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기술자들은 작전을 나가기 전의 병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주선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떠벌렸다. 그러나 가장 어벙한 병사라도 그게 거짓말인걸 안다. 앉아 가만히 귀기울여 보라. 우주선을 움직이기 위해 부산스래 움직이는 유압 소리와 엔진 소리. 병사들의 잡담. 복잡한 항해 용어를 주고 받는 조종사들의 말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희미하게 바람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유격이 일어 우주 바깥으로 공기가 새고 있다는 뜻이었다. 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벽들을 더듬으며 간신히 찾아 막아보지만 보람도 없이 어느새 바람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려오곤 했다.
그는 술집에서 만났던 어느 기술장교의 말을 기억했다. 술에 잔뜩 꼴아 만취한 그는 손실된 우주선의 반절은 전투가 아니라 그저 항해 도중의 불량으로 잃은 것 뿐이라 애기했었다. 어쩌면 그게 사실인지도 몰랐다.

\"도착 5분전! 전원 전투 준비!\"

그래서 남자는 차라리 중대장의 저말이 듣기 좋았다. 창하나 나있지 않은 이 쇳덩어리 안에서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걱정하는것보단 적의 총알이 더 직관적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풀어두고 있던 산소통을 짊어진 뒤 입고 있던 우주복과 호스를 연결했다. 어디 잘못된건 없는지 허리춤에 있는 압력계의 눈금이 정상을 가리켰다.

\"후우...후우...\"

헬멧의 바이저를 내린 그가 조심히 숨을 들이 마시자 사람냄새와 섞여 쾌쾌한 우주선의 공기대신 통 속에 갖혀있던 신선한 공기가 폐속을 가득 매웠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다시 헬멧을 들어올리며 산소통의 펌프를 조였다. 고작 30분이니 아직은 아껴야 했다.
그는  총을 어깨에 걸치며  문을 올려다 보았다. 천장 위에 매달린 전등이 아직 빨간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은 병사들의 모습은 서로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자기의 종교적 상징물을 꺼내 신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이는 사진을 꺼내 가족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전투의 공포속에서 한 줌 위안이나마 찾아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어둠 속을 유영하던 우주선은 광산에서 그 거대한 광원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소행성의 표면까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건 또한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던 우주선이 빛에 노출된단 애기였기에 이제껏 침묵하고 있던 소행성의 대공포들이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사격. 소리가 전해질리 없기에 포구에서 빛나는 섬광들만이 공격을 알아챌 수 있는 징조의 전부였다.
그러나 충격만은 여실히 우주선을 덮쳤다. 다행히 직격은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이기지 못하고 병사들이 나뒹굴었다. 일부는 잡고 있던 줄을 놓치고 천장에 둥둥 떠선 허우적대 다른 병사들이 끄집어 내려 줘야 했다.

\"다시 산소 확인해!\"

\"부상자! 부상자 보고!\"

\"전투 준비!\"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다 펌프를 열고 총의 노리쇠를 잡아 당겼다. 부드러운 쇳소리를 내며 클립안의 탄이 약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등에 파란불이 들어올리며 문이 열렸다.  전열에 서있던 1소대 인원들을 맞이한건 그들을 노린 총알 세례였다.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순식간에 입구가 피바다가 되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우주선을 덮쳤다.

\"전진! 전진!\"

그러나 총탄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선 가야했다. 병사들이 아군들의 살점을 짓 밞으며 우주선에서 뛰어내렸다.
발이 퉁퉁 튀어 병사들은 금방이라도 소행성 바깥으로 떠내려갈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억지로 몸을 눕혔다. 방금전까지 머리가 있던 곳으로 총알들이 스쳐지나갔다. 남자는 암반 뒤에 머리를 기대며 총을 들었다. 앞에 아군들을 쏘고 있는 적이 보였지만 마음이 급한 탓인지  찌그러져 보였다. 그는 심호흡을 내쉬며 다시 한번  적의 머리에 가늠쇠를 올려논 뒤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보잘것 없는 조준에 총알이 적의 머리가 아닌 우측 암반에 부딪혀 불꽃이 퉁겼다. 다시 한번. 그는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빼낸 뒤 개머리판을 제대로 견착했다. 상대방도 이쪽을 알아챘는지 서로의 시선이 총을 사이에 두고 겹쳤다. 그러나 이쪽이 먼저 빨랐다. 적의 머리에서 피가 튀기며 몸뚱아리가 뒤로 나뒹굴었다. 그는 그제야 숨을 내뱉었다. 이마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아내고 싶었지만 숨막히는 경험을 만끽하고 싶지 않고서야 그럴 수 없었다.

그 사이 살아남은 1중대와 2중대는 소행성 외표면에서 착실히 적을 몰아내고 있었다


※보병 주특기가 아니라 보병전술은 동원예비군가서 배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