는 먹지도 않고 전부 버리는 일도 있었다. 또 밤에는 찬 바닥에 그냥 누워 자니까 계속해서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설사약을 구급낭에 3~4알을 가지고 갔는데, 이것 가지고는 부족해서 작전하다가 약국이 보이면 내려가서 설사약 사오고, 거기다 대일반드나 압박붕대도 없어서 전부 다 사서 써야 했다.

 군장 무게를 줄여보겠다고 전투식량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2일간 수색 계획으로 산을 올라갔지만 계획이 변경되면사 기간이 길어지자 버린 전투식량을 다시 주으러 가겠다고 하는 인원도 있었다. 식량이 없어서 헬기에서 던져 준 건빵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한 봉지로 2명이 한 끼를 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