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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진환은 바짝 말라붙은 입 안을 혀로 훓으며 쥐고 있는 7호 발사관을 고쳐쥐었다. 눈길을 돌리자 풀쪼가리를 씹고 있는 부조장 리종찬 상사는 그보다는 현명하고, 이 상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허나 군화 발 끝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는 점을 본다면, 앙골라와 큐바 군사고문단 경험에 수리아(시리아)서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실전을 뛰어 본 인민 영웅도 결국 사람이 맞긴 하다.


반대편에 엉거주춤 주저앉아 중국제 무전기로 곧 시작될 작전 지시를 받고 있는 통신수 주성범 하사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며, 정치 지도원 강한 중위에게 소근거리며 몇마디씩 전달 중이었다.


그 엿 같은 내용을 우리 장백산 23호 조원들은 따로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수리야에서 살아 돌아온게 이리 되려고 그랬나 보오, 조장 동지."


로찌야 제 7.62밀리 저격보총 (드라구노프)의 조준경을 재결합하다 조금 잠긴 목소리로 내뱉은 리종찬에게 그래서 되갔어? 자아비판하라우, 한마디를 던질 법도 했으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민의 총폭탄으로써 그 날을 기쁘게 맞이하라는 당의 문구는 군사대학에서야 귓구녕에 못이 박혀 뇌간을 관통할때까지 들었으나, 이가 갈리던 저격여단 훈련 과정에서 한번 마음속에서 부서졌고 첫 파병지였던 앙골라에서 산산조각난지 오래였으니까.


벌써 반 넘이 비운 수통을 한번 쥐었다가, 나는 중국제 야간 투시경으로 목표지역을 탐색했다.


어두운 밤, 산속에 숨겨진 기지였기에 개미 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으나 그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터.


"이정도로 남조선 아들 직승기(헬리콥터) 부대를 때려 부순다는게 말이 됩네까..."


"강한이 소속 보위분거 잊었네? 아가리 여미라."


강하게 내뱉어 리종찬의 입을 다물게 했으나, 내 속도 그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저격여단 중에서도 최정예로 꼽히는 60여단 신천 복수대, 그중에서도 최정예인 작전그루뻬 장백산이라지만 실제로는 대대급 인원으로 남조선 괴뢰군의 공수부대 마냥 조 단위로 움직이기에, 지금 우리 조원은 열넷.


고속침투해 남조선 괴뢰군의 보급창을 사보타주한다는 원래의 작전계획 대신, 우리에게 떨어진 명령은 휴전선 이남 정규 남조선 직승기 부대를 묶어놓으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되는 과한 임무다.


공화국이 대남 침투를 위해 새로 만든 땅굴이, 워낙 작고 관리되지 않아 각 저격여단 정예 특작조 수백 내려보내는 것도 허덕였긴 하나 이럴 바에는 전쟁을 좀 더 미루는게 좋았을 것이다.


여기선 남조선 항공여단의 아빠찌 헬기 분견대를, 각 지역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적도들을 기습 해 묶어놓는 동안 전 전선에서 드디어 그날이 시작된다.


우리가 피를 보는 사이, 나머지 저격여단의 동무들은 우리가 포복으로 수키로를 기었던 좁은 땅굴을 타고 나와 전선 인근의 남조선 괴뢰군의 전방 자산을 공략.


저격여단의 피가 바닥을 찰랑찰랑 적시기 시작한 뒤에야 군단 정찰대와 저격여단, 경보병과 항공육전대가 안둘기(AN-2)와 공기부양정으로 우리 같은 저격여단이 연 교두보를 통해 고속 침투할 예정이다.


"조장 동지."


굳은 얼굴로 주성범이가 내게 다가와 무전기를 내밀어, 나는 강한의 눈치를 한번 본 후 정자세를 취했다.


- 조선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라우, 주진환 상위.


"...명 받들겠습네다."


우리 공화국의 국시에서 사회주의가 지워진 지 좀 되었으나, 구태여 따질 생각을 느끼지 못했다.


반댓손으로 경례까지 마친 뒤, 나는 7호 발사관을 고쳐메고 입을 열었다.


"우리 조의 이동경로는 저기 저 산기슭 가장자리를 타고 갈 거요. 선두는 오메다 앞서갈 테니, 나머지는 부채꼴로 따르기요. 후위 경계는 약속대로 정상에서 둘이 갈라지는기고. 기억하겠소?"


고개를 끄떡인 조원들을 이끌고 나는 수풀에 최대한 몸을 숨긴 채 소리없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첨병은 언제나 나다.


남조선 괴뢰들의 입산금지, 지뢰주의 팻말이 눈에 띄었으나 작전 직전 넘겨받은 공작원들의 정보로는 우리 공화국과 평화 무드가 지속되며 자체적으로 제거했다는 보고였다.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내 뒤를, 복잡한 얼굴의 장백산 조원들이 따른다.


