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말고 나방과 박쥐의 싸움 이야기 입니다. 어제인가 댓글로 달았던 글이긴 하지만...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서 지면에 부딪히지 않거나, 먹이를 찾는 것은 익히들 아실 듯 합니다. 원리상으로는 레이더나 소나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이 초음파도 생각보다 정교해서, 박쥐는 상황에 따라 다른 패턴의 초음파를 사용합니다. 박쥐의 초음파 사용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해서, 상대물의 움직임 역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평상시 사용하는 수색모드와, 먹이를 알아차리고 그 먹이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쫓는 추적모드에 따라 초음파의 패턴도 달라집니다.


박쥐는 종류에 따라 초식, 육식 등 다양하며 특히 일부 박쥐는 주식으로 나방을 잡아 먹습니다.


나방 역시 박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진화를 하였는데, 그 방식으 현대의 스텔스 기술과 대입해보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나방은 나비와 달리 몸에 솜털이 많은 편인데, 일부 나방은 유독 솜털이 많습니다. 이는 초음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 이 솜털이 없어질 경우 박쥐가 훨씬 멀리서, 더 쉽게 나방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전파흡수재를 사용하는 상황.


여기에 더하여 일부 나방은 박쥐의 초음파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즉 ESM내지 RWR를 사용하는 셈인데, 이들 나방들은 특히 박쥐가 단순 탐색음이 아니라 추적음을 낼 경우 대응을 합니다. 추적음이 들린다는것은 자신을 포착하고 노리고 있을 확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듯 합니다(이걸 나방이 분석하고 알고 행동한다기 보단 본능적으로 이런 음이 들리면 피하던 놈들이 생존에 적합하여 진화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어떤 나방은 땅으로 떨어지듯 곤두박질친 다음, 바닥에 착 붙어버립니다. 가뜩이나 박쥐는 눈도 안좋은데다가 밤중에 위장색까지 있는 나방이 땅에 붙어 버리면 눈으론 찾기 어려울 테고, 초음파만으로는 벽이나 바닥하고 잘 구분도 안가기 때문에 이러한 나방들은 박쥐에게 들키지 않고 살 확률이 높습니다.


심지어 일부 나방은 박쥐의 추적용 초음파를 흉내냅니다. 곤충학자들은 특정 나방이 초음파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처음에는 이게 구애의 용도거나 뭐 그런 용도가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분석해보니 이 나방의 초음파는 그 나방의 천적인 박쥐의 초음파 음, 특히 추적용 초음파음과 닮았습니다. 즉 박쥐가 내보내는 초음파음을 흉내내되, 타이밍이 어긋나게 흉내내어 박쥐에게 보냄으로써 박쥐는 나방의 위치에 혼란을 겪게됩니다. 적극적인 ECM을 거는 셈입니다.



덧. 일부 나방이 박쥐를 회피하기 위해 저런 '전자전'을 벌인다는건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일입니다. 즉 스텔스기니 전자전이니 개발해놓고 보니 자연계에서는 이미 수 만년전부터 그런걸 벌이고 있었단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