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서
기갑차량 수백대가 대기중이였다.
이따금 포병들이 포를쏘고
멀리 저편에서
포탄이 쿵 쿵 하면서 떨어졌다.
무전에서는
당소 귀소 입감 조정 송신 이상 등의 무전용어가 오갔고
장교로 보이는 자들은 초조해하고 있었으며
농담 따먹는소리와 갈구는 소리등의 잡담이 이어지고
간부들은 혼자 욕지꺼리 하다가
이따금 다른간부들을 소리치며 부르고선
이것저것을 물엇다.
그 사이에 차량들의 예열된 엔진들이
긴장을 풀어주는듯도
어쩌다 긴장을 증폭시는듯도 하게 울릴뿐이였다.
포성소리가 간간히 들리다가
갑자기 멀리서도 엄청난 소리가
진동과 함께 땅을 메웠으며
익룡같은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피로와 긴장에 찌든몸
위생과 청결과는 거리가먼
얼룩진 옷가지와 더러워진 손
단순한 식사조차도 번거롭고
모든움직임 하나가 버거운 상황
추위와 더위에 몸부림치며
긴 이동과 대기의 지루함을 거쳐
현실에 어쩔수없이 적응되어버린
공포와 흥분 갈등과 무념이 뒤엉킨채 대기하던
이 땅을기는 굴레를 사는 가축들은
수백대의 살인기계들과
까만 연기가 치솟는
회색의 잔해가 덮은 거리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매케하다못해 역겨운 냄새가 뒤엉킨다.
무너진 돌더미
불타는 철과 고무
썩은 고기덩이
말라붙은 피
달려드는 벌레때
고막을 찢고 몸을 반사적이고 강제로
갑작스럽게 반응키는
총성 포성 비명 외침이 지속되며
정신은 서서히 환경에 좀먹히고
바지가랑이 사이로 땀이차고
피부가 두드러기를 일으켰으며
공기를 날카로운 소리들이 매섭게 몰아친다.
재수없는자들은 그 바람을 피하지 못해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부가 파이고 뼈가 박살나며
유지되었던 틈사이로 장기를 흘리며
한움큼 인체를 이루고있는 액체들을 쏟아낸다.
그 액체가 목안에서 고이고 고여
마지막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버둥거리다가 끝내 육신의 기능이 다하고 만다.
기갑차량들은 주포와 기관총을 쏴대며
잔해와 창, 틈사이마다를 모두 산산조각 내버리고
땅을 기는 병사들은 총을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파괴의 마무리를 가한다.
그러나 강철의 기계들도 어디선가 긴 꼬리를 흘리며 날라온 미사일에 정지해버리고
그안에 있던자들도 갈기갈기 찢겨 단지 죽음전의 고통의 크기를 예감하게만 해줄뿐이다.
총을쏘는 병사들은 옆에서 보기에는 멋지게 반격하였으나
일부러 총을 빗맞추려고 애쓰는자도 적지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겨누고
둔탁한 탄환을 쏘면
반동과 함께
죽어있는다.
그 일을 눈앞에서 직접 행한다는것은
종교의 신념을 가진 자들에게는 특히나 힘든 상황이였다.
그러나 그러한 겁쟁이들은 그 대가를 치뤄야하였고
신이 지켜주지 못한 순교자들의 육신은
길바닥에서 다른 재수없던이들과 같이 엉켜 뒹굴었다
총을 쏘고 다시 몸을 숙이고
손을 들고 다시 벽 위로 총을들어 쏜다.
맞을리없는 눈먼총탄들은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기보단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자 위협같다.
그러한 일단의 대치는 일종의 미묘한 안정감을 주었으나
한쪽의 균형이 깨지고
생존의 공포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상황이 되었다.
포격은 수많은 대치상황들을 두더쥐잡기 하듯이
전장 모든곳에서 지속적으로 파내었고
괴성의 강철기계들은 그 모든틈에 꾸역꾸역 파들어갔다.
그앞에선 자들은 놀라 도망치다가
잠시후 살아온 삶을 회상하며
이땅에서의 최후의 숨을 들이쉬고 무생물이 되었다.
수십년 세월의 삶의 일대기들이 한순간 찰나에 모두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생사의 굴레가 대량으로 끝나고 있었다.
이것은 생명을 걸 가치있는 싸움이였나?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무엇을 위하여 투쟁하는가
그 깊은 철학과 인간 본질에 대한 고뇌를 꿰뚫은것은
작고 둔탁한 납
수천도로 달궈진 파편들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그 모든것이 타버린 연기뿐이였다.
버둥거리는 땅을기는 자들이
하늘아래서
" 집에서 게임하고싶다"
" 저새끼는 전쟁터에서도 저지랄이누"
" 허업 와 시발 상원이 탄 탱크 봤냐? 포 개잘쏘더라"
"쟤네 소대 저번 전차포때 1등 했자너 "
"존나 든든하다 ㅋㅋ"
" 야 이지원 "
" 일병 이지원!"