목적지에 도착 후, 일제 세이코 손목시계를 들어 확인해보니 작전시간은 앞으로 18분 뒤.


억새풀밭을 기어 온몸에 풀물이 들고, 쓰라렸으나 우리 장백산 조의 모습을 남조선 괴뢰가 쉽게 찾지는 못할 테다.


미제 승냥이들의 대포병 레이더는 공화국 갱도 포병의 모든 걸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었고, 갱도 포병이 준비하는 그 잠시의 시간 동안 이 직승기와 제트기 부대가 날아오를것이다.


우리의 목숨으로 저지 하지 못하면 100만 공화국군의 미래는 한줌 핏물인거지.


이럴거면 핵은 뭐하러 그 고생을 하며 만들었나 하는 불평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으나 청년 대장의 교시로는, 핵은 어디까지나 악질 미제의 개입을 막아낼 용도였다.


남조선 경계병의 초병 위치는 두 군데. 일정때도 이쪽이 항공부대 입지였을 정도로 산 중턱으로 부대가 들어서기 좋은 위치다. 아직 우리 공화국에 대해 큰 경계는 없을테니, 2인 1조로 지키고 있겠지.


원래는 네 군데였으나 남조선의 병력 부족과 그들 조선과의 친화 정책으로 스스로 때려 부숴, 둘로 줄어들었기에 그나마 우리 조에게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이다.


내 수신호에 리종찬이 포복으로 최고속으로 기어 초소 하나를 제압하기 위해 자리 잡았고, 그 다음 지정 사수인 림대영 하사가 내 바로 앞에 웅크려 남조선 아들을 조준하는 상태.


기어간 리종찬이 자리를 잡았다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린걸 야투경으로 확인한 나는 림대영이를 툭툭 건드려 속삭였다.


"신호하면 바로 쏘라."


우리 장백산 23호 모두의 목숨이 달렸다는 이야기는 구태여 할 필요도 없다.


순간, 번개가 치고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려 나부터가 뭐이 어드레 소리를 크게 낼뻔해 잠시 숨을 멈췄다 다시 뱉었고 말이다.


"발각 된거 아닙네..."


"강한 동지는 여물고 자리 안돌아가네?"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다른 소총수와 함께 지원 사격을 퍼부어야 할 조원이 기어이 내게 기어와 물었기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다른 아새끼면 바로 박살을 낼텐데, 강한 중위의 소속은 보위부 정치군관. 우리조에 파견와 내 당성과 임무를 감시하는 당성 넘치는 인간은 겁먹고 목소리를 죽였다.


막 군사대학을 졸업했다 하나 잘난 척은 제 혼자 다 하더니만 결국 허연 피부의 피양(평양)둥일세.


비가 오려는 것 같진 않은데.


마른 밤 하늘에 내리꽂힌 벼락과 지진이 심상치는 않았으나 다시 시간을 확인한 뒤 나는 다시 야투경을 들어 경계지역을 살폈다.


작전까지 5분전.


뭐가 이상하긴 하다.


"조장 동지... 뭐가... 뭐가 이상합네다..."


림대영 역시 조준경에서 눈을 뗀 체 내게 속삭이는 와중.


회색의 초소의 모양도 그 잠시에 바뀌었고, 자리한 보병들 역시 익히 우리가 노리고 있던 남조선 병사들이 아니었다.


거기다...


"停止!誰だ!"


순간적으로 강한 불빛이 우리쪽을 살폈다.


계획에 없던, 일단의 순찰 병력이 뿔뿔거리고 포복으로 기어간 강한을 비추고 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주성범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무전기를 집어 든 강한이 놈은 완전히 얼어붙어 순찰 병력만 보고 있는 상황.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종찬의 위치에서 순식간에 쏟아진 저격이 초소를 잡고 그대로 순찰병력에게 쏟아졌다. 림대영과 나머지 장백산 조원들의 사격 역시 짧은 총성만으로 완벽히 적을 제압했다.


"왜놈들입네다! 왜놈들이 왜 여기에...?"


림대영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제 시절, 우리 조선을 그토록 억압하던 일제 병사들이 왜 보총을 쥐고 이 자리에 있는 건지 나 역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조명탄이 여기 저기서 터지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해 정상적으로는 실패한 작전이라 봐도 될 상태다.


눈 앞의 기지는 좁은 아빠찌 직승기 분견대가 아니라 커다란 항공 부대라 봐도 될 정도였고 말이다.


허나 내가 교육받은 건, 그리고 우리가 이때껏 공화국에서 삼시 세끼 먹어왔던 건 명령에 따라 총폭탄이 되기 위해서였다.


툴툴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제의 작달막한 땅크가 굴러나오는 중. 나는 아직도 무전기를 잡고 현재 상황을 군단에 설명중인 강한을 걷어차고 그대로 짊어진 칠호 발사관을 조준했다.


