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10월, 브레즈네프, 코시긴, 수슬로프 등 소련공산당 내 반대파들의 모의로 흐루쇼프 제1서기가 실각하고 브레즈네프가 서기장이 되었습니다. 탈스탈린 정책을 실시한 흐루쇼프를 수정주의자로 비난하며 극심한 이념대립을 겪던 마오쩌둥은 브레즈네프의 집권을 환영하고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 브레즈네프는 중국의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는 등 소련에서도 대중 관계개선의 의사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10월 혁명 47주년 기념식장에서 터졌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중국의 저우언라이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에게 대조국전쟁의 영웅 중 한명이자 당시 소련 국방장관이었던 로디온 말리놉스키 원수가 취해서 실언을 한 겁니다. 말리놉스키는 저우언라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흐루쇼프를 물러나게 했습니다. 당신들도 우리들처럼 마오쩌둥을 내려앉혀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들이 화해할 수 있습니다."


마오쩌둥 개인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더라도 명백히 내정간섭인 아주 심각한 실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우언라이와 중국 대표단은 충격을 받았고 이를 전달받은 마오쩌둥은 화가 났습니다. 브레즈네프를 비롯한 소련공산당 중앙도 마오쩌둥을 흐루쇼프가 보던 시선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결국 흐루쇼프 때가 아닌 브레즈네프 시기에 국경무력충돌이 터지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서상문, 『중국의 국경전쟁』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13), p.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