"너 저기 문가서 뭐있나 보고와라 "
"예 .. 예?"
"예에~? "
"아 아닙니다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타앙 ㅡ!
"엌!"
"어 시발 뭐야!"
"와 씹!! "
"야 시발 조용히해"
" 뭔 씨.. "
" 야 닥쳐! 총이나 들어! "
건물 아래편에 적이있었다.
" 쟤들 올라오면 어쩝니까? "
" 쏴야지 뭘 어째 새꺄 "
그리고 적막을 깨는 총소리가 들렸다
콘크리트 하나를 두고 두무리가 격돌하였다
" 아 시발 저새끼들 존나많은거 같습니다 "
" 지원아 미안하다 진짜 ...진짜 미안해.. 시발.. "
하늘위에선 항공기소리가 귀청을 찢듯이 다가왔다가
저편너머로 사라졌다.
그사이에 무언가 동그란것이 날라왔다
" 수류탄! "
파쇄음과 함께 수천개의 파편이 튀었다
순간적으로 영화같이 피하는장면을 생각했던 몇몇은
살이 베여 찢겨나간다 느껴지는순간
모든 소음이 끓기고 신체가 떨어져가는 고통이 덮쳐왔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아래
피와 살이 씹힌 아수라장만이 남았다.
"아아애아아아악어아아악!!! .!!!!!"
" 죽기싫어! 죽기싫어..!! 어아... 아흐흑흑흑.. 앂. ..알..."
" 게임 하고싶어... 아. ..시발 . .피 존나나네.. 진짜 .. .존나나네?"
" 아 .. 나 이런곳 있기 싫어요.. 집가고싶어요 .. 아 ...하..! 시발! 좆같은 군대 아 시발!! 시바아아아아알!!! "
그리고 아래서 다시 동그란 물체가 두세개더 날라왔고
잠시후 콘크리트를 울리는 군화소리들만이 건물을 메웠다.
타는듯한 목마름이 전해졌다.
끼고있는 방탄모의 희미한 무게는 머리를 기분나쁘게 짓누르고 조끼가 몸의 자유를 죄어왔다
팔꿈치와 무릎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한낯의 땡볕아래 몸은 땀으로 흠뻑젖어 먼지와 섞여서 갈색의 구정물이 흘렀다.
구정물은 옷가지를 적시고 후끈한 공기와 축축한 습기를 가둬놓았다.
그상태에서도 그는 땅바닥에 몸을 바싹 붙히고 일어설수 없었다.
벌써 30분째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탄에 아군들이 쓰러지고
자신이 그 다음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묘한 각도에서 운좋게 엄폐물이 있어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버거웠다
어디에서도 구원의 손길이 없는듯 했다
출발할때 보았던 그 많던 전차와 장갑차들은 어디로 갔을까
물은 떨어지고 그는 한낯의 햇볕아래 달궈지고 있었다.
그러다 저 멀리서 아군이 보였다.
"어!! 거기요! 살려줘요! 아 여기 저격수 있어요 저격수!!"
"아 아저씨 다치셨어요? 기다려요 곧 갈께요 . "
"아니 오지말고 저격수 있다니까요! "
" 아 뭐라고요? 잘 안들려요."
" 저격 있다고요 오지말라고!! "
그리고 그자는 지원을 부르겠다고 하고는 가버렷다
태양아래 포성과 총성이 들려온다
옆에는 몇달간 같은생활관을 썻던 진후가 죽어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 감정이 안생겼다.
스스로가 싸이코인지 의문도 들었다
태양아래 그렇게 누워있으니
전쟁터에서 평화롭게 누워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마치 진실되게 자유로운것 같다.
" 더워 죽겠네 "
어느순간 포성도 총성도 잠시 멎었을때엔
매미소리가 여름의 태양빛아래 울리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고
도시에 밤이 덮히고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일병 이원승은 누워있었다.
그동안 많은것이 지나갔다.
곤충과 벌레 , 개와 고양이 , 나뭇잎과 쓰레기더미들
그중 한 생명이 눈에 띄였다
다리잘린 개미 한마리가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평생을 힘껏 일하고 사회를 위해 희생한 생명이
지금 생존을 위해 살기위해 발버둥쳤다
그러다가 어느새 기력이 다했는지 움직임이 멈추고
도와주던 다른개미는 그 시체를 먹이로서 끌고 가버렸다.
그순간 전우의 죽음이 실제로 다가왔고
이세상 모든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자신이 지금 정말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는 생각은 공포로 변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총탄과 포탄의 소리는 그의 오감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이되어 그는 일어섰고
그곳을 미친듯이 뛰어서 빠져나왔다.
숨을 헐떡이며 있다 갑작스런 큰 소리에 놀랐다
그리고 섬광이 비췄고
하늘을 덮은 새하얀 백린이 연기를 수놓으며 떨어졌다.