"거리 조절 하라!"


후폭풍에 맞으면 다 뒈진다. 목소리를 내리깔며 최대한 키운 지시에 사방으로 흩어진 조원들을 한번 살핀 나는 그대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묵직한 반동이 어깨에 그대로 전해짐과 동시에, 작달막한 땅크의 주포가 나를 조준했다.


모순적이게도, 지금 이 순간 백돼지처럼 잔뜩 처먹기나 한 데다 결국 이 날을 맞이하게 만든 청년대장을 위해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행히 주포 발사 전 먼저 틀어박힌 로켓뜨는 그대로 포탑을 하늘 높이 솟구치게 만들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달려 나오던 황색 군복의 왜놈들 사이로 파편을 한껏 흩뿌려 왜놈들이 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지시를 이어갔다.


"작전, 속행하라우."







현장에서 가장 쉽게 어그러지는것이 작전이라지만, 알고 있던 정보는 모두 틀렸다.


"땅크가 여덟대쨉네다! 이젠 반땅크탄(대전차탄)도 없슴메!"


"일단 대인 탄으로라도 내노라!"


부사수 려연배가 군장에서 허겁지겁 꺼내 넘겨준 대인 파편탄(OG-7)은 적 땅크의 장갑 뚫는 용도로는 거의 쓸모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김일성 군사대학에서 흘깃 흘려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했기에 나는 그대로 파편탄을 장전했다.


벌써 여덟대가 불타 대낮같이 밝아진 전장이었다.


3키로짜리 반땅크 탄은 사수인 내가 여섯발을 가지고 있었고, 부사수 려연배 중사가 반땅크 두발에 나머지 대인탄을 가지고 있던 상태.


애초에 여기서 땅크를 만날것이라 생각도 한 적 없었기에 7호 발사관의 원래 목적은 직승기 파괴용이었다.


불타는 땅크를 밀어내고 기어 나온 또다른 일제 땅크 - 89식 이라는 한자가 옆에 써있었다 - 의 측면에 그대로 로케뜨를 때려넣었다. 의미 없었나, 싶을정도로 지금까지의 폭발은 없었지만 움푹 우그러진 철판과 함께 그대로 멈춰선 땅크였다.


"お母さん..."


상부 해치가 열리고, 피투성이가 된 왜놈 조종수가 그대로 튀어나와 신음했다.


왜놈들의 땅크는 부실한 기술로 용접이 아닌 리베뜨를 붙여 만들었다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원수의 항일 투쟁에서 수류탄으로도 왜놈들의 땅크를 쉽사리 잡을수 있던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거라, 군관 교육에서 친한 동기들과 떠들었던 기억이었다.


가장 크게 떠든 동기는 위대한 아바이 동무의 업적을 폄하했다며 맹물과 옥수수 말고는 먹을 것이 없는 건설부대로 끌려갔지만 말이다.


어머니를 읆조리는 놈을 더 고통스럽게 하기 싫어 나는 그대로 아카보총으로 놈을 사살했다.


"다 뒈지라! 간나새끼들!"


벌써 두세시간도 넘긴 전투다.


73식 대대 기관총(PKM 개량형)으로 제압사격중인 류준혁 하사의 지원 아래, 우리 장백산 23호 그루뻬는 성공적으로 적을 격멸중이었다.


초소로 기어들어간 리종찬이 신들린 드라구노쁘 솜씨로 왜놈 간부들을 줄줄이 저격하는 상황, 림대영이 조명등을 돌리던 반동 간나를 쏴 맞히고 그대로 조명을 깨버리자 우리 경보병의 위치를 헛갈리기라도 했는지 우왕좌왕 하는 왜놈들이었다.


탕, 탕 거리는 단발 보총을 쏘는 것들이라 완벽히 은엄폐 후 쏘아내는 우리 공화국 최정예의 아카 보총을 상대하면서는 혼란과 공포에 빠질 수 밖에 없겠지.


한쪽에 놓인 항공기로 뛰어가는 일단의 무리들이 막 올라타는 모양이었으나 우리의 원래 목표는 반항공 공작이었다.


설치된 소이 수류탄에 그대로 불타오른 기체 안에, 갖힌 파일로뜨들이 비명을 지르며 같이 불탔다.


문제는, 적들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


"조장 동지! 이대로면 탄약이 모자랍네다! 지금 우리가 까부순게 일개 대대는 거뜬히 넘겠슴메!"


"일단 총탄 남은거 있으면 자체 분배하라우! 류준혁이도 기총 그만 쏘라!"


경보병인 자신들의 탄약 휴대량은 300발.


