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합에 짬을 받아서 먹고 있다. 똥국에서 뚱죽으로 진화를 했다. 몇몇 병사들은 사제 소스를 퍼부은 다음 숟가락을 움직이곤 했다. 느릿하게 푸던 도중, 행동대장이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았다. 묵묵히 있던 나에게 그는 말을 건넸다.
“내가 군대 들어가기 전에는...” 머뭇거렸다.
한참 있다가 시작한 이야기의 요점은 다음과 같았다.
군대를 들어가지 전에는 -당연할지도 모르지만-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사이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그와는 할 수 있으면 매일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는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자, 메시지를 수없이 보냈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부대장에게 간곡히 요청을 해, 휴가를 겨우 얻은 그는 여자 친구의 주변 사람들을 말했다.
죽었다고,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이 빠져가며 죽었다고,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였다. 그가 그런 이야기로 몇 명이나 설득했는지. 모르겠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했지만 이미 행동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어렸을 때, 군대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어디서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러자 아버지는 답했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사나이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고 역설을 했다.
남자는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그 주장이 근거는 여러 가지였다.
국가를 수호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어디에 소속해 있는지 알게 되고, 여러 사람과 부딪치면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면서, 그리고 건강한 몸에 좋은 정신이 들기에 몸을 굴려보면 좋은 정신이 든다고,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끝을 맺으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두렵지만 갔다고 오고 나면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철든 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래도 나는 가기 싫다고 말하자
주변에 있던 동생이 말했다.
“남자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가볍게 웃으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도 이에 수긍했다. 그래서 나는 사나이라면 그런 쯤은 견딜 수 있어야 하는지 알았다.
첫 번째 전투가 끝나자, 티를 내서 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였는데도, 모두 천막을 치는 등 명령을 따르는 데 바빴다. 평소와도 같았다.
기묘한 적막만이 흘렀다.
새가 간헐적으로 울부짖었다. 거기에 맞추어서 바람도 잎사귀를 스쳐 지나갔다.
터벅터벅 걸으며 너부러진 시체를 들었다. 파리는 주변을 배회했다. 어떤 시체는 다리가 없고, 어떤 시체는 팔만 있다. 그중에 팔만 있는 것이 좋았다.
한쪽에서는 한 소대 정도 되는 병력이 모여서 구덩이를 파고 있다.
묘하게 신경질적이었다. 수건을 목에, 메리야스를 윗몸에 두른 체,
소위가 다했다고 하면 옆으로 가서 다시 구덩이를 팠다. 그들이 판 구덩이는 제법 깊은 편이었다. 우리는 거기에 시체를 던져 넣었다. 꽤 찬 구덩이에서는 파리 때가 요란스럽게 날았다. 한쪽에서는 방송이 들려온다.
아나운서는 뭐라 뭐라 전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그랬다고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수많은 사람이 SNS에 자신의 군복 사진을 인증하고 국방부에 온갖 금품 지원이 몰려오고
장병들의 인터뷰를 빼먹을 수는 없다. 쳐부수겠다고 우리 가족을 죽인 그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양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차이는 그렇게 없었다.
저 만치 하늘에서는 헬기가 날아다니고 병사들을 실은 트럭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병사들은 말을 건네 왔다.
“빨갱이들 잘 죽었어?” 등등
하지만 그저 묵묵히 시체를 던질 뿐이었다.
일과를 끝내고 중대장이 전했다.
“...우리 ###중대는 며칠 정도 이곳에 있을 거다. 그때 동안 무슨 문제 보이는 병사 있으면 얘기하고, 어느 정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치안 유지 임무를 한동안 할 것이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이거였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거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런 사실을...
면접을 보러 사옥으로 갔다. 복도에서 내 번호가 호명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었다. 초조한 듯 앞뒤로 왕복하는 사람과 벽에 기댄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의자에 앉아 있다. 속삭임처럼 혼잣말이 들려 왔다. 나는 손을 꽉 쥐고 이마에 손을 갔다 댔다. 그렇게 한동안 고개를 숙이자 내 번호가 들려왔다. 복도에는 그렇게 많지도 않던 사람이 줄어서 그런지 쓸쓸했다.
면접관은 한 명이었다. 왼쪽에는 나보다 좀 어린 나이의 여자애가 있었다. 제법 뚱뚱했지만, 피부는 고왔다.
면접관은 피부는 부드러운 갈색을 띠고, 검버섯과 주름이 진 얼굴이었다. 그는 서류를 이리저리 보았다.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고 나에게 먼저 말했다.
“자기소개부터 하지.”
“저 이름은 이준우고, 올해 28세입니다. 백석문화대 경영회계과를 나왔습니다.”
“그것뿐인가?” 살짝 실망한 것 같았다.
“그 외에 워드 자격증과 일본어 자격증이 있고...”
“훈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말을 끊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몰랐다.
옆에 있던 애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나? 정말로?” 두꺼비 같은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정말입니다.” 왼쪽에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군대에서 뭘 배웠나?”
“네...?”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인지?
“훈장 정도 받았으면 배운 게 있었을 거 아닌가?”
나는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 잘했으니 훈장을 받았고, 배운 게 있으니 잘했겠지.”
뭐 때문에 저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행정병 출신도 아닌데 말이다.
“진짜로? 마지막으로 묻지. 군대에서는 뭘 배웠나?”
뭘 배웠긴, 포로와 어린이를 죽이고 여자를 강간하고 시체를 무덤에 파묻는 걸 배웠지요. 추가로 나라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요. 그거면 됐나요?
나는 그저 앉아 있었다.
같이 보던 애는 친절한 미소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면접관은 혀를 치고 “자, 그럼 자넨?”
“네, 저는...” 이어서 다른 애와 면접을 했다.
그렇게 면접은 끝났다. 떨어졌다.
이제 15번째다.
퍼시픽에서 따왔구만
정답