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협약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용병은 전쟁포로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정규군만이 전투원이며, 포로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제네바협약을 비롯한 국제인도법(IHL)은 전투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법을 위반한 자들(극단적으로는 전쟁범죄자들) 또한 포로로 잡히기 전에 한 일로 인해 포로 자격을 박탈 당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용병은 전투원과 전쟁포로가 될 권리 자체가 없다. 이를 규정한 조항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47조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용병이 전투원에서 빠지게 되었는가?

국제적십자위원회에서 발간한 "국제인도법의 실용적 사용"에 따르면 해당조항은 아프리카 자유전쟁에서 기인하였으며, 체약국들은 용병이 전투원으로서 특권을 가질 수 없음을 확고히 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즉, 이 조항은 아프리카 독립과 혼란 중 고용된 용병들의 전투원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1977년 제1추가의정서가 작성될 즈음 아프리카 용병 문제는 심각한 사안 중 하나였다. 다음은 1976년 2월 2일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이다.

『「아프리카」에서 활약할 용사 구함. 경력불문. 단 전투경험이 있어야 함. 1년 근무조건으로 월 보수는 1천2백「달러」. 연락처전화××××.』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프렌소·비」라는 일간신문구인난에 실린 광고다. 며칠 후 구인광고를 낸 모병 대리인의 사무실에 지원자들의 신상명세서가 차곡차곡 쌓인다. 『「테드·브레이든」, 48세. 2차대전시 제101공정대소속. 공중투하기록 9백11회. 예비역육군중위. 동남아 4개국과 「아프리카」 2개국참전. 미국 무기면 무엇이든 조작가능. 폭발물·「사보타지」·적전침투에 특기. 월남전서 특수부대요원으로 23개월간 「정글」전 수행.』

「런던」에서, 「브뤼셀」에서, 「헤이그」에서, 「요하네스버그」에서, 「솔즈버리」 에서 이와 비슷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뒤 이어 『영국인 용병 2백명 「앙골라」로 출발』 『월남참전 미 흑인병사 「앙골라」 참전준비』등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60년대의 10여년간 「콩고」내전과 「비아프라」전쟁 때의 화려했던 무대를 잃은 뒤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죽여가던 용병들이 「앙골라」 내란과 함께 다시 『황금의 계절』 을 맞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UN은 용병의 사용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용병을 금지하는 결의들을 다수 채택했다. 1968년 첫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1969년, 1970년, 1973년, 1974년 비슷한 결의안들이 채택되었다(국제법 동향과 실무 2014). 제1추가의정서가 작성된 1977년에는 아프리카에서의 용병제도 철폐를 위한 OAU협약이 체결되기도 하였다.


한계

추가의정서는 용병이 포로가 될 권리가 없다고 했지만 이 조건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적용 가능한가 의문시 되었다. 1977년 제1추가의정서가 작성될 때 아프간, 카메룬, 꾸바, 나이지리아 등은 실질적으로 이들이 용병임을 재판에서 입증하기 어렵다고 반대하였는데, 47조에 규정된 다양한 조건 중 한가지가 아니라 이 모두를 충족해야 용병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a) 무력충돌에서 싸우게 할 목적으로 국내외에서 특별히 고용한 자
(b) 전쟁에서 사실상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자
(c)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득을 위한 욕망이 동기가 되어 전쟁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로, 실제로 분쟁당사국으로부터 또는 분쟁 당사국을 대신하여, 해당 국가의 정규군인 중 비슷한 계급에서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병에게 약속 또는 지급되는 금액 이상의 물질적 보상을 약속받은 자
(d) 분쟁 당사국 일방의 국민이거나 분쟁 당사국 일방이 통제하는 영토에 거주하는 자가 아닌 자.
(e) 분쟁 당사국의 정규 군인이 아닌 자
(f) 분쟁 당사국이 아닌 국가가 자국의 정규군인으로서 공식 파견하지 않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