사방이 미친 무슬림 투성이던 수리야 참전 경력이 있는 고참들을 중심으로 두탄창 내지 세탄창쯤은 꿍쳐 두었겠으나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는 탄약이었다. 애초에, 가난한 우리 공화국이 보급품을 그리 후히 주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왜놈 증원이랍네다!"


통신하사 주성범의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남조선 직승기 부대를 두들기면 트럭을 타고 인근 남조선 사단의 5분 대기조가 도착하리라 예상해, 가뜩이나 부족한 조원을 쪼개 정찰을 보냈던 상황.


상황 변화가 적응이 안될 지경임에도 일단은 지키고 있게 했고, 슬슬 그들이라도 복귀시킬까 생각을 하던 차에 트럭 수대에 그득히 탄 왜놈들을 목격한 것이다.


"동무들이 지뢰와 유탄으로 잠시 시간을 벌어본답네다! 어쩝네까?"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격납고에 그대로 있는 구형 쁘로뻴라 비행기들을 바라보았다. 주기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항공기들은 불타고 있을지언정, 튼튼해 보이는 격납고 안에는 아직도 십수대의 비행기들이 가득한 상태였다.


이대로 계속 해야 하나?


이미, 지금은 뭔가 달랐다. 남조선 해방이란 미명아래 목숨을 바치는걸, 원래부터 달가워 하지도 않았던 것 아닌가.


공화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리는 수리야에서 사흘 밤낮동안 포위된 체 개죽음 당한 군관들을 보며 깨버렸다. 청년 대장은, 죽은 군관들에 대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주진환 동지! 벌써 우리도 셋이나 전사했소! 일단 빠져 군단의 지령을 기다립세다!"


악에 받힌 보위부 지도원의 이미지완 달리 덜덜 떠는 강한 중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나는 의구심을 가득 담아 그의 눈을 살폈다. 뭔가 아나?


"당도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는기요! 해방전쟁이 이게 맞긴 합네?! 지금, 여긴 우리가 알던 남조선이 아닙네!"


그거야, 작전 시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는 씹어뱉듯 말을 이었다.


"사수하라우."


"동지!"


"눈이 있으면, 위를 보라."


강한은 고개를 돌리다, 머리 위를 보고 얼어붙었다.


하늘 가득히, 안둘(AN-2) 수송기에서 뛰어내린 공화국 경보병의 낙하산이 펴져있는 상태였다.



◇◇◇



"장백산은 피해가 어쩝네?"


"전사 셋, 경상 넷으로 총원 열한명입네다. 항공육전대 동무들 피해는 어떻슴메."


"우리야 그쪽이 열심히 싸워줘서 전사 둘, 중상 다섯이외다. 경상은 둘 있는데 찰과상이오."


나는 우리 지역에 공수된 항공육전대 경보병 중대장과 가볍게 말했다.


대대급을 상회하던 일제 보병들은 대부분 격멸되어, 부상자와 팬티바람으로 잡힌 포로들이 무릎을 꿇고 십수명 엎드러진 상황.


말은 가벼울 지언정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사자 중에는 수리야는 아니더라도 큐바는 같이 다녀온 한세형이도 있었다. 림대영이나, 려연배, 리종찬 같은 고참들이 살아남은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말을 끊고 싶을 정도로 거센 피로감이 몰려왔으나, 나 만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을 알기에 나는 말을 이었다.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겁네까?"


경보병 중대장 림철호 상위도 난처하게 웃는 것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는 모양. 그러나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을 열었다.


"남조선 해방작전은... 어떻게든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오. 문제는, 우리 땅크 부대가 내려가며 얻어냈어야 할 주유소가... 하나도 없어서리."


갱도 포병의 포격으로 통로를 열고, 공화국의 자랑인 류경수105 땅크 사단을 중심으로 대 공세를 펼치는 중이나 유류 부족으로 대혼란이라는 모양이었다.


남조선 해방작전의 보급은 대부분 남조선에서 얻어내는 것이 공화국의 계획이었다.


남조선을 해방시킬 경우, 미제와 더러운 자본가들의 압제에 신음하는 동포들이 합류할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동포들은 조용했고, 보급은 난황.


자신들 같은 정예 경보병으로 사보타주를 하는 것도,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대의 대응으로 급박히 추가 병력을 투입하는 중.


그는 품을 뒤져 중국제 담배를 꺼내 물고 발화기로 불을 붙였다.


"우리가, 1943년의 조선반도로 시간 이동을 했다는 소문이 들리오."


너무나 당황스러운 이야기라, 나는 잠시 숨을 삼켰다. 그게 무슨 소린가? 림철호는 길게 한모금 빨아들인 뒤, 허탈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우리가 해방시킬 남조선은, 지금 없다는 이야깁네."


해방전쟁은, 이 조선의 모든 비극을 불러일으킨 일제와의 한판 승부가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나는, 멍한 눈길로 리종찬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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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대역갤에서 트립물 유행할때 써본 뻘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