차갑게 식은 몸은 가냘픈 몸을 떨었으며
밤의 도시는 불빛을 내뿜으며 광기를 띄고있었다.
예광탄들이 이따금 밤을 밝히면
탄의 궤적들이 번쩍이다 사라지고
거대한 소리들이 미묘한 진동과 함께 전해졌다.
인간의 집념과 의지는 도구의 힘을빌려
낮이건 밤이건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눈앞은 저절로 감기기 시작하고
약간 각성되었던 정신은 최고로 타는듯한 지점을 초과하고있었다.
이대로 그만 쓰러질것같았고 모든것을 놓아버릴것같았다.
죽으라면 죽으라지 하는 생각이 육신의 집념을 놓아버리고
땅바닥이 꿀과같은 단잠을 미끼로 유혹하고있었다.
" 저 이창호 상병님"
"왜 "
"저 너무 졸린데 .. "
" 야"
" 이병 김정훈 "
" 존나 빠졌네 야. 누군 안졸려? "
"아닙니다"
" 너 자면 진짜 뒤진다. "
" 예 알겠습니다."
"자지마. "
"예"
"야. 자지말라고 했다? 여기가 니집이야? "
"아닙니다."
"니네 집이냐고 . "
"아닙니다. "
그순간 섬광이 번뜩이며 공기를 가르고 폭발이 일어났다.
" 시발! 좆같은 새끼들 "
"야 일어나 야. "
"야 .. 자냐? 야. "
"어 뭐야 이새끼 왜이래? "
" 야 정훈아 야 ! "
" 눈떠봐 야 ! "
" ... 하 . "
적의 대규모 기갑차량들이 돌진해온다
" 접근중인 적 기갑차량 30여대 이상 . "
" 좌표 찰리 골프 ㅇㅇㅇㅇ ㅇㅇㅇㅇ 이상.. "
관측병들은 그 말을 끝으로 무전이 끓겼다.
그곳으로 우리들이 가기 시작했다
무적선봉 초탄박살의 전차부대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온 우리의 전차는
적을 단숨에 쳐부실 병기이며
이 전차의 대공세를 막을 방법은 적에게 없다.
우리의 전차가 적보다 월등히 뛰어난것은 명백한 정보였다
진군하는 대규모의 대열은 그앞의 모든것들을 씹어먹고 깔아뭉갤것이다.
정점에선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강철의 포식자가
엄청난 크기의 엔진의 굉음과 궤도소리을 내며 길을 돌파했다.
건물에 엄폐한 전차는 지상이 흔들리는 포효를 내뿜으며
적을 불타는 관짝으로 재와함께 쳐박았다.
적을 죽였다는 기분은 나지 않는다.
그저 강철덩이 기계를 버튼하나로 눌러 쳐부신것같다.
설령 살인이였더라도 이는 일종의 공정한 결투같았다.
우리또한 포탄에 노출된 강철덩이에 타고있으니 공정한것이다.
전차의 행군은 적진을 돌파할것이다.
모든것을 깔아뭉개는 진군 앞에 무엇도 막을수없다
개미를 눌러죽이는 기분이다.
"백기걸린건 외국인들의 호텔이 있는곳이라던가"
". .. ? "
"어. 그 아저씨? "
"살아있었네요?"
"아저씨 지원 부르러 간다하지 않았어요?"
"그게 부르러 가긴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어디였는지 생각이 안나서요 "
"아니 시발 그게 말이라고 해요?"
"뭐? 시발? "
"아니 저희분대 저격수한테 다죽고 저도 진짜 저격수때문에 죽을뻔했다고요 "
"아니 길을 모르는데 어쩌라고. "
"왜 반말이세요?"
"닌 시발이라했잖아 나도 우리분대애들 수류탄 쳐맞고 다죽었거든?"
" 아 ... 하 ... 뭐 제가 좀 흥분한것 같아요. "
" ... 죄송합니다. "
" ... "
" 예 . 서로 좀 조심좀 합시다. "
" 어 저기 뭐지? "
"?"
" 아군 전차다."
"와.. 어제는 보이지도 않더니 "
" 충성! ㅇ중대 ㅇ소대 일병 이원승! "
"너희 왜 여기있어? 간부나 장교는?"
"저희 소대장 부소대장님은 전사하셨고 저희분대도 전멸했습니다."
" ... 그래? "
"예 "
"저기 뒤에 경계서는애들 있더라 이창호 상병애인데 걔한테 물어서 중대장님 찾아봐. "
"예 알겠습니다 충성 "
"어. "
그렇게 강철의 행렬은 멀어져갔다.
"아저씨는 몇중대세요 ?"
"저 2중대요 아저씨는요?"
"본부중대요 "
"아. "
" 혹시 담배 피세요 ?"
" .. 네. "
"한대 태우죠. "
도시의 길거리 위에서 두 병사는
아직 땅을기는 굴레를 살아가게된 자로서 연초를 태웠다.
하늘을 향해서.
찐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